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차기 대권주자 함수관계 해부

'도백=대권 지름길'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를 통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광역단체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대권주자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급성장한 이들에게 지역을 넘어 전국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광역단체장과 차기 대권주자와의 함수관계를 집중 해부했다.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민선 6기까지 출범하는 동안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리며 시·도지사들이 '지방의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과 인지도가 커진 것이다. 6·4지방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 10명과 장관 1명이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것은 높아진 광역단체장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며 '시·도지사는 미래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도지사 위상↑
미래권력 지름길?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정치력과 행정력이다. 마찬가지로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잠룡들에게도 정치력·행정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는 사실상 광역단체장이 유일하다.

장·차관 등 행정관료 출신들은 정치력이 부족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 출신들은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한 지역을 이끌어가는 광역단체장은 지역의 인사권과 행정권을 한 손에 쥐고 지역에서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광역단체장은 자천타천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대표적 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이 되기 이전에는 구설수가 많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재선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고, 마침내 국가 최고권력인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6·4지방선거 이후에는 한층 높아진 광역단체장의 위상에 힘입어 수도권뿐 아니라 타 지역의 광역단체장들도 각 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번에 뽑힌 광역단체장들은 오는 2017년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더라도 이듬해 6월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까닭에 해당 지자체별로 별도의 재보선을 치르지 않아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중도 사퇴 부담도 덜하다.

이와 관련,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잠룡으로 급부상한 한 광역단체장은 "다음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 후 6개월 뒤인 2018년 6월에 열려 중도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 개최 부담 없이 대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권력 잠룡들, 대권주자 급부상
정몽준, 유력주자서 단숨에 밀려나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이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 인물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수도 서울에서 1000만 시민들의 선택을 두 번이나 받으며 불과 3년만에 유명 시민운동가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0·26재보선 당선에는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아름다운 양보'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자력'으로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박 시장은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재선 임기 중 치러지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의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 당선된 광역단체장 가운데 박 시장이 얻은 정치적 열매가 가장 크다"며 "본인은 주어진 임기를 충실히 다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 정치상황에 따라 당과 시민들의 강력한 대선 출마 요구가 있을 경우 출마를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차기 대권주자
박원순·안희정 부상

마찬가지로 재선에 성공한 새정치연합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확실히 올렸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힌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라는 상징성과 도지사 재선의 행정경험, 그리고 '충청권 대망론' 등을 내세워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 지사는 재선 성공 이후 당선 소감에서도 “민선 6기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아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대권에 도전해보겠다”며 “민선 6기에서 더 확실히 해서 확신이 든다면 도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안 지사가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에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또 다른 유력주자인 문재인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문재인 양강 체제 차기 대권주자 경쟁이 박원순·안희정 양강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문순 강원지사도 가세할 조짐이다. 최 지사는 4년 전까지만 해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한 차례 지낸 정치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4·27재보선에 깜짝 등판해 강원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재선에도 성공하며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지사는 최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도정을 운영하며 그만큼 건강을 많이 해쳤는데 대권까지 바라보긴 버겁다"면서도 "그 부분(차기 대권 도전)은 언론인들이 쓰고 싶은 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들의 부상에 따라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안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으로 밀어붙여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7·30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론도 안 대표에게 집중되는 모양새여서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안 대표의 새정치연합 합류는 결국 악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안 대표가 진정 차기 대권을 꿈꿨다면 당초의 계획대로 신당 창당을 통한 제3세력화를 끝까지 밀고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최근 잇단 공천 잡음의 주역으로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며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급락하자 "김한길 대표에게 속았다"는 말을 측근들에게 할 정도로 새정치연합 합류를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안 대표가 '공천 파동' 직격탄을 받으며 추락하고 있는 사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며 '본전치기'는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잠정 대권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7·30재보선에서 여권세가 강한 경기 수원병(팔달), 김포에 각각 출마하는 만큼 당락 여부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갈릴 전망이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
'홍·남·원' 3인방 부상


여권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몸값을 올렸다. 지난해 초 진주의료업 폐업 강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기는 하지만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홍 지사는 지난 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정치를 하거나 지방행정을 맡아서 하는 분들이 행정을 하고 정치를 하다보면 국가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 당장 (차기 대권 도전을) 논할 문제는 아니고, 2~3년 후 지방행정을 잘 하다보면 '국가를 맡아도 되지 않겠나'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을 때 나설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단숨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한 단계 도약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쇄신파'라는 꼬리표에 갇혀 있던 이들은 도정 수행에 성공할 경우 중량감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은 보수정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개혁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안희정·홍준표·남경필·원희룡
'지방 소통령', 차기 대권경쟁 우위?

다만 이들 중 원 지사는 지난 3월 제주지사 출마 선언식에서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면서도 "2017년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고 도지사 4년 임기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해 차차기에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들의 부상에 따라 여권의 기존 대권주자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였던 정몽준 전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하며 되돌리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 전 의원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 중 1위로 부상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도지사 임기 종료 후 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를 통한 여의도 정치권 복귀를 거부했다. 대신 국민 속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차기 대선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멀어진 그가 현역 광역단체장 3인방의 거센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원순 서울시장
차기 대권주자 1위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30일~7월4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6.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문재인 의원(15.5%), 3위는 정몽준 전 의원(12.3%)이 차지했다. 안철수 대표는 11.0%로 4위에 그쳤다.

이어 김문수 전 지사(9.1%), 김무성 의원(7.8%), 남경필 경기지사(5.4%), 손학규 고문(3.3%), 안희정 지사(2.9%) 순으로 나타났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RDD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0%포인트).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급' 시·도지사 당내 계파 분석

새정치연합의 계파는 크게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친안(친안철수)'으로 구분된다. 친노 진영의 수장은 문재인 의원, 비노 진영의 수장은 김한길 공동대표, 친안 진영의 수장은 안철수 공동대표다.

이들 중 문 의원과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통해 계파색이 옅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노 진영의 안희정 충남시장이 가세하며 야권의 차기 대권구도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당장 박 시장은 문 의원, 안 대표와 함께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빅3'를 형성했다. 특히 안 대표가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지방선거→재보선 공천 잡음으로 당내 견제 세력이 많은 상황에서 박 시장은 안 대표를 제치고 비노·친안진영을 대표하는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안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며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지분을 문 의원과 나눠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친노진영 내부에서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홍준표 경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모두 친박(친박근혜)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로 분류된다. 비주류 중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무성 의원 등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비주류 차기 대권주자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