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차기 대권주자 함수관계 해부

'도백=대권 지름길'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를 통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광역단체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대권주자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급성장한 이들에게 지역을 넘어 전국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는 여야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광역단체장과 차기 대권주자와의 함수관계를 집중 해부했다.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민선 6기까지 출범하는 동안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리며 시·도지사들이 '지방의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과 인지도가 커진 것이다. 6·4지방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 10명과 장관 1명이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것은 높아진 광역단체장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며 '시·도지사는 미래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도지사 위상↑
미래권력 지름길?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정치력과 행정력이다. 마찬가지로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잠룡들에게도 정치력·행정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는 사실상 광역단체장이 유일하다.

장·차관 등 행정관료 출신들은 정치력이 부족하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 출신들은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한 지역을 이끌어가는 광역단체장은 지역의 인사권과 행정권을 한 손에 쥐고 지역에서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광역단체장은 자천타천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대표적 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이 되기 이전에는 구설수가 많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재선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고, 마침내 국가 최고권력인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6·4지방선거 이후에는 한층 높아진 광역단체장의 위상에 힘입어 수도권뿐 아니라 타 지역의 광역단체장들도 각 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번에 뽑힌 광역단체장들은 오는 2017년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더라도 이듬해 6월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까닭에 해당 지자체별로 별도의 재보선을 치르지 않아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중도 사퇴 부담도 덜하다.

이와 관련,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잠룡으로 급부상한 한 광역단체장은 "다음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 후 6개월 뒤인 2018년 6월에 열려 중도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 개최 부담 없이 대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권력 잠룡들, 대권주자 급부상
정몽준, 유력주자서 단숨에 밀려나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이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 인물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수도 서울에서 1000만 시민들의 선택을 두 번이나 받으며 불과 3년만에 유명 시민운동가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0·26재보선 당선에는 당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아름다운 양보'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자력'으로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박 시장은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재선 임기 중 치러지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의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 당선된 광역단체장 가운데 박 시장이 얻은 정치적 열매가 가장 크다"며 "본인은 주어진 임기를 충실히 다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 정치상황에 따라 당과 시민들의 강력한 대선 출마 요구가 있을 경우 출마를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차기 대권주자
박원순·안희정 부상

마찬가지로 재선에 성공한 새정치연합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확실히 올렸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힌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라는 상징성과 도지사 재선의 행정경험, 그리고 '충청권 대망론' 등을 내세워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 지사는 재선 성공 이후 당선 소감에서도 “민선 6기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아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대권에 도전해보겠다”며 “민선 6기에서 더 확실히 해서 확신이 든다면 도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안 지사가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에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또 다른 유력주자인 문재인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문재인 양강 체제 차기 대권주자 경쟁이 박원순·안희정 양강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문순 강원지사도 가세할 조짐이다. 최 지사는 4년 전까지만 해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한 차례 지낸 정치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4·27재보선에 깜짝 등판해 강원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재선에도 성공하며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지사는 최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도정을 운영하며 그만큼 건강을 많이 해쳤는데 대권까지 바라보긴 버겁다"면서도 "그 부분(차기 대권 도전)은 언론인들이 쓰고 싶은 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들의 부상에 따라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안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으로 밀어붙여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7·30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론도 안 대표에게 집중되는 모양새여서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안 대표의 새정치연합 합류는 결국 악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안 대표가 진정 차기 대권을 꿈꿨다면 당초의 계획대로 신당 창당을 통한 제3세력화를 끝까지 밀고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최근 잇단 공천 잡음의 주역으로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며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급락하자 "김한길 대표에게 속았다"는 말을 측근들에게 할 정도로 새정치연합 합류를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안 대표가 '공천 파동' 직격탄을 받으며 추락하고 있는 사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며 '본전치기'는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잠정 대권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7·30재보선에서 여권세가 강한 경기 수원병(팔달), 김포에 각각 출마하는 만큼 당락 여부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갈릴 전망이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
'홍·남·원' 3인방 부상


여권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몸값을 올렸다. 지난해 초 진주의료업 폐업 강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기는 하지만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홍 지사는 지난 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정치를 하거나 지방행정을 맡아서 하는 분들이 행정을 하고 정치를 하다보면 국가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 당장 (차기 대권 도전을) 논할 문제는 아니고, 2~3년 후 지방행정을 잘 하다보면 '국가를 맡아도 되지 않겠나'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을 때 나설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단숨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한 단계 도약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쇄신파'라는 꼬리표에 갇혀 있던 이들은 도정 수행에 성공할 경우 중량감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은 보수정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개혁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안희정·홍준표·남경필·원희룡
'지방 소통령', 차기 대권경쟁 우위?

다만 이들 중 원 지사는 지난 3월 제주지사 출마 선언식에서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면서도 "2017년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고 도지사 4년 임기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해 차차기에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들의 부상에 따라 여권의 기존 대권주자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였던 정몽준 전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하며 되돌리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 전 의원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 중 1위로 부상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도지사 임기 종료 후 당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을 재보선 출마를 통한 여의도 정치권 복귀를 거부했다. 대신 국민 속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차기 대선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멀어진 그가 현역 광역단체장 3인방의 거센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원순 서울시장
차기 대권주자 1위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30일~7월4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6.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문재인 의원(15.5%), 3위는 정몽준 전 의원(12.3%)이 차지했다. 안철수 대표는 11.0%로 4위에 그쳤다.

이어 김문수 전 지사(9.1%), 김무성 의원(7.8%), 남경필 경기지사(5.4%), 손학규 고문(3.3%), 안희정 지사(2.9%) 순으로 나타났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25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RDD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 2.0%포인트).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급' 시·도지사 당내 계파 분석

새정치연합의 계파는 크게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친안(친안철수)'으로 구분된다. 친노 진영의 수장은 문재인 의원, 비노 진영의 수장은 김한길 공동대표, 친안 진영의 수장은 안철수 공동대표다.

이들 중 문 의원과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통해 계파색이 옅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노 진영의 안희정 충남시장이 가세하며 야권의 차기 대권구도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당장 박 시장은 문 의원, 안 대표와 함께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빅3'를 형성했다. 특히 안 대표가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지방선거→재보선 공천 잡음으로 당내 견제 세력이 많은 상황에서 박 시장은 안 대표를 제치고 비노·친안진영을 대표하는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안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며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지분을 문 의원과 나눠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친노진영 내부에서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홍준표 경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모두 친박(친박근혜)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로 분류된다. 비주류 중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무성 의원 등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비주류 차기 대권주자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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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