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북대 '명박 스캔들' 전모

명예 좇다 망신살 뻗치고 체면 구겼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퇴임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난데없이 '명박(명예박사) 스캔들'에 휘말렸다. 경북대가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반대여론이 일면서 온갖 잡음이 불거진 것이다. 경북대는 결국 학위 수여를 잠정 연기했다. 이 전 대통령과 경북대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지난달 24일 국립 경북대학교(총장 함인석)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당장 지역 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경북대 교수노조와 총학생회에 이어 졸업생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교육과 국가운영에 실패하고 비리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잠정 연기

이들은 잇달아 반대성명을 내고 릴레이 1인시위를 하는 등 끈질기게 학교 측을 압박했다. 경북대는 결국 지난 9일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던 계획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당초 경북대는 16일 이 전 대통령에게 국가 경영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경영학박사학위를 수여할 예정이었다.

잠정 보류 결정은 여론의 압박을 느낀 이 전 대통령 측이 학위 수여를 고사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위 수여를 취소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만약 학교 측이 아예 학위 수여를 취소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학위를 수여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취소나 마찬가지지만 경북대는 이 전 대통령의 체면을 생각해 잠정 보류라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학위 수여를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반감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학교 측이 학위 수여를 다시 강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 논란은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북대가 왜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강행하려 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특히 경북대 측은 이 전 대통령에게 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절차까지 무시해가며 이를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원위원회가 추천서와 공적서를 심의해야 하는데 이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추천서와 공적서가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총장이 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한 뒤 거꾸로 남은 절차들을 진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학위 수여 여부를 심사해야 할 교수들조차 경북대가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것이란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경북대와 이명박은 어떤 관계?
지역에선 총장 정치 입문설까지


또 경북대학교는 지난해까지 총 65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지만 전직 대통령에게 학위를 수여한 적은 없었다. 때문에 지역 내에선 이 전 대통령과 경북대, 함인석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함 총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합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회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친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역에선 오는 8월 퇴임을 앞둔 함 총장이 정치권 입문을 위해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일각에선 경북대가 상주대를 흡수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명박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준 것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경북대는 이명박정부시절 각종 국가사업에 적극 동참하며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북대가 상주대를 흡수 통합한 이후 추진한 첫 사업도 낙동강연구원 설립이었다. 낙동강연구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겨냥해 설립한 것이었다. 경북대는 연구원 설립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총장의 정치입문설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당시 전국적으로 대학 간 통합이 이뤄지면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았다. 우리 학교만 특별하게 이명박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북대 교수협 관계자도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과 경북대 간의 커넥션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이 경북대에 해준 것이 너무 없어서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학교에 도움을 줬다면 오히려 그 점을 내세워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텐데 이 전 대통령은 경북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원불교에 원음방송을 허가해 준 공로로 불교계 대학인 원광대로부터 명예 정치학 박사를 수여받은 적이 있다.

한편 정치인들이 명예박사에 집착하는 것은 정치적 경륜과 능력을 인정받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역 정치인의 경우에는 득표와 연결되는 '동문'을 확장하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이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목포대로부터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목포대 동문회 행사에 참석하는 등 대선 행보에 이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내외 대학으로부터 무려 19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학교 측에서는 명예 학위를 수여하는 것에 대해 인색할 이유가 없다. 따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유력 인사를 후원자로 얻으면서 학교의 인지도와 위상,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선 정치인들의 명예박사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실제로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 중 80%가량은 정관계 인사라는 통계도 있다.

사실상 취소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다르다. 미국 애리조나대는 과거 오바마 대통령을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을 해주도록 부탁했는데 명예박사 학위는 수여하지 않았다. 당시 임기를 막 시작해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는 명예박사 학위라도 학문적 성과가 없으면 수여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핀란드는 아예 공직자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뇌물로 간주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하는 우리나라의 이상한 관행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대통령 명박 수여 실태
김대중 최다, 박정희 '0개'

그동안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재임 전후를 통틀어 총 5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장 많은 학위를 수여받은 대통령은 19개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다음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10개, 이명박 전 대통령이 7개를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 하나의 명예박사 학위도 받지 않아 대조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명예박사 학위 수여 제의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배불리 먹이는 게 최고의 박사"라며 고사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내에서 받은 학위 중엔 정치학박사가 6개로 가장 많았고 법학박사가 5개였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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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