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③'혁신의 아이콘' 남경필 경기도지사

"힘들어도 '혁신의 길'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남경필 신임 경기도지사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꾸린 것도 인수위원회가 아닌 혁신위원회였다. 도지사 취임 후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차를 직접 운전해 첫 출근을 했다.

남 지사는 사실 가장 평탄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 중에 한 명이다. 불과 33살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내리 5선을 했다.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낙선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가장 험난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남 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 전 부의장이 국회에 입성하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청와대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한다는 이유였다.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한 대가로 남 지사는 당시 사찰까지 당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남 지사는 대통령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남 지사가 또 한 번 파격적인 정치실험에 나선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타파하겠다며 야당과의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연정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본인을 비롯해 모든 관료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연일 파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남 지사가 몰고 온 혁신 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남 지사의 정치 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남경필 신임 경기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민선 6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최우선 과제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소방재난본부를 안전컨트롤타워로 만들고 예방점검ㆍ대응ㆍ복구 등 재난안전업무를 소방재난본부로 일원화해 총괄하겠습니다. 또 소방재난본부 산하에 도지사 직속 안전기획관을 신설해 도내 안전 문제를 챙기겠습니다.

- 이외에도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요?
▲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으로 저는 '따복(따뜻하고 복된)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공동체 복원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 나가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복마을을 통해 예전의 온정 넘치는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속에서 일자리와 복지도 찾아낼 것입니다. 앞으로 따복마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도지사 직속의 TF를 꾸리고 따복사랑방, 따복서당, 따복놀이터, 따복동아리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도지사 당선 후 경차를 직접 몰고 출근을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께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쇼'라며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시면 저의 진정성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지금도 먼곳을 현장방문 할 때는 불가피하게 관용차를 이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도청에 출퇴근하는 일까지 관용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경차는 제가 구입한 개인차량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끊임없이 혁신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저는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12일간 머물면서 우리 사회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남을 비판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바뀔 때 시작됩니다. 경기도지사가 됐으니 제가 주장한 혁신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취임 후 경차 몰고 출근하자 '허걱'
"혁신행보가 쇼라고? 지켜봐 달라"

-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정치권에선 남 지사를 이미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대권에 도전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 황송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지금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옷을 입은 느낌입니다. 대권은 아직 제게는 먼 일입니다. 우선 급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아직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도정을 잘 이끌어 인정을 받게 되면 대권은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 사실 남 지사께서는 당초 당 지도부의 요청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선거에 나서게 됐습니다. 때문에 향후 도정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경기도지사는 제가 8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입니다. 지난 2006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 참여해 김문수 전 지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저는 김문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경기도의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김 전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는 인수위원장을 맡아 경기도정을 세밀하게 살피기도 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경기도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알고 있고, 경기도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에 대한 준비도 잘되어 있다고 자부합니다.

- 경기도에서 연정을 시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느 한 정당을 선택한 것은 그 정당이 추구하는 노선과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연정을 위해 이를 대폭 수정한다면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는 겨우 0.8%라는 적은 표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승자가 100%를 독식하는 지금 같은 구도에서는 정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승자독식 상황을 '윈윈게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나서서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연정은 도지사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도민 행복'이란 지향점에는 이념이나 정파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양당이 제시한 공약을 보면 80% 이상이 유사합니다.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지향점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중 하나인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킬 생각도 있으신지요? 야권에서는 연정의 조건으로 해당 조례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 연정의 출발인 여야정책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책협의의 아젠다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방선거에서 저와 김진표 후보가 걸었던 양당의 공약이고, 두 번째는 민선 5기 마지막 도의회에서 통과된 생활임금조례를 포함한 4개 조례안에 대한 입장입니다. 여야가 진지하게 열린 자세로 논의 중인만큼 저 역시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서 도출해 낸 결과에 따르겠습니다.

- 현재 도민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현안은 출퇴근 대중교통 문제입니다. 지난 선거 기간 김상곤 후보의 '앉아가는 아침'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김 후보의 공약을 적극 반영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 경기도 교통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김 후보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면 도민들이 원하는 버스 정책의 핵심은 '무상'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입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리고, 또 타서도 콩나물버스에서 힘들게 통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타서 앉아가는 '굿모닝 버스'를 구상했습니다. 굿모닝 버스를 통해 서울로 가려는 경기도민은 터미널까지만 오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게 됩니다. 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좌석예약도 할 수 있어 앉아가는 아침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숫자에만 집착하는 공약은 아닌지요?
▲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에는 약 25만 개 정도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들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식기반 일자리, 문화 콘텐트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에 근접한 판교·광교 테크노밸리 등에 지식집약산업, 바이오·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특히 투자와 멘토링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G-슈퍼맨 펀드를 8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청년 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저는 경기도를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 경기도는 북부와 남부 간 격차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오죽하면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경기북도'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낙후된 경기북부의 발전을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 우선 경기북부를 옭아매고 있는 이중삼중의 규제를 합리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규제를 시·군으로 분산하겠습니다. 그 후 중앙정부에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촉구할 생각입니다.

또 (가칭) 경기북부 지역발전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경기북부발전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습니다. 구리~포천·서울~문산 민자도로, 국지도 39호선, 국도3호선 우회도로, GTX 파주 연장, KTX 의정부 연장, 교외선 복선전철화 등 교통, 철도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역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경기도민은행을 경기북부에 설립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기득권 내려놓기, 도지사부터 
연정으로 '윈윈(win-win)정치'

-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직자들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큽니다. 깨끗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저는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이면서도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행정을 펼치며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도민들에게 최대한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비리 문제가 불거질 소지는 애초부터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깨끗한 경기도를 만드는 본질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경기교육감으로 진보성향인 이재정 교육감님이 취임하셨습니다. 과거 김문수 전 지사와 김상곤 전 교육감은 교육재정 분담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기도 했는데 걱정은 없으신지요?
▲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는 이념과 정파가 없습니다. 당선 후 이재정 교육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문제에 이념과 정파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정책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해지면 방법론은 맞출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재정 교육감이 공약한 초등체험학습·수학여행 무상화, 혁신학교 확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근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은 정책협의를 위한 상시 창구를 구성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양 기관이 정책 책임자를 두 명씩 파견해 상시 운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포함된 3+3 회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이 다소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일단 공통점부터 찾아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경기도는 산업단지가 많아 그만큼 산업재해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도내 산업 재해율을 낮출 방안은 무엇입니까?
▲ 안전은 시대정신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가 428명이나 됩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각 사업체마다 안전관리사가 있지만 대부분 회사의 총무부장, 경리부장이 안전관리사직을 겸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실정이었습니다.

50인 이하 소기업에는 안전관리사를 배치할 의무 규정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기도가 안전관리사를 직접 채용해 지역별로 배치하겠습니다. 또 경기도 전역의 안전 실태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소방을 포함한 안전기술직 인력을 대폭 보강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 저는 현장에서 도민들과 소통하는 도지사가 될 것입니다. 경기도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대한민국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라 합의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갈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남경필 경기도지사 프로필>


▲ <경인일보> 기자
▲ 제15~19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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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