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달구는 7·30재보선 핫코너 ③서울 동작을

‘철새 3인방’ 빅매치 “누가 둥지 트나”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전국 15개 지역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 7·30재보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서울 동작을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일한 서울의 재보선 지역인 데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 등 여야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여름을 달구는 재보선 핫코너’ 제3편으로 서울 동작을을 집중 취재했다.

서울 동작을은 여든 야든 우위를 장담하기 힘든 애매한 지역이다. 역대 선거 결과도 여야가 엎치락뒤치락 나눠 차지해왔다. 2000년대 이후 열린 동작을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16(유용태)·17(이계안)대 총선에서는 야권이 승리했고, 18·19(정몽준)대 총선에서는 여권이 승리했다. 최근에 열린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동작을에서 41.3%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쳐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57.8%)에게 16.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오묘한 동작민심
 
이와 같이 오묘한 민심과 이번 7·30재보선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열리는 재보선 지역이라는 점에서 동작을은 여야가 최대 승부처로 꼽고 있는 지역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동작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김문수 카드’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십고초려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끝내 출마를 거부하며, 또 다른 ‘거물’ 나경원 전 의원이 대타로 나서게 됐다.  
 
나경원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으로 단 이후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서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한 친이(친이명박)계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박원순 시장과 맞붙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53.4%)에게 7.2%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그는 3년간의 정치적 공백기를 거쳐 이번 재보선에서 동작을로 지역을 옮겨 새로운 정치적 비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에 지원하기도 한 나 후보는 ‘철새정치인’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동작의 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나 후보의 정치적 고향은 중구이지만, 동작구 노량진에서 태어나 같은 지역에서 중학교(숭의여중)를 마쳤다. “동작을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지역주민과의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지역현안을 반영한 공약을 발굴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당 안팎의 거센 반발 속에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 중이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전략공천 됐다. 기동민 후보는 중앙정치 무대에는 처음 나서는 정치신인이지만,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으로 국민의정부 청와대 행정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한 준비된 신인이다. 
“동작을에서 박원순 시장과 함께 만들었던 서울시민복지기준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실버특화지구 지정 및 육성 ▲맞춤 주거 제공 등의 정책을 통해 3040세대와 5060세대의 표심을 동시에 잡는 다는 전략을 세웠다.   
 
새누리 나경원 vs 새정치 기동민 vs 정의당 노회찬 
정치적 철새들 간 격전…야권후보단일화 여부 주목 
 
정의당에서는 간판스타 중 한 명인 노회찬 전 대표가 출마한다. 노 전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지난 2005년 이른바 ‘삼성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 대법원에서 유죄(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확정되며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그는 지난 1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동작구 주민들을 섬기는 머슴, 누구의 오른팔이 아닌 동작구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겠다”며 “동작을 재보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니라 공주(나경원)를 뽑느냐 아니면 머슴을 뽑느냐 선택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존폐의 기로에 선 통합진보당에서 유선희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노동당에서는 과거 민주노동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김종철 전 진보신당 부대표가 철새들 틈바구니에서 ‘유일한 동작구민’임을 내세워 출마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동작을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 후보는 다자대결 구도에서 51.9%의 지지율을 기록해 기 후보(22.3%)와 노(14.1%)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야권후보단일화를 가상한 양자대결에서도 나 후보는 야권후보들을 압도했다. ‘나경원 대 기동민’ 양자대결에서는 53.9% 대 36.4%로 17.5%포인트 앞섰으며, ‘나경원 대 노회찬’ 양자대결에서 54.8% 대 37.0%로 17.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조사방식 : 유선전화 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중앙일보> 조사연구팀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지난 10~15일 동작을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나 후보는 43.2%의 지지율을 기록, 기 후보(15.0%)와 노 후보(12.8%)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방식 : 유선전화(600명)+휴대전화(200명) 임의걸기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3.5%포인트).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초반에는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점과 통상적으로 유선전화 비율이 높은 여론조사에서는 여권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높게 나온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과정에서 지역일꾼 허동준 전 예비후보를 배제하며 ‘공천 파동’이 일어난 것도 야권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변수
 
최대 변수는 야권후보가 4명에 이르는 만큼 야권후보단일화가 이뤄질지 여부다. 지금과 같은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나 후보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기 때문에 선거 막판 기 후보와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단일화의 키를 쥔 제1야당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나눠 먹기식 야권단일화를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에게 큰 격차로 야권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야권연대를 논의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현재 판세를 보면 야권연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대당 연대는 어렵겠지만 후보 간 합의에 의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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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