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①'힘 있는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시민들이 '변화' 선택, 위대한 인천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은 불과 23세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국 최연소 군수와 최연소 구청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정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누구보다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안정행정부 장관직을 수행하던 중 당의 요청으로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그는 다소 늦은 출마선언으로 불리함을 떠안고 싸워야했다. 게다가 유 시장의 경쟁자는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던 송영길 전 인천시장.

설상가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수도권 사수를 위해 송 전 시장을 총력 지원했고, 유 시장의 출마선언 직후 터진 세월호 참사는 여권에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시장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유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라는 점과 풍부한 행정경험을 앞세워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가 거둔 승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거둔 가장 값진 승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친박 핵심인 유 시장의 수도권 승리로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한편 인천시는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1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실업률과 자살률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때문에 선거기간 '힘 있는 시장론'을 내세우며 인천시 현안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그에게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무척 크다.

과연 유 시장은 그동안 쌓아온 행정 노하우를 통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인천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유 시장과의 일문일답.

- 세월호 사태로 불리했던 선거 판세에도 불구하고 현역 송영길 시장을 꺾고 이변을 연출하셨습니다. 인천시장 취임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 먼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천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인천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천시민들은 ‘변화’를 선택하셨습니다.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위대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선거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밀렸습니다. 역전승의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인천시민들께서 저를 선택하신 가장 큰 이유는 인천의 변화와 희망을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천은 13조의 막대한 부채와 전국 최고수준의 실업률과 자살률, 날로 어려워져 가고 있는 지역 경제상황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30여년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제게 인천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저는 중앙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입니다. 이외에도 오직 인천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장관직과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열심히 선거운동에만 매진했던 저의 모습이 인천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지는 인천시 "비리 뿌리 뽑는다"
"경인전철 지하화 불가능하지 않아"


- 김포시장을 지냈고, 김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안전행정부 장관 재직 중 갑자기 인천시장 출마를 권유 받았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인천입니다. 제가 과거에 지연, 학연이 전혀 없던 김포에 출마했던 것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 일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습니다. 그 다짐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인천시장 출마도 시대의 부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천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부채해결입니다. 유 시장께서는 부채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셨지만 정작 공약들은 부채가 가중될 대형공약들이 많습니다. 부채해결을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 현재 인천시의 부채는 약 13조원입니다. 인천시민 1가구당 대략 2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산술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도 시급하지만, 전체적으로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공약을 만들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부채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첫 번째로 '부채전담 부시장'을 두어 국비, 교부세 등 정부지원 확보를 통해 필요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과 규제개선단을 설치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인천경제의 파이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인천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해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들의 우선순위도 재조정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방세제 개편 등을 통해 시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신규 세원을 발굴하고, 준설토 투기장과 같이 인천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규자원을 확보해 인천의 재정건전성을 튼튼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 선거기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경인전철 지하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을 공약하셨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이 막막합니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인데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닌지요?
▲ 제가 시민여러분께 약속했던 주요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략 24조6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GTX와 연계한 경인전철의 지하화는 총 8조8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상부 토지 매각대금 2조3천억원, 국비 1조, 타 지자체 부담금 등을 제하고 나면 인천시 부담금은 총 6천억원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GTX 예산도 마찬가지로 민자 50%, 국비 38%, 시비 12% 등으로 마련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 인천시의 부담금은 6년 동안 3천억원, 연간 5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약속드린 사안들은 모두 실무 전문가들의 검토를 마친 사업으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전임 송영길 시장의 경우 임기 내내 측근비리에 시달렸습니다. 인천시민들은 그만큼 당선자가 깨끗한 시정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취임 후 측근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복안은 없는지요?
▲ 부패는 국가는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인 차원을 떠나 도시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부패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비리공직자에 대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서 비리공직자가 인천시에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사 제도를 운영해서 투명한 시정 감시가 이뤄지도록 제도화해 나갈 것입니다.

- 유 시장께서 사실상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은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 세계 최고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 민간자본의 전문성과 경영효율성을 더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인천시도 일부 지분을 인수해 공항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천시의 이익을 견인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정책이 결정된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인천공항 민영화 마다할 이유 없어"
"수도권매립지 2016년 무조건 종료"

- 인천아시안게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까?
▲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우리 인천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든 아시아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이 인천의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통령 주재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전설명회'를 개최해 전반으로 대회를 점검하고 동시에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또한, 남은 준비 기간 동안 국내외 대기업 후원유치와 IT인프라를 활용한 효율적 운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글로벌기업 마케팅 및 후원유치를 통해 흑자대회를 달성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기장 안전 등 철저한 점검과 대비를 통해 한 건의 사건ㆍ사고 없이 300만 인천시민과 아시아인 모두가 함께 즐기는 대회를 만들 것입니다.

- 일각에선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전임 송 시장이 추진했던 남북 스포츠협력사업 등이 유 시장의 취임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 저는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여를 밝힘으로써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본연의 대회 의의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 간의 관계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남북 스포츠 협력사업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백두산 성화채화, 남북선수 동시입장,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너무 정치적인 접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긴급한 현안입니다. 사용연한이 2016년 종료되지만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할 경우 대체 매립지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용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매립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요?
▲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당초 예정된 2016년에 매립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의 반발은 있겠습니다만, 원칙에 입각해 우리 인천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매립 종료 후에는 매립지에 테마파크, 대형 야외 캠핑장 등 여가 위락시설을 조성해서 그동안 피해를 입으신 시민들에게 이것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생활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동시에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인천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300만 인천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인천시민들께서는 인천의 미래와 인천의 희망을 선택해주셨습니다. 저는 300만 인천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겠습니다. 하나 된 인천시민들의 힘으로 정부 관계에 능통한 제가 길을 만들어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행복한 시민이 사는 새로운 인천을 만드는 데 저의 온 역량을 다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인천출신 첫 민선 시장으로 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고 위대한 인천시대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시장, 희망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i737@ilyosisa.co.kr>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 프로필>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경기도 기획담당관
▲ 제33대 경기도 김포군수
▲ 제5대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 경기도 김포시장
▲ 제17,18,19대 국회의원
▲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안전행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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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