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14전당대회에 앞서 정치적 보폭을 넓혀 이목이 쏠린다. MB정권 당시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 의원은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개헌 문제 이외엔 목소리 톤을 낮췄다. 그런 그가 최근 당권 빅2로 꼽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구애를 받으며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오 의원을 중심축으로 비박·친이계가 결집해 개헌을 연결고리로 특정주자를 지원하는 등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된다. 실제 이 의원의 동선(動線)을 보면 비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번 전대를 기점으로 비박 세력을 부활시키겠다는 양상이다.
빅2 구애 받는 이재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 의원은 지난달 18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의 필요성을 또 역설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대개조’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경찰청 해체, 국가안전처 혁신 등은 조직개편에 불과하다”며 “진정으로 국가개조를 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외교·통일·국방만 책임지고, 국정은 내각이 책임지는 선진국형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개헌카드를 꾸준히 꺼내 들었다. 2012년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올해까지 개헌 논의의 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인 친박계는 시기상조라며 ‘No’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이는 이슈”라며 “올해는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잘랐고,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도 이 무렵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문제보다도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이 의원의 개헌론은 집권세력과 각만 세웠을 뿐 지금껏 진전이 없었다. 헛바퀴만 돌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헌법부터 고쳐야”
전대 시즌이 도래하면서 개헌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유력 당권주자이자 집권세력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서 의원이 종전의 입장을 선회, 개헌에 적극 호응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을 통해 “‘통일헌법’을 지향하는 개헌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표했다. 분권형 개헌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공개석상에서 “무슨 개헌이냐”라고까지 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던 서 의원이 개헌이란 틀 안에 스스로 들어간 모양새다.
박근혜+서청원 ‘시기상조’ 라더니…
서청원 “통일 헌법, 개헌준비 착수”
이를 두고 서 의원이 비박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즉 서 의원이 이 의원의 향후 개헌행보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얘기다.
서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무성 의원에게 밀려 2위에 머물고 있다. 만약 박근혜정권에서 최고의 실세로 꼽히는 서 의원이 당권 도전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내상이 크고 나아가 친박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묘수를 찾던 서 의원이 개헌을 매개로 이 의원에게 프로포즈를 한 것으로 읽힌다.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 지표인 여론조사를 볼 때 서 의원 측은 다급한 입장”이라며 “비박계의 표심을 얻을 수만 있다면…. 서 의원이 개헌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 의원은 앞서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전대 출마 출정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 한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이 의원이 토론 발제자로 참석, 두 의원이 사전에 모종의 교감을 나눈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 의원을 돕기 위해 이 의원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서, 비박계에 프러포즈?
이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 의원에게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아직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하거나 캠프에 직을 갖고 참여한 적은 없다.
이 의원에 대해 잘 아는 한 측근은 3일부터 전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이 의원이 ‘개헌 주가’를 더 끌어올린 뒤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때 친이계 좌장이었던 이 의원이 전대 과정에서 개헌 공론화를 어느 선까지 끌어내면서 비박ㆍ친이계의 세(勢)를 복원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