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박근혜 대박 승부수 통준위 실체 해부

화려한 포장 속 실속은? "글쎄올시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가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초부터 야심차게 내세웠던 '통일대박론→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할 기구가 마침내 출범한 것이다. 통준위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거의 유일하게 호평이 많았던 대북관계와 관련한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예정으로,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 참사' 정국을 돌파할 박 대통령의 승부수로 꼽힌다. 그러나 실효성 등을 놓고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내세운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준위는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양대 국정목표로 경제 활성화와 함께 제시한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할 대통령 직속기구다. 당초 지난 4월 출범을 목표로 했지만 세월호 참사 등으로 3개월여 늦춰져 지난 15일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출범 하루 전까지도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위원으로 선정된 인사들도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이 많아 국민을 아우르는 통일 준비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면전환 승부수
통준위 공식출범

청와대는 이날 위원장인 박 대통령을 포함한 50명의 통일준비위원 명단과 향후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50명의 위원은 박 대통령 외에 민간위원 30명, 정부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여야 정책위의장 2명으로 구성됐다.

부위원장에는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정종욱 인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가 각각 정부·민간 측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정 교수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사는 아니지만 학계와 관계, 남북관계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통준위의 출범은 박근혜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통일 대박론→드레스덴 선언’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정이다. 통일대박론은 지난 1월6일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언급하며 화제가 됐고, 드레스덴 선언은 지난 3월28일 박 대통령이 통독의 상징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통일 청사진' 마련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 출범
통일부·민주평통 등 유사조직 존재…'옥상옥' 우려

박 대통령이 양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구인 만큼 외견도 화려하다. 위원만 50명에 자문단 등을 합치면 통준위에서 활동하게 되는 인원만 150여명에 이른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고건 전 국무총리,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 교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통준위의 기본목표는 통일시대 기반구축을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의 연구·논의를 수행함으로써 통일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 정부 간 상호 소통과 협업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일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통준위는 민·관 협업을 통한 내실 있는 평화통일기반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 위원이 협력해 통일한국의 미래상과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악화된 남북관계
실효성은 미지수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통준위가 기대와 목표에 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의 협조가 없이는 통준위에서 아무리 좋은 통일 청사진과 대북지원 방안 등을 내놓아도 무의미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장선에서 통준위도 흡수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기구로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군사분계선(MDL)이나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지역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해안포·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처럼 '통일대박론→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통준위의 출범과 활동은 북한을 더 자극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대북관계 기조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은 신뢰 형성"이라며 "통준위의 출범은 자칫 신뢰가 아닌 흡수통일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내 남북관계 개선을 오히려 망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위원 인선과 관련한 뒷말도 무성하다. 박 대통령이 통준위 출범을 언급한 지난 2월25일 이후 5개월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기구가 출범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위원 인선 발표 하루 전까지도 인사를 확정하지 못하고 일부 전문가들에게 통준위 참여를 묻는 전화를 돌렸다는 후문이다.

당시 전화를 받았던 한 전문가는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더니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기에 의아했는데, 다음날 명단이 발표됐다"며 "박 대통령이 양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통일대박론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실현을 위한 기구 구성은 졸속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일색
진보 미비

또한 분야별로 나름 구색을 맞춘 인선을 하기는 했지만, 보수성향 인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진보성향 인사의 참여는 적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통일논의를 주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외교·안보 분야 위원에 선정된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의 경우 탈북자 출신이며, 정치·법제도 분야 위원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과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펴온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인사들이다. 특히 제 교수의 경우 참여정부에서 극우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맡았던 노골적인 반북성향의 인사다.

진보인사 소외…내실 있는 성과 낼지 의문
국민 혈세만 축내는 유명무실 위원회 전락?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진보진영의 인사들이 좀 더 균형 있게 배치되지 않아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인적 구성에서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실제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보성향의 민간위원 중에는 현 시점에서는 통일준비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준비 병행' 또는 '남북관계 개선 우선'을 주장하는 인사들도 있어 내부 논의과정에서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위원은 "통일준비는 국민, 남북, 국제사회가 함께 해 나가야 한다"며 "현재 통준위에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준위가 유사한 성격의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와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 등 기존 조직과 역할 차별화를 하지 못할 경우 유명무실한 '옥상옥 기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평통, 통일부 등과 통준위는 역할이 중복되지 않는다"며 "통준위는 통일준비를 위한 민·관 협의 및 연구가 주요 역할이라는 점에서 민주평통이나 통일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유사기구
이미 존재

그러나 통일과 관련한 준비 및 관련 연구는 이미 통일부, 민주평통,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에서 이미 충분히 되어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통준위의 목표인 '통일준비 관련 제반 분야의 과제 발굴·연구' 등을 굳이 통준위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통준위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다"며 "출발 자체가 '통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시성 기구’에 불과하다. 위원 면면만 보더라도 통일에 대한 보수·진보진영의 견해를 좁히고,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옥상옥 기구로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 10명 중 7명 "통준위 필요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통일준비위원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V <한반도 통일시대 연다> 제작진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5일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31.0%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35.7%가 '필요한 편'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66.7%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불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9.3%에 불과했다.

'통일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꼽는 응답자가 4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발전(22.9%)' '북한주민의 생활 개선(10.7%)' '이산가족의 고통 해소(7.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 66.7%, 통일준비위원회 필요성 공감
국민 66.9%, 통일비용조성하면 참여할 것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6.9%의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31.1%가 '경제적 부담 증가'를 꼽았다. 이어 '사회적 혼란 증가(25.7%)' '통일보다는 평화교류가 더 적합하다(19.3%)'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미리 통일비용을 조성한다면 어느 정도 참여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5.7%가 '적극 참여', 41.2%가 '참여 고려'라고 답해 66.9%가 통일비용 조성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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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