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안철수·김한길 무덤론' 막전막후

최악의 공천참사 "지방선거 그렇게 말아먹더니 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7·30재보선 공천과정을 지켜본 당 관계자들은 한 마디로 '공천참사'라고 표현했다. 명분 없는 전략공천이 난무했고, 당원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충돌까지 있었다. 이번 공천을 주도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다가오는 재보선이 두 사람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 나도는 이유다.

"이제 두 사람(안철수·김한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다."
진통 끝에 7·30재보선의 대진표가 드디어 완성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공천 후폭풍에 휩싸여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지역에선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당원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충돌까지 있었다.

개혁공천?
공천참사

이번 공천과정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제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두고 '불통'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번 공천과정을 지켜보니 두 사람이 박 대통령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번 공천을 주도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당 안팎에선 이번 공천과정에 대해 "개혁공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악의 회전문 공천"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공천참사'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자칫 이번 공천 결과가 전체 재보선 판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공천과정을 지켜보며 "국민은 재보선에서 우리 당을 도와주려는데 우리가 걷어차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모두 15곳에서 치러진다. 역대 최대 규모로 선거의 승패에 따라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어온 중요한 선거다.

'동지' 조경태 마저 안철수 맹비난
원칙·신뢰 무너진 사상 최악의 공천


당초 선거판세는 새정치연합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세월호 참사 정국과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GOP 총기 사고 등이 이어지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하락했고 새정치연합은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과정은 새정치연합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우선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이며 여야의 승패를 판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히던 동작을에는 난데없이 광주 광산을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전략공천 돼 논란을 일으켰다. 기 후보는 당시 광주 광산을에 선거사무소까지 차려놓은 상태였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을 전략 공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지난 8일 기 후보의 동작을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당초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던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지지자들이 몰려와 항의를 하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됐다. 허 후보는 지난 2000년부터 동작을을 지켜온 인물이다. 기 후보와 허 후보는 486 운동권 출신으로 '20년 지기'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낙하산 인사
지역민 우롱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고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로 눈길을 끌었던 광주 광산을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은폐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전략공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대선 직후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태와 관련해 제보자에게 고위직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에 휩싸여 곤혹을 치른바 있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권 과장을 광주에 공천함으로써 매관매직 의혹에 또 한 번 스스로 불을 지피고 있다는 비판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권 과장이 정치권 진입을 노리고 그동안 허위진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로 권 과장이 수사 은폐 당사자로 지목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고 재판과정에서 권 과장의 진술은 여러 허점이 노출됐다.

이 같은 의혹이 선거 과정에서 계속 불거진다면 수도권 전체 판세에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권 과장은 그동안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미 지역에서 다수의 후보들이 선거활동을 펼치고 있던 상황에서 권 과장의 갑작스런 전략공천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광주 광산을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폭로에 대한 보은 차원이 아니라면 권 과장을 왜 전략공천한 것인지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했던 천 전 의원은 결국 공천 결과에 승복했지만 당 내에서는 두 공동대표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속임수까지 쓰면서 '천정배 죽이기'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안 대표는 동작을에 출마했던 자신의 최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수원정에 전략공천하고 이미 수원정에 출마한 김한길 대표의 측근인 박광온 대변인을 수원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막판까지 묻지마 낙하산인사가 횡행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의 상당수 후보들은 당 지도부가 갑자기 내리꽂은 인물들이라 후보자등록일까지도 주소지를 선거구로 이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치르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다. 제1야당의 후보들이 자신은 투표권조차 없는 상태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재보선 공천참사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당장 조경태 최고위원은 권 전 과장의 전략공천을 비판하며 "만약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고 두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조 최고위원은 두 공동대표와 비교적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던 인물이었다.

안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던 당시에는 신당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공천 과정을 계기로 조 최고위원마저 두 공동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이전부터 두 공동대표에게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던 구민주계 인사들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재보선을 기점으로 조기 전대론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필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공천이 끝난 후 비난의 화살은 온통 두 공동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이 친노를 위시한 구민주계 부활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친노 부활
안철수 몰락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벌써부터 재보선 승패 기준점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가 치러지는 15곳의 원래 주인을 따지면 새누리당 9곳, 새정치연합 5곳, 통합진보당 1곳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7대8만 나와도 이긴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지만 구민주계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박근혜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감안할 때 적어도 10곳 이상에서는 이겨야 성이 차는 선거라는 것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이번 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조기 전대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두 대표의 원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동작을에서 패한다면 두 공동대표는 책임론을 피해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두 공동대표가 전략공천을 강행한 기동민 후보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인지도도 없고 명분도 없는 인사를 가장 중요한 격전지에 꽂아 넣었다"는 비판여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재보선 승패기준점 놓고 당내 이견
'마음은 콩밭에' 불붙는 조기 전대론

반면 새누리당은 동작을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거물급 인사인 나경원 전 의원을 공천했다. 나 전 의원과 같은 거물급 인사를 상대로 기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작을은 노량진 대방 등으로 이뤄진 동작갑과 달리 사당 흑석 등 여권 지지 성향이 높은 동네로 구성돼 있어 야권으로서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당초 새정치연합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되던 재보선의 판세는 어느 순간부터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잡음이 언론을 통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재보선이 두 사람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 나도는 이유다.

특히 안 대표는 이번 재보선 말고는 앞으로 특별한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측근들을 원내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천과정에서도 안철수의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떠나간 측근
외로운 철수

오히려 안 대표의 최측근인 금 전 대변인은 동작을 공천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안 대표와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공천과정을 거치면서 김 대표마저 안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측근들이 연이어 안 대표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은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10년 가까이 여권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야권이 드디어 향후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명분 없는 공천의 책임을 회피할 유일한 방법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 뿐이다.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설사 두 사람이 대표직을 유지한다 해도 사실상 허수아비 대표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천참사 비판에 격노한 안철수
"그런 잣대라면 하나님도 비판받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이 7·30재보선 전략공천 과정에서 제 사람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공천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또 "기존 후보로 힘든 상황에서 가용한 인재풀을 총동원해 최적최강 후보를 뽑았고 어떤 사적 고려도 없이 원칙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했다"며 이번 공천과정에 대한 비판에 적극 항변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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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