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보은성 인사' 의혹

"그 입 다물라!" 입막음용 대가로 무더기 영전?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혐의와 관련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군 정치개입'에 관련된 인사들을 해임·면직 등 징계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진급시키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이동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군의 상식 밖 인사 조치에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국회 국방위·정보위 소속)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사령부 인사명령'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대선개입 관련자
상식 밖 영전 '특혜'

김 의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인사 10여명은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영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2010년 12월~2013년 1월)을 역임했던 윤영범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곧바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직무와 무관한 인사 조치에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연제욱 전 국방비서관(현 교육사 부사령관)의 거듭된 영전은 더욱 의구심을 자아낸다. 연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사령관(2011년 11월~2012년 11월)을 맡았던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사다.

참여정부 말기 대령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파견되었던 그는 정권이 바뀐 후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색깔 지우기' 행보 속 세 차례나 장성 진급에 실패했다. 이럴 경우 통상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치게 된다.

국기문란 관련자에 대한 상식 밖 인사조치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진급 특혜' 지적

하지만 그는 김관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1년 10월 임기제(통상1년)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사이버사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김 장관이 연 전 비서관을 각별히 챙긴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육사에 유학한 인연이 있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 사령관 퇴임을 앞두고 임기제 준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장으로 다시 한 번 진급한 후 국방부의 요직이자, 사이버사를 관리·감독하는 정책기획관을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영전하는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가 7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4월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경질이라기보다는 본인 의사에 따른 인사이동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장혁 국방비서관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시절(2013년 4월~2014년 4월) 소장으로 진급한 뒤 청와대로 영전하는 유사한 코스를 밟았다.

핵심인사
처벌전무

이처럼 연 전 비서관이 사이버사 사령관을 맡은 후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승승장구한 것은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으로 이득을 본 박근혜정부가 보답 차원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이와 관련, 사이버사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사이버사가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인터넷 정치댓글작업 전반을 공유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사령관, 국방장관, 청와대 및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연 전 비서관,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도 최장수 국방장관(2010년 12월~2014년 6월)을 지낸 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사이버사를 맡았던 옥도경 전 사이버사 사령관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책연수 중이다. 또 다른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들 중 군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사이버사의 핵심부서인 3·1센터장을 지냈던 신인섭 대령은 지난해 10월 준장으로 진급한 후 확대·신설되는 사이버사 부사령관에 내정됐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부서인 심리전단 운영대장(2010년 1월~2013년 12월)을 맡았던 군무원 박모씨는 지난 1월 3급으로 진급한 뒤 심리전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근혜정권 관통한 승승장구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지속되나?

특히 박 심리전단장의 경우에는 심리전 성과 달성, 국정원과 정보사 등 유관기관 정보공유 활성화 공적으로 2010년 11월 국방부장관상 표창, 지난해 2월에는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정보운영대 정보과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 350건을 게시한 군무원 정모씨도 지난 1월 4급으로 진급해 심리전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의 핵심부서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을 역임했던 이모씨는 지난 3월 청와대 경호실 법무관으로 영전했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는 사이버사 대선개입과 수사 관련자들에게 ‘보은성 인사’로 특혜를 주는 한편,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지속할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상식 밖 조치 불구
군 당국은 '침묵'

이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관련자에 대해 진급과 정년을 보장해주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식 밖의 일로 국방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공식적인 해명, 11개월째 끌고 있는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결과 발표 등 어느 것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 진행상황
축소·은폐, 거짓말…시간끌기로 정치적 파장 최소화?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는 사이버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1일 설립된 국방부 직할 사령부다. 예하에는 연구개발을 하는 31단,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510단,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530단(일명 심리전단),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590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하부대 중 인터넷 정치 댓글 작업과 국내정치 및 대선개입을 했던 조직은 심리전단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이버사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즉 정부·여당에 비판적 인식을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대선개입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대응하는 활동을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사이버사를 이끌던 옥도경 사령관도 "사이버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이버사 요원들이 인터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SNS에 리트윗한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군 당국, '사실무근→개인적 일탈→조직적 개입' 말바꾸기
김관진, 사이버사 활동 보고받고도 형사처벌 대상서 제외

특히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단(일명 십자군 알바단)의 리더 격인 윤정훈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사실과 국정원의 예산을 받으며 그들과 회의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버사-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와 관련한 편향적 인터넷 댓글 작업을 공유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에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말을 바꿔 편향적 정치 댓글 지시자로 이모 심리전단장을 지목하며 "더 이상의 윗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형사처벌 대상 19명을 확정했다"고 단독보도 했다. 형사처벌 대상에는 연제욱·옥도경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현 심리전단장인 3급 군무원 박모씨, 심리전단 예하 2·3대 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방장관을 맡으며 대북 심리전 성과를 보고받았지만, 정치개입 활동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KBS' 보도가 사실일 경우 군 당국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불법적 정치개입에 이어 축소·은폐,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제외된 점과 수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었다는 점 등을 놓고 군 당국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속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까지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식적인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관계자는 "군 당국의 축소·은폐, 거짓말을 이용한 시간끌기로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건이 잊혀가고 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규모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대선개입보다 군의 대선개입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빈약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특검, 국정조사 등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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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