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보은성 인사' 의혹

"그 입 다물라!" 입막음용 대가로 무더기 영전?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혐의와 관련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군 정치개입'에 관련된 인사들을 해임·면직 등 징계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진급시키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이동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군의 상식 밖 인사 조치에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국회 국방위·정보위 소속)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사령부 인사명령'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대선개입 관련자
상식 밖 영전 '특혜'

김 의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인사 10여명은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영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2010년 12월~2013년 1월)을 역임했던 윤영범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곧바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직무와 무관한 인사 조치에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연제욱 전 국방비서관(현 교육사 부사령관)의 거듭된 영전은 더욱 의구심을 자아낸다. 연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사령관(2011년 11월~2012년 11월)을 맡았던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사다.


참여정부 말기 대령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파견되었던 그는 정권이 바뀐 후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색깔 지우기' 행보 속 세 차례나 장성 진급에 실패했다. 이럴 경우 통상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치게 된다.

국기문란 관련자에 대한 상식 밖 인사조치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진급 특혜' 지적

하지만 그는 김관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1년 10월 임기제(통상1년)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사이버사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김 장관이 연 전 비서관을 각별히 챙긴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육사에 유학한 인연이 있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 사령관 퇴임을 앞두고 임기제 준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장으로 다시 한 번 진급한 후 국방부의 요직이자, 사이버사를 관리·감독하는 정책기획관을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영전하는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가 7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4월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경질이라기보다는 본인 의사에 따른 인사이동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장혁 국방비서관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시절(2013년 4월~2014년 4월) 소장으로 진급한 뒤 청와대로 영전하는 유사한 코스를 밟았다.

핵심인사
처벌전무


이처럼 연 전 비서관이 사이버사 사령관을 맡은 후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승승장구한 것은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으로 이득을 본 박근혜정부가 보답 차원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이와 관련, 사이버사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사이버사가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인터넷 정치댓글작업 전반을 공유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사령관, 국방장관, 청와대 및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연 전 비서관,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도 최장수 국방장관(2010년 12월~2014년 6월)을 지낸 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사이버사를 맡았던 옥도경 전 사이버사 사령관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책연수 중이다. 또 다른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들 중 군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사이버사의 핵심부서인 3·1센터장을 지냈던 신인섭 대령은 지난해 10월 준장으로 진급한 후 확대·신설되는 사이버사 부사령관에 내정됐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부서인 심리전단 운영대장(2010년 1월~2013년 12월)을 맡았던 군무원 박모씨는 지난 1월 3급으로 진급한 뒤 심리전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근혜정권 관통한 승승장구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지속되나?

특히 박 심리전단장의 경우에는 심리전 성과 달성, 국정원과 정보사 등 유관기관 정보공유 활성화 공적으로 2010년 11월 국방부장관상 표창, 지난해 2월에는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정보운영대 정보과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 350건을 게시한 군무원 정모씨도 지난 1월 4급으로 진급해 심리전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의 핵심부서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을 역임했던 이모씨는 지난 3월 청와대 경호실 법무관으로 영전했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는 사이버사 대선개입과 수사 관련자들에게 ‘보은성 인사’로 특혜를 주는 한편,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지속할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상식 밖 조치 불구
군 당국은 '침묵'

이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관련자에 대해 진급과 정년을 보장해주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식 밖의 일로 국방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공식적인 해명, 11개월째 끌고 있는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결과 발표 등 어느 것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 진행상황
축소·은폐, 거짓말…시간끌기로 정치적 파장 최소화?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는 사이버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1일 설립된 국방부 직할 사령부다. 예하에는 연구개발을 하는 31단,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510단,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530단(일명 심리전단),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590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하부대 중 인터넷 정치 댓글 작업과 국내정치 및 대선개입을 했던 조직은 심리전단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이버사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즉 정부·여당에 비판적 인식을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대선개입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대응하는 활동을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사이버사를 이끌던 옥도경 사령관도 "사이버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이버사 요원들이 인터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SNS에 리트윗한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군 당국, '사실무근→개인적 일탈→조직적 개입' 말바꾸기
김관진, 사이버사 활동 보고받고도 형사처벌 대상서 제외

특히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단(일명 십자군 알바단)의 리더 격인 윤정훈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사실과 국정원의 예산을 받으며 그들과 회의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버사-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와 관련한 편향적 인터넷 댓글 작업을 공유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에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말을 바꿔 편향적 정치 댓글 지시자로 이모 심리전단장을 지목하며 "더 이상의 윗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형사처벌 대상 19명을 확정했다"고 단독보도 했다. 형사처벌 대상에는 연제욱·옥도경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현 심리전단장인 3급 군무원 박모씨, 심리전단 예하 2·3대 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방장관을 맡으며 대북 심리전 성과를 보고받았지만, 정치개입 활동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KBS' 보도가 사실일 경우 군 당국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불법적 정치개입에 이어 축소·은폐,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제외된 점과 수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었다는 점 등을 놓고 군 당국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속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까지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식적인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관계자는 "군 당국의 축소·은폐, 거짓말을 이용한 시간끌기로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건이 잊혀가고 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규모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대선개입보다 군의 대선개입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빈약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특검, 국정조사 등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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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