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기 내각 ‘미완의 출범’ 파장

실수도 반복되면 ‘무능’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미완성 상태로 출범했다. 6·13개각에서 새롭게 지명된 8명의 내각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며 내각 인선에 구멍이 난 채로 2기 내각이 출범한 것이다.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 후보자 연속 낙마에 이어 장관 후보자도 연속으로 낙마하며 2기 내각은 시작부터 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부터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인사 참사’는 더 이상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지명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어 다음날에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6·13개각에서 지명된 8명의 2기 내각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하며 결국 2기 내각은 미완의 상태로 출범했다. 시작부터 구멍 난 채 출범한 2기 내각에 힘이 실릴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치 앞도 못 본 인사
 
30여가지가 넘는 의혹에 휩싸였던 김명수 전 후보자의 낙마는 ‘예견된 낙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도 그에 대해선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도 하지 않고 지명철회 뒤 곧바로 후임으로 새누리당 당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을 지명했다. 
 
그러나 ‘청문회 위증’ ‘청문회 중 폭탄주 회식’ ‘자녀 부정유학’ 등 심각한 결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정성근 전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지난 16일 오전에 나온 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 발표는 뜻밖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 전 후보자의 사퇴 발표 2시간여 전까지만 해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성근 후보자가)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게 알려져 있고,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그를 두둔하기도 했다. 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사전에 몰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 전 후보자가 갑자기 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정 전 후보자의 부적절한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압박한 것이 ‘결정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 전 후보자의 사퇴 발표 2시간여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에게 제보가 들어온 여러 가지 사안들이 있는데, 교문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교문위원들도 아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가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라고 표현한 문제는 부적절한 ‘여자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차 두고 김명수 지명철회…정성근 자진사퇴
인사 참사 또 되풀이…시작부터 꼬인 2기 내각
 

부적절한 ‘여자 관계’는 정 전 후보자가 지난 2000년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으로, 내연녀의 모친이 모든 정황을 김태년 의원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정 전 후보자가 내정된 지난달 13일 직후 그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김태년 의원실에서 녹취록과 편지, 메모 등을 확보해 놓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부적절한 사생활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충분히 부적격 사유가 많았기 때문에 쓰지 않으려 했지만, 대통령이 임명강행 의지를 밝히자 수집한 자료를 한 방송사와 여당, 청와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자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는 청와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강행 의지를 보이다가 새정치연합이 확보한 ‘결정적 하자’에 꼬리를 내린 모양새로 낙마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사후 대처도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 오히려 의구심을 자아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발표하기까지 청와대의 움직임과 박 대통령의 결정 과정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정 전 후보자의 여러 일과 관련해서는 야당 지도부도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이야기를 해왔고, 여당 대표 및 새 지도부도 당의 분위기를 전달해왔다”며 “폭넓은 의견 수렴이 있었고, (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런 것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 듣고 대통령께서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고를 올린 결과”라고 말했다.  
 
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여러 경로로 정치권의 여론을 수렴한 박 대통령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여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려다 야당이 증거를 확보한 부적절한 사생활 문제로 급히 사퇴로 선회, 또 다시 부실 인사검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한 대처로 풀이된다. 
 
민 대변인은 정 전 후보자의 경우와는 달리 하루 앞서 지명을 철회했던 김 전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식적 사과나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김기춘 책임론’ 재부상
 
한 여권 관계자는 “김명수 후보자 지명 철회에 이어 정성근 후보자 자진사퇴는 박근혜정부에 치명적인 충격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정 전 후보자는 여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려다 급하게 지명을 철회한 모양새여서 인사검증을 책임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또 다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김 실장에 대한 책임론을 재부상시킬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실수도 이렇게 자주 반복되면 ‘무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또 다른 인사 참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 면직 '진짜 이유'

입바른 소리하다 찍혔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남수 교육부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면직을 재가했다. 후임 장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직 장관에게 면직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개각 발표 때 (해당 장관들이) 이미 사표를 제출한 터라, 예정된 절차를 진행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 방식과 비교하면 석연찮은 점이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 발표 이후 “(후임자 임명 전까지)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 달라”며 면직을 유보하다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낙마하자 정 총리를 그대로 유임시켰다. 
 
또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발령을 받은 뒤에는 후임 한민구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장관을 겸직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시점에서 청와대와 잦은 마찰을 빚었던 유진룡 전 장관을 배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유 전 장관이 세월호 참사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제안하는 등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자주 한 것이 이번 면직의 이유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체부의 수장으로, 별다른 실수가 드러난 것이 없지만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장관은 6·13개각 교체 대상에 포함됐을 당시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나를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자유를 위한 한걸음이라고 생각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