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품귀 현상 빚는 나이트클럽 요지경실태

골뱅이도 ‘제조’할 수 있다?

남성들이 나이트클럽에 가는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하룻밤의 섹스, 즉 원나잇스탠드를 하기 위함이다. 낯선 여성과의 짜릿한 섹스는 거의 모든 남성의 몸과 마음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남성들은 원나잇을 위한 다양한 노하우와 스킬을 배우고 단련하기를 원하며 실전에서 그것이 통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무리 배워도 결국에 응용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으니 바로 이런 남성들에게 최고의 원나잇스탠드 상대자는 다름 아닌 ‘골뱅이’가 아닐 수 없다. 나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골뱅이’에 관한 모든 것을 취재했다.

골뱅이는 술에 만취해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여성을 말한다. 따라서 남성이 업고 모텔에 갈 수 있으며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녀와의 하룻밤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심지어 모텔에 가지 않고 나이트 룸에서 곧바로 섹스가 가능한 경우까지 있다. 뛰어난 내공을 갖추지 못한 하수들에게는 원나잇을 즐기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성폭행’으로 몰릴 위험성도 없지 않다.

성매매 여성 ‘싫어’
아마추어는 ‘좋아’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나이트클럽을 자주 찾는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애인도 없는 상태라 늘 새로운 섹스 상대를 찾지만 나이트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몇 만원이면 성매매를 할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순수한 ‘아마추어’가 더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늘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외모의 조건으로만 봐서는 ‘선수’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낯선 여성을 작업해도 성공확률이 극히 낮았던 것이 사실. 그런 그가 나이트를 자주 찾는 것은 다름 아닌 ‘골뱅이’ 때문이다.

김씨는 “사실 나 같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나이트에서 원나잇을 할 수 있는 건 골뱅이들 때문이다.

일단 술에 만취한 여성들은 졸리기 때문에 스스로 모텔에 가기를 원하고 그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론 정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그녀들도 뭔가 ‘속마음’이 있기 때문에 남자를 따라가는 것 아니겠나. 처음에는 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일단 격렬한 섹스가 시작되면 빨리 끝내고 자고 싶어 하는 것이 그녀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결국 나는 아주 손쉽게 그녀와의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나이트 방문 남성 절반 골뱅이 원해 공급이 수요 못따라
하룻밤에 양산되는 골뱅이 5~10명 ‘골뱅이 쟁탈전 치열’

사실 김씨와 같은 욕구를 가지는 남성들은 적지 않다. 이른바 ‘선수’들은 대부분 몇 번 부킹을 하지 않아 자신의 섹스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하수’들은 운이 좋지 않은 경우 골뱅이마저 자신의 차례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트에서는 밤마다 ‘골뱅이 쟁탈전’이 벌어지곤 한다.

웨이터 ‘강호동’은 “하룻밤에 만들어지는 골뱅이는 5명에서 10명 사이다. 그러나 나이트에 오는 절반 이상의 남성들이 골뱅이를 원한다. 자연스럽게 웨이터들 사이에서는 단골손님을 두고 ‘골뱅이 쟁탈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때로는 골뱅이를 두고 ‘이번에는 네가, 다음 번에는 내가’라는 식의 협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숱하다. 그만큼 골뱅이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웨이터들은 골뱅이의 ‘희소가치’를 깨닫고 아예 ‘양식 골뱅이’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여성 스스로 술을 먹어 취하는 경우를 ‘자연산 골뱅이’라고 본다면 양식 골뱅이는 웨이터가 전략적으로 여성에게 술을 많이 먹여 골뱅이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웨이터의 뛰어난 전략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양식 골뱅이’를 만들기 위해 웨이터들은 어떤 기지(?)를 발휘하는 것일까.

우선 웨이터들은 골뱅이를 만드는 최적의 날씨를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중충해서 우울하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다. 그런 날들은 ‘센티멘털’해진 여성들이 약간의 계기만 있어도 술을 퍼붓게 마련이고 어김없이 골뱅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웨이터들이 일부러 술을 권하는 자리에만 부킹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하면 여성들도 어쩔 수 없이 한두 잔씩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골뱅이의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웨이터들에게는 ‘예비 골뱅이’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웨이터 이모씨는 “골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마에 ‘나 골뱅이 된다’고 써붙이고 있는 여성은 없다. 그녀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보면서 그녀들이 오늘 하루 진탕 술을 마실 여성인지 아닌 여성인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일탈을 갈구하는 그녀들의 눈빛을 캐치해내는 것이다. 일단 그런 여성들은 행동이 급하고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경우가 많다. 오늘밤에 뭔가를 꼭 해야 하는 급한 마음에 휘둘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두 잔 권하는 술에
양식 골뱅이로 둔갑?

또 “옷도 색깔까지 신경 써서 잘 차려 입은 경우가 많다. 아예 마음먹고 나이트에 온다는 것이다. 그런 여성들은 대부분 웨이터가 부킹을 해주지 않아도 연신 캔들을 들고 부킹해달라는 싸인을 주게 마련이다. 그런 여성들은 거의 99% 골뱅이로 변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성 손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 가만히 앉아있는데 골뱅이가 와서 자신의 품에 안길 거라는 생각보다는 자신도 조금 노력하면 보다 빠르게 골뱅이를 ‘제조’할 수 있다고.

웨이터들이 권하는 ‘양식 골뱅이’ 만드는 법의 첫 번째는 일단 여자가 부킹이 돼서 오면 바깥 쪽 자리에 앉히지 말고 가장 안쪽 자리에 앉힐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이트의 경우 ‘부킹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여성이 흥미가 떨어지면 곧바로 자리를 뜰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물리적으로 지연시키기 위해서라도 안쪽 자리에 앉힐 필요가 있다는 것.

일단 이렇게 여성이 자리를 잡게 되면 여성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소품으로 관심을 끄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외국산 담배의 종류라든지 혹은 아주 값비싼 자동차의 키홀더 등이 대표적이다. ‘신상 핸드폰’ 역시 여성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아이템.


이렇게 그녀의 관심을 끌어내기 시작하면 일단 부킹은 자연스럽게 ‘애인모드’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술이다. 하지만 그냥 술을 권해서는 빠른 시간에 골뱅이가 되지 않는다.

일부 웨이터들 ‘양식 골뱅이 만들기’ 나서기도
자칫하면 성폭행 범죄 될 수 있어 단속 절실

따라서 게임을 통해 벌주를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이렇게 하면 여성도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끔씩 ‘흑기사’를 자처해 여성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마음이 열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노래를 부르면서 여성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래는 여성의 마음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스킨십을 하기에 적격이라는 것. 특히 여성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노래를 부를 때 그녀는 자연스럽게 남성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된다고 한다. 일부 웨이터들은 부킹과 ‘골뱅이 제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경계심 풀기’라고 말한다.

골뱅이 마니아를 자처하는 최모(33)씨는 “사실 여성의 경우 처음 보는 남성들과 곧바로 섹스를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 남자가 위험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이러한 경계심을 넘어서야 여성들은 마음 놓고 술을 마시게 된다. 물론 이렇게 마시다 보면 골뱅이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때부터는 남성이 요리하기 나름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골뱅이 제조 키워드는
남성에 대한 경계심 풀기

그러나 남성들의 이런 ‘골뱅이 제조-원나잇 스탠드’는 자칫하면 성폭행에 해당하는 범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여성이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자칫 남성의 신상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법적인 처벌을 원할 경우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다. 또 실제 일부 남성들은 술을 악용해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을 가지기도 해 범죄의 온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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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