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요? 저 독신주의자 아니에요”
영화 <모던보이>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시대극. 김혜수는 극중 직업도, 이름도 여럿인 미스테리 한 여인으로 분해 낭만의 화신임을 자부하는 문제적 모던보이 이해명(박해일 분)과 함께 스크린을 공략할 예정이다.
“시나리오가 나에게 오기 이전에 잡지에 <모던보이> 감독 기사와 함께 실린 전차를 내리는 한 여인의 흑백 사진을 보았어요. 그 사진 한 장에 매혹되었죠. 그 시대 앞선 인물들의 다큐들을 봤어요. 기대 이상의 감성을 사전에 느낄 수 있었어요.”
김혜수가 맡은 조난실은 극중 비밀구락부 댄스단의 리더, 맞춤 양장점의 디자이너, 레코드사의 대리 가수를 겸업하는 등 이름이 10개도 넘는 비밀을 간직한 여인. 김혜수는 조난실을 연기하며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조난실 캐릭터가 짧은 시간 안에 변화무쌍하면서도 메시지를 다 느끼게 해줘야 하는 캐릭터여서 모든 장면 자체가 임팩트가 있었어요.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혜수는 스윙댄스를 추는 장면을 위해 3개월간 전문가들로부터 노래와 춤을 배웠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즐거웠어요. 준비과정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감독님과 ‘1% 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포기하지 말자’고 했던 약속을 떠올렸죠.”
김혜수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조난실의 팔색조 같은 모습 때문에 섹스어필을 기대하는 관객이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담 없을까.
“한 남자의 인생을 바꾸는 섹시하고 비밀스러운 배역이지만 섹스어필 강조가 필요 없는 역할이에요. 변화무쌍하고 다재다능한 파격적인 역할과 장면을 준비하면서 그 시대에 맞는 완벽 재연에 대한 사명감은 있었지만 부담감은 없었어요.”
스윙댄스 장면 위해 비지땀
영화 <깜보>로 데뷔한 지 22년이 지났다. 그는 대표적인 하이틴 스타로 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김혜수 본인이 배우로서의 마인드를 가진 것은 그리 오래 돼지 않았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연예계에 데뷔했으니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죠. 그때에는 내가 배우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김혜수는 오랜 시간 자신이 흥미를 느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거쳐 자연스럽게 그 역시 배우임을 자각하게 됐다. 그리고 스타보다는 연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철이 든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존재감이나 정체성도 찾기 시작한 것 같고요.”
김혜수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는 배우이기에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목이 마르다. 아직도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얘기한다.
“배우란 직업이 계획대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되지 안잖아요. 그래서 딱히 이 역할이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이제 없어요. 다만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해보지 못한 역할이 더 많아요. 여전히 채워야 할 여백이 더 많이 남아있는 거죠.”
스타보다는 연기자 노력
2006년 쌍춘년부터 ‘결혼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김혜수. 그는 아직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다. 하지만 독신주의는 아니다.
“결혼은 ‘하고 싶다’고 가볍게 생각한 적은 있지만 진지하게 고민은 안되네요. 철이 안 들었든, 때가 안 되었든 아직은 아닌가 봐요.”
김혜수는 결혼과 관련해 수없이 질문을 받았던 덕에 이유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나이를 생각해라’ 하기도 하고, ‘일 때문이냐’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정해진 때는 없다는 생각이에요. 일은 현실적으로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일 때문에 개인적인 선택을 보류할 생각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