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④ '충청 대망론' 안희정 충남도지사

"대권 좇다 도정 소홀? 지금 일 못하면 대권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부벨트에서 예상 밖 싹쓸이 승리를 했다. 당초 승리가 점쳐지던 충남지사선거 외에도 충북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까지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가 차지한 것이다.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새정치연합과 그 전신인 정당이 중원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희정을 잘 키워 대권 후보로 만들자는 '충청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안 지사 본인도 대권 도전의 꿈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안 지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을 놓고 친노의 좌장격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일단 도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권을 좇다 도정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이미 민선5기에 뿌린 씨앗을 민선6기에 꽃 피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충청 대망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안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 민선6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민선6기 도정의 핵심가치는 ‘공정’과 ‘신뢰’입니다. 저는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시대의 부름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민선6기에서는 이러한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문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원칙과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를 구현하고 210만 도민 모두가 주권자로서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입니다.

- 이외에도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 환황해권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서해비전을 구현할 것입니다. 서해안시대 구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및 동북아 번영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또 민선5기의 핵심정책이었던 ‘3농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3농 혁신을 통해 농어업인이 유통과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는 미래 비전를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이외에도 저출산ㆍ고령화ㆍ양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 복지공동체를 실현하고, 민관협치 강화·자치분권 확대 등으로 충남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일 잘하고 유능한 지방정부로 만들어 내겠습니다.

문재인과 경쟁? "각자 최선 다하면 돼"
"민선6기는 결실 맺는 수확의 기간"

- 여권세가 강한 충남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충남은 여권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저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한국의 지역주의를 깨보자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국가에도 해가 되고 충청 또한 영호남에 밀려 영원히 3등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호소가 도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민들이 젊은 지사가 앞으로 더욱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충남도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이 과반수가 넘습니다. 앞으로 도의회와 원만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저는 이미 지난 민선5기에서 도의회가 여소야대인 지방정부를 이끌어왔습니다. 지난 민선5기에서도 대화와 합의를 통해 도정을 잘 이끌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 타 광역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상대를 인정하고 파트너로 대한다는 마음가짐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방정부엔 연정을 꾸릴 만한 권한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정무부지사 자리 하나 주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저는 고작 자리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것보다 도정운영과 관련한 결정과정에 상대 진영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 충남도는 지난해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 결과 최하위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깨끗한 충남도를 만들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비록 일부 공직자라 할지라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저를 비롯해 모든 충남 공직자들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할 시에는 엄단의 조치를 내릴 것입니다.

우선 청렴교육과 제도개선을 통한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제일 먼저 업무의 투명성을 높일 것입니다. 누가 감시를 해서 부정이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행정이 투명하게 공개집행이 되면 공직자들은 자연스럽게 청렴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충남도는 높은 노인자살률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노인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정책은 없습니까?
▲ 우리 도의 노인인구는 전체인구대비 15.6%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대로라면 17년 후인 2030년에는 65세 이상 치매노인이 ‘1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5만9007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도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비를 지원해 시군에서 재가치매노인 주간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낮 동안 65세 이상 재가치매노인을 보호하고 급식, 목욕, 취미 등 기본활동뿐만 아니라 인지재활서비스도 지원해 치매노인의 증상완화와 그 가족들의 부양부담 해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공약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경로당 조성사업이 있습니다. 사랑방 역할에 한정되던 경로당의 기능을 개선해 지역거점화하고 지역 내 복지자원을 연계해 보건·복지·교육·문화·여가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개발과 우선 정책 추진으로 어르신들도 살기 좋은 충남을 건설해 나갈 계획입니다.

- 도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역시 경제 활성화 대책입니다. 임기 중 시행할 경제 활성화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우선 충남도의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디스플레이 메가클러스터 조성,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부품 산업 등을 육성하고 환황해권 시대를 맞이해 중국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을 실시할 생각입니다.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맞춤식 해외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또 지역경제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문화의 지속적 확산, 벤처펀드 설립, 장수기업 격려 등을 통하여 지역경제 활력을 도모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이용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 사실상 차기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셨습니다. 일각에선 안 지사께서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도정에 소홀해지거나, 무리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만.
▲ 대통령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은 ‘정치력’과 ‘행정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 등 행정 관료 출신들은 ‘정치력’이 부족하고, 정치인 출신들은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면 광역단체장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선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면서 지방정부 수장의 정치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들을 차기 대권 주자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앞으로 도정을 운영해나감에 있어서 “도정은 뒷전이고 대권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도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대권 주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차기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친노의 맏형격인 문재인 의원과도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다음 대선에선 문 의원을 돕고 차차기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 문재인 의원님은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정치 선배이자 동료입니다. 특히 문 의원님은 우리 당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내신 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저는 그동안 문 의원님의 인격적 풍모를 존경해왔습니다. 저는 그분을 경쟁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상의해서 합의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 분대로 정치적 소신과 그 위치에서의 역할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저는 저 나름대로 정치적 자산을 키워 가면 되는 것입니다.

도정의 핵심가치는 '공정'과 '신뢰'
신성장동력 확충으로 충남 발전

-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멘토였던 최장집 교수가 안 지사께 <군주론>을 선물해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최 교수님은 제가 1983년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인연을 맺게 된 은사님입니다. 교수님과 저희 83학번들과는 오래된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저는 최 교수님과 졸업 후에도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과 저의 관계를 생각하면 책을 선물하신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고 기사가 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스승께서 제자에게 주시는 의례적인 격려차원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충남은 오래전부터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충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앞으로 시행할 정책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낙후지역의 발전촉진을 위해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역균형발전의 제도적 틀을 구축했습니다. 또 발전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군을 선별해 지역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5년 단위의 균형발전 개발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낙후지역의 지역발전을 견인할 성장동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골고루 잘사는 충남도를 건설해 나갈 계획입니다.

-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습니다. 안전한 충남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후 진도체육관을 찾은 정치인들이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는커녕 왜 왔느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현실 앞에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지사로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우선 재난 안전관리시스템의 전문가를 확충하고, 중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해상재난의 예방과 구조체계를 확립해 골목에서 먼 바닷길까지 생활안전과 치안을 강화하겠습니다. 소방력을 점진적으로 보강하겠으며 응급의료 체계 정비 및 지방의료원 공공성 확대에도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저를 다시 선택해주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선거기간 도민들에게 드린 약속을 깊이 새기고 민선6기 충남도정을 모범적으로 잘 이끌어 가겠습니다. 앞으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의 낡은 정치를 끝내고 도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도민들에게 ‘도지사 참 잘 뽑았다’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담/정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안희정 충남도지사 프로필>


▲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관
▲ 민주당 사무총장실 비서
▲ 노무현 경선캠프 행정지원팀장
▲ 노무현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 민주당 최고위원
▲ 제36, 37대 충청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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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