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카드' 정홍원 총리 전격 유임 파장 막후

돌려막기 안 되니 틀어막기 "국민은 바보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악수'를 뒀다.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잇달아 낙마하자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두 달 전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결정을 한 것이다. 일국의 재상 자리를 일명 '수첩인사'라 불리는 좁은 인력풀 내 돌려막기로 일관하다 안 되니 쓸모없어 버린 카드를 다시 주어 틀어막은 격이다. 돌고 돌아 다시 나온 '도로 정홍원 총리' 카드는 정국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지난 4월27일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지 60일 만에 사의가 반려되고 재신임을 받은 것이다. 그 사이 새 총리 후보자가 2명(안대희·문창극)이나 지명됐지만, 언론검증 단계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했다.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박근혜 대통령이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 유임'이라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인사난맥에 더 이상 발목이 잡혀 있다가는 국정표류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 번 더 인사잡음이 생길 경우에는 자칫 코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결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쓸모가 다해 버린 '낡은 카드' 재활용으로 현재의 국정 난맥상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그동안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과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를 유임시키고, 잇단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키는 한편,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김기춘 책임론'에 대한 완충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단 한 명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 총리의 유임은 국민을 기만하는 '오기 인사'의 극치로 돌려막기를 하다 안 되니 틀어막기를 하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4월27일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 이후에 사의를 수리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돌고 돌아 사표 낸 정홍원 총리 유임
'세월호 참사' 이어 '총리 인사도 참사'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개조, 인적쇄신이 시작부터 잇달아 실패로 끝나자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60일 만에 이를 뒤집었다. 

정 총리는 청와대의 유임 결정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에 앞장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백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인사가 아무도 없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외치는 국가개조에 진정성을 느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관계자는 "할 말을 잃게 하는 인사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총리를 다시 기용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이끌겠다는 데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한 부담은 줄였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우를 범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높은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해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눈물의 약속'을 직접적인 일언반구의 사과나 설명도 없이 지키지 못한 셈이 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초부터 사상 초유의 무능·무책임을 잇달아 드러낸 박 대통령이 조기에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정 총리 유임은 국민을 무시하고, 세월호 교훈을 잊은 기가 막힌 인사"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 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보선까지
땜질용 총리?

정 총리 유임을 놓고 야권 일각에서는 7·30재보선을 고려한 임시 처방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두 차례의 낙마 사태 끝에 결국 새 인물 찾기를 보류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서 인사난맥상으로 트집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람 빠진 타이어로 자동차가 과연 갈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유임 결정 이유로 "7·30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홍원 유임' 카드가 재보선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터져 나올 정도로 비토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26일 정 총리 유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때 말한 게 뭐가 되느냐"며 "인물이 그리 없나"라고 비판했다.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며 "책임지고 떠나려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책임지지 않는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한다"며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
부글부글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정 총리 유임 결정으로 여당 내 비주류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 조짐도 보이는 데다 7·30재보선, 차기 총선 등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 정치인들은 국민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주류 대표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은 원리원칙대로 올바르게 추진하려고 하는데 소수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독선으로 흘러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총리가 3명이나 낙마한 것도 이들 소수 권력의 독선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참사가 '만만회' 혹은 '4인방' 등 비선라인의 작품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꼬집은 것으로,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인방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함께 오랫동안 박 대통령 비서진으로 함께했던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낡은 카드' 재활용, 국정 난맥상 돌파 의문
바닥 드러낸 '수첩인사…레임덕 자충수?

반면 새누리당 친박 주류 인사들은 정 총리 유임 결정을 두둔하며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정 총리 유임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새누리당은 중단 없는 국정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친박 대표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면서도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국정책임자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두둔했다.


신뢰 잃은 정부
레임덕 자충수?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은 이미 표류가 아니라 거의 침몰 수준에 이르렀다"며 "제대로 된 총리 한 명 지명하지도 못하는 정부가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찌어찌 정권이 굴러는 가겠지만, 집권 2년 동안 한 것 없이 공약, 약속을 번번이 깨뜨리며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정부에 남은 길은 조기 레임덕뿐"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창극·정홍원의 공통점…'오직 박근혜를 위하여~!'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4월27일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이 60일 만에 뒤집어졌다. 2명의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각종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유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 총리는 유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유임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수락한 것이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정 총리와 유사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문 전 후보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라며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퇴한 총리 후보자나, 사퇴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임된 것을 받아들이는 총리 후보자나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이 오직 '대통령님'만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임명권을 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에 대통령을 임명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이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