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아줌마’ 가슴 아픈 사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갑질’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한국HP가 일방적인 대리점 계약 해지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대리점 인근에 새로운 대리점을 열고 사전 통보 없이 업무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 베스트 대리점 상을 수차례 수상한 기존 대리점은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려야 할 신세에 처했다. 업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신종 갑질'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여의도 한국휴렛팩커드(이하 한국HP) 본사 앞,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길가에 한 여성이 '한국HP의 부당한 갑질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남편 이응조씨와 함께 10여년간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서 유일하게 한국HP 판매 대리점인 'DIGITAL HP 중랑점'과 '한국HP 중랑AS센터'(이하 망우동 센터)를 운영해온 윤민자씨다.

맡아달라더니…

이들 부부가 HP와 인연을 맺은 건 2003년 HP 직원이 이씨의 가게에 찾아오면서부터다. HP대리점과 AS센터를 맡아 달라는 것. 이미 1997년 7월부터 삼보컴퓨터 판매를 해오고 있던 이씨는 제휴 업체였던 HP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계약은 HP 판매 업무를 담당한 '대원컴퓨터'와 AS 업무를 담당한 'PC119(현 위피드)'와 체결했다.

이씨 부부는 성실하게 일했다. 한국HP로부터 베스트 서비스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다른 지역 대리점에서 이씨의 대리점으로 AS지원 요청이 올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지난 2012년 6월, AS를 위해 망우동 센터를 찾은 단골고객에게 이씨는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들었다. 중랑구 묵동에 'HP 공인 서비스센터 중랑구점'이라는 이름의 신규 대리점(묵동 센터)이 오픈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 사실 확인을 위해 묵동 센터를 찾은 이씨는 자신의 대리점과 똑같은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곳을 발견했다.

이씨는 본사에 설명을 요구했다. 윤씨가 당시 한국HP 프린터 관련 총괄 차장 황모씨와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황 차장은 "이모 차장에게 전달 받은 해지 대상 지점에 중랑점이 들어가 있어 이 차장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은 게 없다"며 "대리점 계약은 영업부 쪽 업무다. 나는 아는 게 없다. 해지됐다는 메시지만 받았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전 통보는 있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차장은 "(본사에서 요구한) 영업 매출을 맞추지 못한 점이 해지 원인인 같다"고 말해 윤씨를 당황케 했다.

이씨는 함기호 한국HP 대표이사 앞으로 '계약을 해지 당할 만한 귀책사유가 없는데 우월적 지위로 한국HP가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씨는 "이후 본사에서 직원이 찾아와 '본사의 실수로 생긴 일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10년 일했는데…일방적 대리점 계약 해지
베스트 상 수차례 수상한 점주 부도 위기

하지만 1년 뒤 한국HP는 묵동 센터와 AS업무 계약을 체결했다. 망우동 센터와의 AS 계약은 해지됐다. 한국HP 고객지원실에서도 중랑구 AS센터에 대한 문의에 대해 "망우동 센터는 없어졌고 묵동 센터로 가야 한다"는 안내를 했다.

이씨는 "사건의 충격으로 위피드에 AS 일시중지를 요청하고 HP 대표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서면을 보내 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HP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AS를 묵동 센터로 몰아주고 우리 망우동 센터와의 계약은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HP대리점은 AS를 통해야 판매가 이뤄지는 등 AS 비중이 상당하다. AS 계약이 해지된 상태에서 판매만 하는 HP대리점은 존립시킬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 이씨는 한국HP에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HP는 이를 묵살, 이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으나 한국HP에서 조정을 거부했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소장에서 이씨는 "HP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기존 대리점과 아무런 협의나 통보도 없이 중랑구 내에 같은 이름의 또 다른 HP대리점을 내주어 기존 대리점을 고사시켰다"며 "현재는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AS 계약이 해지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사건의 근본원인은 '갑' 중의 '갑'인 HP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며 "10년 넘게 유지해온 AS센터를 해지시키거나 대리점 쪼개기를 하려면 정당한 사유를 들어 최소한의 협의나 통보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주어야 할 텐데 이를 무시한 한국HP의 일방적인 횡포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바 한국HP는 이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HP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한국HP 홍보대행사 프레인 관계자는 "2012년 6월 오픈했다는 신규 대리점은 한국HP 측과 정식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무단으로 AS 및 판매 업무를 진행해 회사 측이 제재를 가한 것이지 이씨 대리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아니다" 반박

이 관계자는 "2013년 8월 위피드가 전국 모든 대리점에 계약 갱신 절차를 공시, 묵동 신규 대리점은 계약체결 정식절차를 밟아 신규 AS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씨 대리점은 갱신 의사를 밝히지 않아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 것"이라며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리점의 영업구역을 보호하거나 이익을 보전해 준다는 명목으로 대리점 개설 의사가 있는 신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공정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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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