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바위 그리는 한국화가 장영애

"돌은 자연의 생명을 노래하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한국화가 장영애 작가의 개인전이 7년 만에 열렸다. 전시 주제는 바위산수. 이번 전시에서 바위는 가장 큰 소재이고, 주체이다. 장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그릴지, 무엇을 전달할지 늘 고민했다"고 했다.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태풍이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뭉친 돌덩이는 서로 엉겨 하늘로 향했다. 마모되거나 둔탁해지지 않은 뾰족한 바위가 자연 그대로의 생명을 노래했다.

바위는 견고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강하다. 움직이지 않기에 죽은 것처럼 보여도 숨 쉬고 있다. 예로부터 석암(바위)은 '살아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어떠한 것보다 강한 생명력을 상징했다. 바위 위에 뿌리 내린 나무는 가지를 뻗고, 흙으로 쪼개진 바위는 자신의 생명을 나눠 거대한 숲을 이뤘다.

7년 만에 전시

장영애 작가는 지난달 우진문화재단이 후원한 57번째 청년작가초대전에 선정됐다. 우진문화재단은 6월26일부터 7월8일까지 장 작가의 그림을 전주 천동로에 내걸었다. 우직하고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자신의 길을 걸었던 장 작가는 기암이 포개진 산수화를 7년 만에 선보였다. 이어 장 작가는 지난 15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그림손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완성도 높은 산수화가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과거 화가 정선은 '금강전도'에서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가파른 바위산으로 그렸다. 태극 중 양의 기운을 상징한 것인데 바위산 왼편의 초목은 음의 기운을 보조하면서 금강전도는 바위산수의 손꼽는 대작이 됐다. 뿐만 아니라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등은 바위산수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장 작가의 이번 작업은 선배 문인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조선 바위산수와 관련이 있다. 형식은 차용하되 내용은 달리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바위는 그림 속 수려한 풍경의 뼈대역할을 한다. 꽃과 새의 화려함 옆에서 바위는 영원한 생명을 불어 넣는다.


장 작가는 그의 선배들처럼 바위를 보기 위해 직접 섬을 오갔다. 스케치여행을 다니면서 매번 같은 풍경이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알았다. 바위는 지금껏 살아 있었다. 아니, 섬 전체가 바위였다. 산과 바다, 하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바위였다.

간혹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어질 때면 바위는 이성을 초월한 상상의 영역이 됐다. 물위에 드문드문 떠오른 조각배처럼 바위섬들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장 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면 아래 깊게 뿌리 내린 바위는 섬을 지지하는 수호신이었다. 태풍에도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았다. 강철 같은 바위가 내뿜는 풍경은 장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조선 바위산수 재해석…화면 역동성 특징
한지에 어두운 수묵…차가운 분위기 의도

가늠하기 힘든 깊이에서부터 수면 위로 솟아 오른 날카로운 형상이 시각적으로 표현됐다. 음양의 조화로운 산수화가 주는 안락함을 포기하고 장 작가는 위태로움과 간절함을 택했다. 바위를 중첩해 겹겹이 배치함으로써 삭막한 현대인의 정서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바위산수인 셈이다.

장 작가의 준법 화풍은 역동성이 특징이다. 화면에 흐르는 긴장감은 교차된 직선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면서 극대화된다. 장 작가는 송곳 같은 바위를 통해 견고한 사회구조 꼭대기에 있는 지배층을 암시했다. 바위 주변에 흩뿌려진 흙들은 "희노애락으로 살 맞대며 살고 있는 산 밑 불빛들과 같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회 구성원인 우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한 듯하다.

바위섬서 영감

한지에 어두운 수묵이 강조된 작품들은 일면 메마르게 느껴진다. 서늘한 색감은 차가운 분위기를 돋운다. 그의 작품에서 얼핏 겨울이 연상되는 건 우리 삶이 쉽지만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장 작가는 '동풍을 기다리며'란 작품을 통해 잿빛 돌덩이를 파란 하늘로 날렸다. 열기구라는 희망의 매듭도 양지 바른 곳에 놓았다. 바위들이 우거진 굽은 길이지만 '우리는 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봄은 언제나 겨울 뒤에 오는 법이다.

 


<angeli@ilyosisa.co.kr>

 

[장영애 작가는?]

▲홍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장영애전(2007·노암갤러리), 장영애전(2014·갤러리그림손) 등 개인전 3회
▲국제미술협력기구 창립초대전(2006·경향갤러리), 전북의자연전(2011·전북도립미술관) 등 단체전 다수
▲전 한국전통문화고·전주예고·예원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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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