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덮친 7·30쓰나미> ④복잡해진 새정치 '당권 방정식'

벼랑 끝 싸움 "당권 놓치면 공천학살 당한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7·30재보선에서 참패했다. 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차기 당권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당권을 거머쥐면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곧 19대 대선후보 선출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예비 대선주자로선 생사가 걸린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일요시사>가 미리 예측해봤다.

7·30재보선의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내부의 시선은 차기 당권에 쏠려 있었다. 여론조사공표 금지기간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미 선거 판세는 기울대로 기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공천학살 공포
치열해진 경쟁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11대4라고 하는데 전남 순천·곡성 결과만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악몽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의원들은 선거 막판 격전지에 출마한 후보들을 돕기보단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승리가 확실한 호남에서 자기 표밭 다지기에 더 몰두했다. 호남은 가장 많은 당원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내부의 당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기 당권을 거머쥐면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곧 19대 대선후보 선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계파전 양상이 될 차기 당권경쟁에서 밀린다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학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도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운만 감돌 뿐 그 누구도 섣불리 차기 당권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패배로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당권에 대한 개인적 욕심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가장 유력, 당헌 개정이 관건
박지원, 다시 한 번 당 간판될까?

자칫 차기 당권 경쟁이 과열돼 계파갈등으로 표출될 경우 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또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전당대회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어 서두를 이유도 없다는 판단이다.

이달에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전당대회 개최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당대회가 너무 늦어지게 되면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우려가 있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찌됐든 당내 친노(친노무현)·486·정세균계 등이 차기 당권을 놓고 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문재인 의원이다. 문 의원은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계의 수장 격으로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차기 당권에 직접 도전한다면 최소한 현재 당내에서는 필적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치권의 분석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은 이미 당 대표직을 사퇴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재보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데 실패했다.

문재인 독주
이변은 없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당헌 중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당헌에 따르면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문 의원으로서는 당헌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가장 중요한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대권주자군이 당대표가 되면 일찌감치 줄서기가 시작되는 등 당이 혼란스러워진다는 이유다.
만약 친노진영이 당헌 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내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 의원은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기보단 다음 대선에서 자신을 도와 킹메이커 역할을 할 주자를 전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문 의원이 직접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후방지원에 머물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지원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가장 많은 당원이 몰려 있는 호남에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다.

특히 앞으로 비대위 체제가 가동되면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박 원내대표와 박 의원은 끈끈한 관계로 유명하다.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 당선되는 데 박 의원이 막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이야기다.

박 의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막후 지원을 받는다면 차기 당권 행보에 더욱 큰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절대적인 중립을 유지해야 할 박 원내대표가 박 의원을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칫 상대 후보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민감한 부분이다.

역시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정세균 의원은 재보선 참패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이른바 ‘정세균계’ 의원들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정례모임이라고는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을 겨냥한 행보를 벌써 시작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강경파가 당권을 잡으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가 정 의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진영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대선패배 이후 물러났던 친노진영이 다시 전면에 나설 경우 쇄신 이미지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친노계가 오히려 자신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 의원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크호스 정동영
원외인사의 반란?

이들 빅3 외에도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은 10명이 넘는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경쟁이 백가쟁명식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우선 이번 재보선 공천에서 탈락한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도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원외 인사지만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원칙 없는 전략공천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략공천의 희생양이었던 두 사람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비록 현역 의원이 아니고 원외에 머문 기간이 오래돼 원내세력도 전무한 상황이지만 쇄신이 절실한 당의 상황을 감안할 때 그들이 가진 상징성은 큰 경쟁력이다. 특히 정 전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인물로 가장 많은 당원이 있는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정 전 의원 본인도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원외인사 중엔 정동영 가장 앞서
지역위원장 쟁탈전이 1차 관문

이외에도 직전 원내대표였던 전병헌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의원, 추미애, 이인영 의원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올 초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했었던 추 의원의 경우 4선의 여성의원으로 쇄신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다는 평가가 있지만, 원내대표가 이미 여성인 상황에서 당대표까지 여성이 차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당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 이 의원의 경우는 ‘486계’의 대표주자지만 인지도와 조직력 등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다. 

그동안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진영과 번번이 각을 세워왔던 조경태 의원도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하다. 조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문 의원과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다만 당 지도부가 재보선 참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상황에서 최고위원이었던 조 의원이 전당대회에 곧바로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했었던 노영민, 최재성, 이종걸 의원과 신계륜, 김동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도 자천타천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백가쟁명 경쟁
후보군 난립

 
한편 차기 당권의 향방은 곧 있을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의 지역위원장 선임을 통해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전 단계로 조강특위를 꾸리게 된다.
조강특위는 전국 246개 지역위원회의 지역위원장을 정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당대표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은 지역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역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지역위원장 자리를 놓고 계파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투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차기 전당대회의 윤곽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2016년 총선까지는 별다른 큰 선거가 없다. 때문에 차기 당 대표는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2년의 임기를 끝까지 지켜내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복잡해진 새정치연합의 당권 방정식은 어떻게 풀리게 될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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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