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②안·김 정치생명 건 7·30 '단두대 매치'

"기껏 잘해야 본전…이겨도 죽 쒀서 개 줄 판"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또 한 번 '단두대 매치'를 치르게 됐다. 여야의 명운이 달려 있는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이다. 여야 간의 승패에 따라 양 대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일요시사>가 두 사람의 정치생명이 걸린 '7·30재보선 단두대 매치'를 분석해봤다.

여야의 명운이 달려 있는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절호의 기회라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팽배하다.

다가오는 재보선
정치적 명운 걸다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선거의 중요성을 반증하듯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중진 이상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 격인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모두 15곳에서 치러진다. 그야말로 '미니총선'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02년 8월 재보선(13곳)의 기록도 이로써 갈아치우게 됐다.
특히 선거의 승패에 따라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10년 가까이 여권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야권이 드디어 향후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승리한다면 재보선을 진두지휘한 두 대표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안철수 vs 반안철수 연대 정면 대격돌
양 대표, 전략공천 덫에 빠져 '허우적'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무공천 및 계파갈등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데다가 인천과 경기를 내주며 위상이 실추됐던 두 대표로선 누구보다 재보선 승리가 절실하다. 현재 147석인 새누리당은 4석 이상을 얻어야만 과반인 151석을 방어할 수 있다.


재보선 15곳 가운데 여야 모두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수도권 재보선 지역은 6곳이고, 충청권은 3곳이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은 2곳에서 재보선이 실시된다. 새정치연합의 강세지역인 호남지역 재보선 4곳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최소한 영남권 2곳과 수도권·충청권 2곳에서 승리를 해야 과반을 유지할 수 있다.

일단 재보선의 전체적인 판세는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3일~26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한때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논란에 휩싸이며 20%대까지 하락했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30%대까지 치솟았다.

치솟은 지지율
최고의 호기

세월호 참사 정국,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GOP 총기 사고 등은 분명 야권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문창극 후보자 논란은 월드컵 열기조차 무색케 할 정도였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30%대까지 폭락한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까지도 유효했던 새누리당의 '박심 마케팅'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호재는 아직도 줄줄이 남아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새로운 장관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는 정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조사 도중 유가족과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잠을 자거나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해 구설에 오르는 등 열심히 자책골을 넣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장관들에 대한 의혹들도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논문표절, 병역비리, 세금탈루 등 높아진 검증기준을 적용해 새롭게 임명한 장관후보자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 대통령의 '막장인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가운데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여권의 결집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당초 컨벤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는 연일 후보들 간 이전투구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표를 갉아 먹고 있다. 전대를 치르며 당 내분이 확산되면서 재보선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전투구 끝에 새롭게 취임할 당 대표가 곧바로 치러질 재보선을 제대로 진두지휘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전당대회에 나온 인사들 중 여론조사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한 인사들이 모두 비리혐의에 휩싸였거나 과거 비리전력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어 전당대회가 새누리당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일례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경우 최근 딸의 교수특채 대가로 사학비리를 비호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그야말로 새누리당은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대표와 김 대표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새정치연합도 내부 공천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새정치연합은 지난 3일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대해 동작을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 대표실을 점거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동민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당초 광주 광산을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었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인지도도 없고 명분도 없는 인사를 가장 중요한 격전지에 꽂아 넣었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이며 여야의 승패를 판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히는 곳이다. 이처럼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될 경우엔 당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재보선의 판세가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면서 당 내부의 공천 갈등과 그 후유증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심해진 공천 후유증
복잡해진 역학구도

새정치연합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재보선은 여름 휴가철이 한창일 때 치러진다. 새누리당의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다. 7월 청문회와 세월호 국정조사 등도 새정치연합이 어떻게 세련되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연이어 총리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장관 청문회가 정치적 공세나 발목잡기로 대중들에게 비쳐질 경우엔 오히려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상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새정치연합이 먼저 경제성장과 복지 등에 있어서 대안을 제시하고 정국을 주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두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다고 해도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상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김·안 정치적 입지 넓힐 호기?
재보선, 김·안 정치적 무덤 될까?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두 사람은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당을 살려냈지만 '세월호' 덕분이라는 냉혹한 평가만 받아야했다. 오히려 세월호 정국으로 유리한 판세에서도 수도권 광역단체장 2석을 빼앗긴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이 완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이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잘해야 본전'이란 뜻이다.

또 공천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전략공천을 반대하는 구 민주계 세력이 강하게 뭉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동작을에선 당초 안철수계 인물인 금태섭 대변인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현역의원 31명이 이에 반발하며 공동성명을 냈다.

그들이 지지한 것은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었다. 31명에 달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공천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은 친노 또는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구 민주계가 두 공동대표에게 정식으로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측근 챙기기
딜레마 빠져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두 공동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자신의 측근을 전략공천하는 무리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겨도 다른 계파 수장의 측근들만 국회에 입성하는 꼴이 되고, 지게 된다면 공천 작업을 주도한 두 대표의 책임론만 부각될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당내 거물들이 복귀하게 되면 두 대표의 입지가 더욱 흔들릴 위험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원래 자신을 챙겨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 옆에 모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이번에도 자기 사람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측근을 챙길 수도 없고, 안 챙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두 사람이다. 이번 재보선이 두 공동대표의 무덤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은 재보선을 통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추락하게 될까? 두 사람의 정치생명이 걸린 '7·30재보선 단두대 매치'가 다가오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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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