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파열음' 안철수-김한길 위기론 전모

비정한 정치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7·30재보선 공천파동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설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동대표가 된 후 한 몸처럼 움직이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던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불화설에 시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합당 이후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어왔다. 원내에 세가 없고 당무 경험이 없는 안 대표에게는 김 대표가 꼭 필요했고, 연일 지지율이 추락하던 구 민주당과 김 대표 역시 안철수라는 상징이 반드시 필요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계와의 통합을 성사시켜 다 죽어가던 야당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두 사람은 이후 공동대표로서 항상 한 몸처럼 움직이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해왔다.

전략적 동맹
전략적 뒤통수

하지만 이번 7·30재보선 공천파동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재보선 공천 결과만 놓고 보면 안 대표는 분명히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모양새다.

안 대표는 당초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반드시 측근들을 대거 원내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이번 재보선 이후에는 다음 총선까지 특별한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마지막 기회였고, 어쩌면 지방선거보다도 더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금태섭 전 대변인을 비롯해 이수봉 전 대표 보좌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이석형 전 함평군수 등 안 대표 측 인사들은 공천과정에서 줄줄이 밀려났다.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반면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대변인과 정장선 전 의원 등은 모두 공천장을 받아 대조를 이뤘다.

김한길이 새정치연합 실세?
공천 때마다 물먹은 안철수


특히 이번 공천파동의 책임론 화살이 모두 안 대표에게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안 대표 측은 불만을 갖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동작을 기동민 후보와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의 공천은 김 대표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초 동작을은 안 대표의 최측근인 금 전 대변인이 출마를 준비 중이었고 안 대표도 금 전 대변인의 공천을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곳이다. 동작을에서 금 전 대변인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유력해지자 이를 감지한 구민주계 국회의원 31명이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공동성명까지 냈을 정도였다. 
 

그런데 김 대표가 안 대표에게 금 전 대변인을 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옮겨주겠다며 기 후보를 동작을에 전략공천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 후보의 공천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고 일을 꾸민 김 대표는 뒤로 빠진 채 모든 비난의 화살은 안 대표에게 쏟아졌다.

꾸민 건 한길인데
욕은 철수가 먹다


게다가 안 대표가 동작을 공천이 무산된 금 전 대변인을 수원정(영통)으로 전략공천 하려고 할 때 김 대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수원정에는 결국 김 대표의 측근인 박광온 대변인이 공천됐다. 안 대표 측 내부에서 ‘김 대표에게 우리가 당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안 대표 측 금태섭 전 대변인의 낙천에 대해 “좋은 이미지와 높은 경쟁력을 갖춘 그가 ‘안철수 사람’이라 역차별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 후보의 공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권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최재천 전 전략홍보본부장을 메신저로 활용했다고 한다. 최 전 본부장은 권 후보의 전남대 법대와 사법고시 선배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광주 광산을에 권 후보를 전략공천 한 것은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천정배 전 법무장관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함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역시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세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울 동작을에 정세균계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낙마시켰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 역시 같은 이유로 김 대표의 작품이란 후문이다.

김 대표와 안 대표의 갈등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정치 문외한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두 공동대표가 사실상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정치 문외한인 안 대표는 그동안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실상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해오면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쌓이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천과 예산, 정책 문제를 논의하는 종합적인 의사조율 기구가 당대표와 최고위원, 도당위원장이 참여하는 당무회의인데 우리당에는 현재 당무회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또 “최고위원회 몇 명이서 결정하니 당이 공정성을 잃어버리고 동의가 안 되는 것”이라며 “지금껏 이렇게 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고문의 지적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몇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안 대표 측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정당활동 경험이 전무하고, 나머지 3명도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다. 당연히 정치경험이 부족한 안 대표가 김 대표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치 초보
당한 줄도 몰라?

게다가 당 대표로서 가끔은 비판이 예상되는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두 대표가 함께 결정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비난의 화살은 정치적 존재감이 더 큰 안 대표가 혼자 뒤집어쓰다시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자 안 대표 측 내부에서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갈등 기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의 불화설에 불씨를 당긴 것은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두 대표가 각각 따로 입장하면서부터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두 대표는 평소 회의장에 들어설 때 의도적으로 항상 나란히 입장하며 굳건한 신뢰관계를 과시하곤 했다. 이는 새정치계와 민주계가 완벽하게 화합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합당 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정당이기에 이런 상징적 의미는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회의에서 금 전 대변인의 전략공천에 대한 일부 최고위원의 반발이 격화되고 급기야 금 전 대변인이 수원 공천을 거절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자 두 사람은 차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따로따로 입장하게 된 것이다.

이날 안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금태섭은 최적최강의 후보였고 기동민은 민주적 절차로 선출한 후보”라면서 “그런 잣대로 비판하면 하나님도 비판받을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끈끈한 의리는 옛말
끈적한 이해관계가 우선


안 대표는 또 지난 15일 권은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권 후보 개소식엔 김 대표가 혼자 참석했다. 안 대표는 또 자신 쪽 사람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를 물리치고 공천된 이개호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보선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안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전남 순천ㆍ곡성 보선에 나선 서갑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안 대표는 단순히 일정 탓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안 대표가 이번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이미 재보선 결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는 일단은 두 대표가 협력하겠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동작을에 안 대표의 측근인 금 전 대변인 대신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후보를 공천시킨 것을 놓고 김 대표가 박 시장 측으로 갈아타려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 뚜렷한 세력도 없는 안 대표가 가장 큰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치7단인 김 대표가 안철수라는 썩은 동아줄을 계속 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갈아타기?
안철수 부활?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놓고 서로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 대표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는 추세에서 안 대표가 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있지만 막상 안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떠나게 되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정치계와 민주계의 연합으로 새롭게 창당된 새정치연합은 1년도 안 돼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안 대표는 이미 새정치연합의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안 대표 역시 김 대표에게 등을 돌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측근 중 현역 국회의원은 송호창 의원뿐인 안 대표가 김 대표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차기 대권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화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어색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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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