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전당대회 4대 관전포인트

날 저문 망망대해 풍랑 속 '새누리호' 선장은 누구?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전당대회 막이 올랐다.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을 뽑는 전당대회에 무려 10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지며 경선 열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중·후반기 정부와 호흡을 맞춰 여당을 이끌어 갈 신임 지도부는 과연 어떻게 꾸려지게 될까.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4대 관전포인트를 <일요시사>가 꼽아봤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박근혜정부의 반복된 국무총리 '인사 참사'. 정부와 여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 여당은 7월14일 전당대회를 통해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10명(김무성·서청원·홍문종·김을동·김태호·김영우·김상민 의원, 박창달 전 의원, 석종현 전 친박연대 최고위원)의 후보가 앞다퉈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열기는 초반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경선후보 10명
당선 유력 3명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전당대회 슬로건이 '새누리를 바꿔라'일 정도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혁신 전당대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도 저마다 자신이 당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강으로 꼽히는 김무성·서청원 의원 중 한 명이 당대표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여성 몫' 최고위원(김을동 의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최고위원 자리는 2자리뿐이다.

즉, 3·4위를 놓고 7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당대표를 놓고 비박·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과 친박 대표 서청원 의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는 2자리의 최고위원에 어느 쪽 인사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당 지도부 전체 주도권이 좌우된다.


우선 당대표 경합에서는 '미래'를 내세운 김무성 의원이 국민여론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당심에서는 '의리'를 앞세운 서청원 의원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20~21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이 40.5%로 1위를 차지했고, 서청원 의원은 30.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인제 의원(18.3%), 홍문종 의원(13.3%), 김태호 의원(12.1%), 김을동 의원(11.3%) 등이 뒤를 이었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0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앞서 같은 기관의 지난달 11~12일 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42.6%, 서 의원이 32.1%를 기록한 바 있다. 양측 격차가 10.5%포인트에서 9.8%포인트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국민여론에서는 김 의원이 확실히 앞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당대표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3·4위전
폭락한 대통령 지지율, 전당대회 영향

이와 관련, 김무성캠프 관계자는 "6대4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판세를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 김 의원이 전국을 돌며 당심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청원캠프 관계자는 "7(당원·대의원·청년선거인단)대3(국민여론)으로 당심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조직력 등에서 앞서는 서 의원이 결국은 이길 것"이라고 자신을 표했다.

남는 2석의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상 이인제·홍문종 의원이 유력하다.

하지만 당심에서 김무성 의원과 함께 PK(부산·경남)표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이는 김태호 의원이 앞서, 사실상 4자리는 정해졌고 남는 1자리를 놓고 이인제·홍문종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1인2표제에 따라 김무성 의원과 함께 PK표를 나눠가질 김태호 의원이 예상외로 세다"며 "TK(대구·경북)로의 확장성도 가진 김태호 의원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는 한 자리에는 이인제·홍문종 의원 중 한 명이 당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도부 주도권 놓고
불꽃 튀는 3·4위전

안대희·문창극 2명의 국무총리 인선이 잇달아 실패로 끝나며 폭락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전당대회에 미칠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초반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은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을 향한 구심력보다 김무성 의원을 향한 원심력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여론에서 앞서는 김무성 의원 쪽으로 당심도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대세론)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기감을 느낀 서청원 의원은 지난 16일 '문창극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가졌고, 다음날에는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는 문 후보자를 '환부'에 비유하며 도려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러한 서 의원의 선택은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며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반면 김무성 의원의 경우 '문창극 참사' 국면은 원심력을 키울 수 있는 호재였지만, 친박(친박근혜)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문창극 사퇴'를 앞장서 주도하지 못하고 기류 변화에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며 스텝이 꼬였다.

문창극 참사
지지율 폭락

후보 간 합종연횡도 지켜볼 대목이다. 1인2표제 특성상 어느 후보와 짝을 맺어 연합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력후보인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파트너로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본인들의 당대표 경쟁은 물론 파트너의 최고위원 입성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청원 의원은 같은 친박 핵심인사인 홍문종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같은 PK지역 정치인인 김태호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친박 후보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 표심은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6일 서청원 의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홍문종 의원에 이어 23일에는 석종현 전 친박연대 최고위원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서청원·김을동 의원까지 포함해 친박 후보만 4명에 이르러 친박표의 분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무성·김태호, 서청원·홍문종 합종연횡?
'장외 거물' 김문수·나경원의 선택 주목

일각에서는 김상민 의원(비례대표 초선)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것은 건강한 당·청 관계를 강조한 김무성 의원에게 줄을 이미 댔기 때문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장외 거물급 인사들인 김문수 경기지사,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7월3일까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가능한 가운데, 두 인사는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7·30재보선과 전당대회 중 한 곳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약 김 지사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다면 현재의 서청원·김무성 의원 양강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여성 몫 최고위원을 놓고 김을동 의원과 대결이 불가피하다.


특히 나 전 의원의 출마는 김을동 의원이 표를 열심히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같은 친박계인 서청원·홍문종 의원 등의 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친박 후보 다수
표 분산 불가피

한편, 새 지도부가 가질 권한과 책임은 막중하다. 가까이는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릴 7·30재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멀리는 2016년 20대 총선 및 2017년 19대 대통령 경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의원들은 친박, 비주류 등 기존 계파를 떠나 유력주자인 김무성·서청원 의원 사이에서 고민하며 '헤쳐 모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차기 총선 공천까지 고려해야 하는 의원들 상당수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1인2표제이기 때문에 양측과의 관계를 고려해 두 후보에게 한 표씩 던지는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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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