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돈 선거' 논란 실체 추적

여권의 '무리한' 진보교육감 죽이기?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교육감선거를 사실상 싹쓸이한 진보교육감들의 대약진이 막대한 돈을 쓴 결과 아니냐는 의혹이 여권에서 제기됐다. 교육감선거에서 13(진보)대4(보수)로 대패한 새누리당이 선거 직후 '교육감 직선제 폐지' 카드를 꺼내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데 이어 최근 "진보교육감들의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비용 보전 청구율이 높다"며 '돈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여권이 교육감선거 패배 분풀이를 엉뚱하게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 '돈 선거' 논란의 실체를 <일요시사>가 집중 취재했다.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끝난 6·4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3곳을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교육감선거가 끝난 직후 '교육감선거 폐지론' 카드를 꺼내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최근에는 "진보교육감들이 막대한 돈을 써 당선됐다"며 돈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돈 선거' 의혹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논평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진보교육감 당선자로 분류되고 있는 13개 지역 당선자들은 보전 한도액 대비 88.4%의 금액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같은 지역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보전 청구액이 한도액 대비 74.2%에 불과한 것에 비해 무려 14%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반면 보수교육감 당선자들은 같은 지역 광역단체장보다 단 1%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를 보여 큰 차이가 없었다. 진보교육감들이 무리한 돈 선거를 펼친 것"이라며 "겉 다르고 속 다른 '짝퉁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선관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실제로 <일요시사>에서 중앙선관위에 요청해 받은 '광역단체장·교육감 선거비용 보전청구 현황'에 따르면 진보교육감 13명 중 11명이 같은 지역 광역단체장보다 많은 선거비용 보전을 청구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법정선거비용 제한액 37억3300만원(박원순 시장 : 31억3402만원, 조희연 교육감 : 34억7744만원) ▲부산 제한액 15억7600만원(서병수 시장 : 13억2700만원, 김석준 교육감 : 13억8284만원) ▲인천 제한액 13억6700만원(유정복 시장 : 10억4807만원, 이청연 교육감 : 12억1744만원) ▲광주 제한액 6억9300만원(윤장현 시장 : 4억9646만원, 장휘국 교육감 : 5억4271만원) ▲경기 제한액 41억7300만원(남경필 지사 : 34억2564만원, 이재정 교육감 : 39억4250만원) ▲충남 제한액 14억1700만원(안희정 지사 : 13억392만원, 김지철 교육감 : 13억6162만원)

진보교육감 85%, 광역단체장보다 더 많은 선거비 지출

▲전북 제한액 13억6900만원(송하진 지사 : 7억9971만원, 김승환 교육감 : 13억3520만원) ▲전남 제한액 13억7900만원(이낙연 지사 : 8억7585만원, 장만채 교육감 : 12억2039만원) ▲경남 17억6400만원 제한액 (홍준표 지사 : 14억2773만원, 박종훈 교육감 : 16억4674만원) ▲제주 제한액 4억8500만원(원희룡 지사 : 1억9291만원, 이석문 교육감 : 3억4595만원) ▲세종 제한액 2억5800만원(이춘희 시장 : 1억2377만원, 최교진 교육감 : 2억800만원) 등 11곳에서 진보교육감이 시·도 전반을 총괄하는 광역단체장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 보전을 청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보수교육감이 당선된 곳 4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구 제한액 12억4300만원(권영진 시장 : 9억3789만원, 우동기 교육감 : 9억4479만원) ▲대전 제한액 7억1300만원(권선택 시장 : 5억8443만원, 설동호 교육감 : 5억8824만원) 등은 보수교육감이 광역단체장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 보전을 청구했고, 이외 울산·대구는 근소한 차이로 광역단체장이 앞섰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진보교육감이 승리한 13개 지역 중 7곳에서 낙선한 보수교육감 후보들이 당선된 진보교육감들보다 더 많은 선거비용 보전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조희연 교육감 : 34억7744만원, 문용린 후보 : 35억1138만원) ▲부산(김석준 교육감 : 13억8284만원, 임혜경 후보 : 14억1993만원) ▲인천(이청연 교육감 : 12억1744만원, 이본수 후보 : 12억7430만원)

▲광주(장휘국 교육감 : 5억4271만원, 양형일 후보 : 5억4400만원) ▲전남(장만채 교육감 : 12억2039만원, 김경택 후보 : 12억7066만원) ▲경남(박종훈 교육감 : 16억4674만원, 고영진 후보 : 16억9927만원) ▲제주(이석문 교육감 : 3억4595만원, 양창식 후보 : 3억5823만원) 등 7곳에서 보수교육감 후보들은 더 많은 돈을 쓰고도 패했다.

또 경기 이재정 교육감의 경우에는 39억4250만원을 청구해 조전혁 후보(39억3331만원)와의 청구 금액 차이가 919만원에 불과했다.


여 "진보교육감 무리한 돈 선거 펼쳤다"
야 "법정한도액 이내…문제될 것 없어"

다만 이 자료는 지난 16일 마감된 1차 선거비용 보전청구 요청액을 종합한 것으로 7월4일까지 추가 보전 청구가 가능한 만큼 확정된 자료는 아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아직 추가 보전 청구가 이뤄지는 기간인 만큼 확정된 자료는 아니다"라며 "다만 금액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 핵심관계자는 "여권이 교육감선거 패배 분풀이를 엉뚱하게 하고 있다. 무리한 돈 선거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무리한 진보교육감 죽이기"라며 "법정제한액을 초과하지도 않은 선거비용에 대해 무슨 권리로 의혹 운운하며 음해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감들이 광역단체장에 비해 더 많은 선거비용 보전을 청구한 것은 아무래도 교육감 후보들이 광역단체장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홍보에 더 힘을 썼다는 것 아니겠냐"며 "법정한도액 이내의 지출에 대한 보전을 청구했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엉뚱한 분풀이?

한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법정기탁금, 선거사무실 마련, 공보물 제작, 신문·방송 광고, 선거운동원들을 포함한 캠프 유지비 등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이에 균등한 선거운동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공영제의 일환으로 선거 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다만 후보자 난립과 그로 인한 국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거에서 15%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했을 경우 법정한도액 내의 선거비용 전액을 보장해준다. 득표율이 10~15%일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50%만 보전해주며,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경우에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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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