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인사청문회 '2+α 낙마' 전략 대해부

고장 난 인사시스템 속 안목 없는 대통령 "날릴 후보 수두룩"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청문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10일까지 9명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릴레이로 열리게 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수행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 이미 각종 의혹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2명의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는 한편, 추가로 2~3명의 부적격 후보자를 추가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2+α 낙마' 전략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9명의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가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한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여야 모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무사히 넘어갔다. 또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도발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등 급박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다음날 곧바로 임명 절차까지 마쳤다.

청와대 부실검증
문제후보 수두룩

문제는 남은 8명의 후보자들이다. 7~10일에 나눠 열리는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는 한 장관의 사례와 달리 여야 간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필두로, 대부분의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청문회 전 이미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문회 4대 쟁점'인 부동산·세금·논문·병역 관련 의혹 외에도 음주운전, 자녀 특혜 취업, 편향적 이념논란 등 다양한 의혹들을 받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이미 김명수·이병기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기로 하고, 추가로 2~3명의 후보를 상황에 따라 낙마시키겠다는 이른바 '2+α 낙마' 전략을 수립하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앞서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하고 언론검증 단계에서 잇달아 낙마한 상황에서 추가 낙마자가 발생할 경우 국정혼란은 물론 다가오는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9명 전원 생존'을 기본방침으로 정했다.

자고나면 커지는 의혹…'점입가경' 후보자들
청문회 4대 쟁점 외에도 다양한 의혹 쏟아져

야권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는 후보자는 김명수 후보자다.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취득, 칼럼 대필 등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이 30여건이 넘을 정도로 역대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지난달 25~30일 전국 학부모와 시민 23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인 2232명이 김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생각한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도 좋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만 30여건이 넘는다"며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정도인 그는 이미 부적격자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 후보자를 겨냥해 "지금 청문회 후보자로 내보낸 분들 중 국민이 생각하기에 미흡한 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역대급 의혹 김명수
다른 후보 방패막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를 이병기 후보자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후보자에게 언론과 야권의 시선이 쏠린 사이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후보자들 청문회를 대충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잇단 총리 낙마에 사회부총리 후보자까지 중도 낙마하는 것은 정권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전원 청문회 통과'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진지하고 솔직한 해명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후보자 전원을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여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김 후보자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차떼기' '북풍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던 이병기 후보자도 현미경 검증을 통해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의 경우 최근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해명을 한 것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 유학자금, 골프회원권 등 씀씀이가 큰 와중에도 1997년 1억8000만원에서 현재 5억2000만원의 예금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존 예금에 국정원 2차장 퇴직금, LIG손해보험 급여 일부와 여기에 붙은 이자로 예금이 늘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국민건강보험 납부 내역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사돈기업 LIG손해보험 근무 외에 사위가 감사를 맡았던 ㈜그린샵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소득원이 있었지만 이를 밝히지 않고 거짓해명을 한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칼럼 대필 등 무려 30여건 이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와 차떼기, 북풍조작, 거짓해명을 한 이 후보자는 도덕성은 물론이고 기본적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플러스알파
낙마 노린다

야권 내부적으로는 이들 외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등도 이른바 '낙마 리스트'에 올려놓고 날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 명씩 살펴보면 정종섭 후보자의 경우에는 군복무 중 박사학위 취득, 논문 중복게재, 위장전입 의혹 외에 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특혜 취업 의혹도 받고 있다.

최양희 후보자는 군복무 중 프랑스 유학과 미국 연수, 서울대 교수 재직 중 정치후원금을 낸(국가공무원법 위반) 것과 관련한 논란, 농지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농지법 위반과 관련해 최 후보자 측은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구입한 뒤 해당 필지에서 채소 등을 재배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잔디밭에 고추묘목 10여개를 심은 듯한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급조 고추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방배동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관행에 따랐지만 잘못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정성근 후보자는 2차례 음주운전, 이념 편향적 발언 논란에 이어 지난 2일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는 2000년 5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 86㎡(약 26평)를 3억4000만원에 매입한 후 3년7개월 뒤 5억원에 되팔아 1억6000만원의 단기 시세차익을 올렸다. 양도세 3200만원을 제외해도 1억28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조 의원은 "정 후보자는 거주목적이 아닌 전형적인 투기를 위해 용산구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이 아파트는 90년대 말 서울 아파트 재건축 열풍이 일던 당시 조성된 것으로, 분양 당시부터 주목할 만한 투기처로 언론의 각광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야, 김명수·이병기 + 2~3명 추가 낙마
여, '낙마 공세' 차단…'전원 생존' 목표

이외에도 야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등 정치인 출신 후보자들에 대해선 각각 금융권 관계자,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한 대가성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야권의 대대적 공세를 받지 않고 있는 인사는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다수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이 도덕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2+α 낙마를 목표로 청문회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예전 같았으면 청문회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을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며 "부상병 집합소처럼 이런 후보자들만 골라 추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권 핵심 당직자는 "야권이 내각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 두 명과 플러스알파를 낙마시키겠다며 각종 의혹을 생산하고 있는데, 청문회를 해보기도 전에 낙마 대상을 정하는 것은 인사청문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격"이라며 "청문회에서 차분하게 본인의 해명을 들어보고 그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를 숙고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임명 강행
국정 파행 불가피

한편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박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야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한 국정운영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거센 2+α 낙마 공세와 여권의 전원 생존 수성전이 맞붙을 청문회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박근혜정부 2기 내각 릴레이 청문회 일정>

▲ 7월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 7월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 7월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 7월10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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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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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