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카드' 정홍원 총리 전격 유임 파장 막후

돌려막기 안 되니 틀어막기 "국민은 바보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악수'를 뒀다.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잇달아 낙마하자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두 달 전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결정을 한 것이다. 일국의 재상 자리를 일명 '수첩인사'라 불리는 좁은 인력풀 내 돌려막기로 일관하다 안 되니 쓸모없어 버린 카드를 다시 주어 틀어막은 격이다. 돌고 돌아 다시 나온 '도로 정홍원 총리' 카드는 정국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지난 4월27일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지 60일 만에 사의가 반려되고 재신임을 받은 것이다. 그 사이 새 총리 후보자가 2명(안대희·문창극)이나 지명됐지만, 언론검증 단계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했다.

돌고 돌아
도로 정홍원

박근혜 대통령이 세 번째 총리 지명 대신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 유임'이라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인사난맥에 더 이상 발목이 잡혀 있다가는 국정표류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 번 더 인사잡음이 생길 경우에는 자칫 코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결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쓸모가 다해 버린 '낡은 카드' 재활용으로 현재의 국정 난맥상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그동안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과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책임 총리를 유임시키고, 잇단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키는 한편,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김기춘 책임론'에 대한 완충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단 한 명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 총리의 유임은 국민을 기만하는 '오기 인사'의 극치로 돌려막기를 하다 안 되니 틀어막기를 하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4월27일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 이후에 사의를 수리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돌고 돌아 사표 낸 정홍원 총리 유임
'세월호 참사' 이어 '총리 인사도 참사'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개조, 인적쇄신이 시작부터 잇달아 실패로 끝나자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60일 만에 이를 뒤집었다. 

정 총리는 청와대의 유임 결정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에 앞장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백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인사가 아무도 없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외치는 국가개조에 진정성을 느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관계자는 "할 말을 잃게 하는 인사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총리를 다시 기용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이끌겠다는 데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한 부담은 줄였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우를 범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뜯어고칠 수 있는 높은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해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눈물의 약속'을 직접적인 일언반구의 사과나 설명도 없이 지키지 못한 셈이 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초부터 사상 초유의 무능·무책임을 잇달아 드러낸 박 대통령이 조기에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상무위 회의에서 "정 총리 유임은 국민을 무시하고, 세월호 교훈을 잊은 기가 막힌 인사"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 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보선까지
땜질용 총리?

정 총리 유임을 놓고 야권 일각에서는 7·30재보선을 고려한 임시 처방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두 차례의 낙마 사태 끝에 결국 새 인물 찾기를 보류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서 인사난맥상으로 트집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유임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람 빠진 타이어로 자동차가 과연 갈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유임 결정 이유로 "7·30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홍원 유임' 카드가 재보선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터져 나올 정도로 비토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26일 정 총리 유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때 말한 게 뭐가 되느냐"며 "인물이 그리 없나"라고 비판했다.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며 "책임지고 떠나려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책임지지 않는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한다"며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
부글부글

한편, 박 대통령의 이번 정 총리 유임 결정으로 여당 내 비주류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 조짐도 보이는 데다 7·30재보선, 차기 총선 등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여권 정치인들은 국민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주류 대표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박 대통령은 원리원칙대로 올바르게 추진하려고 하는데 소수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독선으로 흘러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총리가 3명이나 낙마한 것도 이들 소수 권력의 독선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참사가 '만만회' 혹은 '4인방' 등 비선라인의 작품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꼬집은 것으로,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인방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함께 오랫동안 박 대통령 비서진으로 함께했던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낡은 카드' 재활용, 국정 난맥상 돌파 의문
바닥 드러낸 '수첩인사…레임덕 자충수?

반면 새누리당 친박 주류 인사들은 정 총리 유임 결정을 두둔하며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정 총리 유임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새누리당은 중단 없는 국정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친박 대표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다"면서도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국정책임자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두둔했다.


신뢰 잃은 정부
레임덕 자충수?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은 이미 표류가 아니라 거의 침몰 수준에 이르렀다"며 "제대로 된 총리 한 명 지명하지도 못하는 정부가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찌어찌 정권이 굴러는 가겠지만, 집권 2년 동안 한 것 없이 공약, 약속을 번번이 깨뜨리며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정부에 남은 길은 조기 레임덕뿐"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창극·정홍원의 공통점…'오직 박근혜를 위하여~!'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4월27일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이 60일 만에 뒤집어졌다. 2명의 국무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각종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유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 총리는 유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유임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수락한 것이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정 총리와 유사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문 전 후보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라며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퇴한 총리 후보자나, 사퇴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임된 것을 받아들이는 총리 후보자나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이 오직 '대통령님'만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임명권을 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에 대통령을 임명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한 이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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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