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박근혜 여름휴가 구상 대해부

안팎으로 어수선…'궁궐 피서' 효과 먹힐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경남 거제시 저도에 다녀왔던 지난해 휴가와는 달리 이번 휴가지는 '청와대 관저'였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 참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휴가기간 청와대 내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며 당면한 난국을 타개할 해법 모색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꺼내들 위기탈출 카드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휴가는 국가가 처한 상황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28일~8월1일 닷새간의 여름휴가 동안 외부로 나가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만 머물렀던 것도 어수선한 현 대한민국 상황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저서
'조용한 휴가'

박근혜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가 진행형인 상황에서 휴가를 떠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았다. 일부 참모들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의 여름휴가를 적극 장려했던 대통령이 솔선수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진언을 했으나 정작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찾는 '조용한 휴가'를 택했다.

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 받아든 국정수행 성적표는 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수행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40%, 부정 평가는 최대치인 50%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검·경의 '유병언 수사 실패'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추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15%).

세월호 참사 감안 청와대서 '조용한 휴가'
휴가 기간 난국 돌파할 해법 모색 몰두

이에 따라 지지율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 난국을 돌파할 해법 마련에 골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박 대통령이 고민했던 부분은 그간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인사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의 후임으로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하는 등 13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며 2기 내각 인선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김명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채 낙마하며 2기 내각은 미완의 상태로 출범했다. 특히 김 전 후보자의 후임으로는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이 곧바로 지명됐지만, 정 전 후보자의 후임은 휴가 이전까지도 결론 내리지 못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휴가 중 인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신임 문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고민한 후 휴가를 마친 지난 3일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신임 문체부장관에 내정했다. 

인사 문제
해결 고심?

이와 함께 검·경이 3개월 넘게 쫓았던 유병언씨가 사망했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며 '유병언 수사 실패'와 관련한 문책론 수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황교안 법무부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등 검·경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들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휴가 기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 일선 책임자인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사퇴한 만큼 인책론은 여기까지 묻고 권력핵심부의 사과로 매듭을 짓는 방안과 수사선상의 최고책임자인 검찰총장과 경찰총장이 사퇴하는 방안을 놓고 청와대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고, 황 장관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당·청은 유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간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교체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김 실장은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휴가를 떠났다. 통상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면 비서실장이 자리를 지키며 업무를 총괄해왔는데, 이번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함께 휴가를 떠나며 박 대통령이 김 실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 이후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을 교체해 청와대와 내각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며 "이번에도 휴가를 마친 후 국정운영 정상화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비서실장 교체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직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다수를 바꾸는 중폭 이상의 청와대 물갈이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 바 있다.

하반기 국정운영
경제살리기 올인?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야심차게 제시했던 '경제계획 3개년 계획' 등 경제 살리기 방안들이 상반기에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고민도 휴가 중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휴가 기간 중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1대 4로 예상 밖에 대승을 거두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보선 압승으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에서 탈출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에도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과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등 경제팀 투톱으로부터 꾸준히 경제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경제를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북정책과 관련한 구상도 휴가 기간 다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권 2년차 국정목표로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함께 강조한 통일대박론을 실천할 기구로 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이미 출범했다.

문체부장관 인선·검경 수뇌부 거취 고심
예상 밖 재보선 압승…국정정상화 동력 확보

그러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부 등 유사한 기존 조직과 어떻게 차별화를 두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휴가 기간 '통일대박론→드레스덴 선언'을 실천할 통일준비위의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도 박 대통령 휴가 고민의 한축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휴가 구상
결과 주목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들고 길었던 시간들… 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시간동안 남아 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라고 적었다. 그의 표현대로 산적한 과제가 당면해 있던 상황에서 4박5일간의 휴가 구상을 마친 박 대통령이 꺼내 놓을 결과물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치인의 시선
"반민주적 정책 추진…민주적 가치 지킬 의지 있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두 차례 출마했던 데니스 쿠시니치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쿠시니치 전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게재된 것.

한국전쟁 정전 61주년을 맞아 쿠시니치 전 의원이 기고한 이 서한에는 박근혜정부의 반민주적인 정책에 대한 우려 표명이 담겼다.


미국 전 하원의원 박 대통령 비판
'독재→민주주의→독재'로 회귀?

▲이석기 내란 음모 기소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시도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이용 ▲국정원의 불법행위 조사에 대한 정부의 방해 ▲정부가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한 행위 등을 반민주적 행태로 거론한 그는 "(박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전에서 희생된 미군이 자유를 파괴하는 박 대통령의 자유를 지키려고 희생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쿠시니치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개입주의를 좋아하진 않지만 최근 2년간 지켜본 한국 상황은 표현 자유의 관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나라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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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