<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⑦'친박 실세' 서병수 부산시장

"침체된 부산, 힘 있는 시장이 바꾼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서병수 부산시장은 친박 핵심 중 핵심으로 통하는 인사다. 야권단일후보였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돌풍을 잠재운 것도 서 시장의 ‘힘 있는 시장론’이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서 시장은 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내 비주류였던 친박계를 대표해 최고위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서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계속 되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던 부산 시민들에게 힘 있는 시장의 등장은 분명 희소식이다. 특히 지난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던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서 시장을 향한 부산 시민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침체된 부산의 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서 시장. 과연 그는 약속대로 부산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서 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서 시장과의 일문일답.

- 부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3대 키워드로 ‘사람과 기술, 그리고 문화’를 제시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 우선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좋은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입니다. 또한, 부산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ICT융ㆍ복합, 에너지, 방사선 의ㆍ과학, 수산식품 등 5대 미래전략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서 부산시가 20년, 30년을 먹고 살아갈 ‘기술’을 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부산을 매력 있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부산을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 지난 7월1일 시장 취임식이 상당히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 저는 임기 첫 출발을 시민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기사식당에서 택시기사님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고 부산진시장, 한진중공업, 지하철1호선(다대선) 공사현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했습니다. 취임식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든 일과가 끝난 오후 6시30분부터 부산시청 야외 녹음광장에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개최했습니다. 특히 각계의 의견을 담은 ‘시민소리함’을 전달받을 때 부산시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혁신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서 시장께서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힘 있는 시장’이십니다. 역시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의 경우는 지난 7ㆍ30재보선에서 예산폭탄 공약을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는데, 부산시민들도 예산폭탄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 저는 박근혜정부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합니다. 현 정부와 돈독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부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의 중요 현안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한 달, 가속도 붙은 '혁신'
권위 벗어던진 취임식으로 화제


- 취임 이후 시정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며 ‘일자리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부사람을 만날 때 차비가 필요하면 시장 판공비까지 갖다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취임 후 첫 정책회의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중소기업 사장도 만나고, 외국기업 대표도 만나고,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다른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얻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직접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일자리가 나오고 창의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제가 가진 판공비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입니다. 시장 판공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이런 곳에 판공비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만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뜻 같습니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요?
▲ 저는 좋은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창출하는 것을 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민간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제조업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금융, 관광,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인재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울러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을 부산에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는 ‘좋은기업유치단’을 구성하고 우수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에 전념토록 할 예정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시장 직속의 ‘좋은기업유치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입니까?
▲ 우리 시는 그동안 기업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어왔으나,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기업투자 정보에 접근이 어렵고, 투자정보를 발굴했다고 해도 기업과 연결 네트워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기업유치 업무추진 패러다임을 기존 관 중심에서 민관협력체계로 전환하고자 시장 직속으로 자문기구인 ‘좋은기업유치위원회’를 설치하게 됐습니다.

좋은기업유치위원회는 시장을 위원장으로 국내 및 외국계 기업 대표와 금융계, 학계, 법조계등 유치전문가 그룹 30여명으로 구성했으며 부산시 기업유치 정책 자문, 기업투자정보 제공, 유치 대상별 협상루트 발굴 및 기업 접촉 등 기업유치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 취임식에서 위대한 부산, 낙동강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 역사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발전은 큰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서부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김해평야, 낙동강하구, 가덕도 등 아름다운 강과 해안선을 끼고 있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발전이 억제되어 왔으나, 우리 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됨으로써 현재 연구개발특구를 포함한 국제물류산업도시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부산은 낙동강변의 생태공원과 낙동강 하구의 몰운대 등 천혜의 자연경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에서는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서부산 전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아우르기 위한 서부산 글로벌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부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우수한 항만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 같은 항만 인프라를 향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십니까?
▲ 부산은 우리나라 제1의 해양수산중심도시로 타 지자체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북극해 시대의 ‘새로운 국제물류 글로벌 허브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은 해양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부산항을 북극해 개발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기 위해 작년부터 북극 전문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정부의 북극정책과 연계한 4개 분야 26개 과제로 구성된 ‘부산시 북극정책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부산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안전 문제는 평상시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부산에는 아직까지 대형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부산이 아직 완벽한 안전도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막을 수 있었던 인재를 막지 못해 우리 모두 원칙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산도 이번 기회에 지역특성을 반영한 재난대응 행동매뉴얼 점검과 민·관 협업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통합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특성을 반영해 안전조직을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 부산은 동서 지역 간 빈부격차가 큰 편입니다. 부산의 균형 발전을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계십니까?
▲ 저는 동서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 없이는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부산을 사람 살기에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부산의 미래를 위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부산 낙후 문제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부산 낙후 문제는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일자리정책, 산업정책, 문화정책, 교육정책, 도시계획, 교통정책, 하천정비 등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 세부계획은 무엇입니까?
▲ 저는 서부산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낙동강 주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서부산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낙동강입니다. 부산인구의 1/3에 달하는 시민들이 낙동강 주변에 살고 있지만, 남북으로 도로가 가로질러 단절되어 있습니다. 낙동강과 주민들을 연결 시킬 수가 있다면, 서부산은 거대한 ‘강변 공원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상의 공단지역을 낙동강과 연결하고 센텀시티처럼 첨단산업,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가진 복합단지로 변모시킨다면 부산에서 지금까지 즐기지 못하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부산권은 산업과 주거, 쇼핑과 문화, 교육과 연구기능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로 신공항, 신항만의 배후도시일 뿐 아니라 동남권의 실질적인 중심도시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자리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려
부산 바꿀 '안전시장' '혁신시장'

- ‘TNT2030 공약’(인재 육성과 기술 혁신을 위해 매년 1조원씩, 4년간 4조원을 투자해 2030년대 부산을 한국 최고의 인재·기술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흥미롭습니다.
▲ 부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ㆍ산업의 중심지로 전국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활기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기업과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질적 성장은 멈추고 도시의 미래발전 원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부산시장이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TNT2030 공약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TNT2030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제 사례 도시로는 독일의 드레스덴과 미국의 RTP(Research Triangle Park)가 있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완전 폐허가 된 도시였으나,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독일에서도 최고의 경쟁력 있는 도시로 재도약 했습니다. 미국 북캐롤라이나주의 RTP(Research Triangle Park)는 1950년대 담배, 면방직 등에 의존하여 1인당 소득이 미국 51개주에서 50위에 머무르던 가장 낙후한 도시였으나 정부주도하에 대학을 육성하고, 연구기능을 강화해 이제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했습니다. 물론, 현재 부산의 여건이 단기간 내에 세계적인 혁신사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부산이 동북아의 해양중심지로 거듭 나기 위한 비전을 말씀해주십시오.
▲ 부산은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국제적 관문도시로,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가는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도착점입니다. 따라서 민선 6기 부산시는 5대 도시목표 중 ‘해양수도 건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기존 부산시 해양수산 정책들의 성공적인 이행 및 새로운 미래비전으로 제시된 민선6기 공약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신해양산업을 육성하고 북극항로 개척 등 부산항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한 극지정책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부산해양특별구역 지정을 통해 원도심권 재생은 물론 신해양산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항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창출해 나가겠습니다. 이외에도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 및 기반시설 선진화를 통해 국제수산물류 중심도시로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 4년 뒤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 거창한 구호나 비전이 우리를 먹고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훌륭한 미래 비전이나 청사진도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삶과 미래의 비전이 균형을 이루는 부산이 되어야 합니다.

부산이 잘사는 것이 아니라 부산 시민이 잘살아야 합니다. 부산 시민이 잘살게 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체질을 바꾸어야 합니다. 부산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체질을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부산의 체질을 바꿔 우리 부산이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 하는 토대를 닦은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자리 시장, 각계각층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따뜻한 시장, 각종 사고와 재난에서 시민을 지키는 안전 시장, 미래를 튼튼히 준비하는 미래 시장, 시정의 혁신을 책임지는 혁신 시장이 되겠습니다. 부산시민들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서병수 부산시장 프로필>

▲ 우진서비스(현 부일여객) 대표이사
▲ 동부산대학 금융경영과 겸임교수
▲ 부산시 해운대구 구청장
▲ 제16,17,18,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사무총장
▲ 제36대 부산광역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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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