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당권 장악=박근혜 위기론’ 나도는 내막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은 당대표가 “따로국밥 따로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요즘 새누리당 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문제는 7·14전당대회를 10여일 앞둔 현재 김무성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사태 가운데 안대희·문창극 두 명의 국무총리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위축된 모양새다. 

‘김무성발(發) 권력이동’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연일 시끄럽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를 어시스트 할 당대표와 새 지도부 선출을 놓고 이전투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비박 수장’인 김무성 의원이 집권세력을 대표해 출사표를 던진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을 꺾고 당권을 잡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내 권력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양축으로 했던 권력지형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비박 수장 김무성
친박 좌장 서청원 

일단 이번 전대에서 김 의원의 당권 당락 여부에 따라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의 향후 운신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이끌고 있는 박 대통령의 최고 실세로 꼽힌다. 박 대통령과는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해온 사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고, 2008년 18대 총선 땐 친박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친박연대를 창당, ‘박근혜 바람 몰이’를 통해 14석이란 적잖은 의석을 획득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 의원은 친박계의 최대주주이자 박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공동운명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친박 좌장’ 서청원 패할 시 여권 내 권력이동
당·청관계 재설정 시각차, 조기 레임덕 불가피


따라서 만일 김 의원이 당권을 접수할 경우 서 의원의 패배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박 대통령도 함께 패하는 것을 자연스레 뜻하게 된다. 즉 표면적으로 7ㆍ14 전대가 친박계와 비박계 대표주자 간 당권을 놓고 일합을 겨루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내면은 당권 이상의 의미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이 당권 장악에 실패하면 집권세력의 세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박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도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특히 취임 2년차에 불과한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까지 직ㆍ간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에서부터 조기 레임덕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청원-박근혜
정치적 공동운명체

주목되는 것은 일각에서 두 의원이 당ㆍ청관계 재설정 등을 두고 다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들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당과 청와대 간 밀착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면 안 된다. 대통령과 신뢰로 풀어가야지 사심으로는 안 된다”면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치경륜 30년을 사심 없이 쏟아 부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김 의원은 같은 날 경남지역 언론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모든 권력은 견제가 없으면 독선에 빠진다. 견제기능은 당만이 할 수 있는데 1년여간 견제의 기능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지원에, 김 의원은 견제에 각각 방점을 찍은 것으로 들린다. 전대 이후 당ㆍ청관계 새구도 형성을 통해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국정운영 틀이 바뀔 수도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음을 관측하게 하는 엇갈리는 발언들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두 의원은 당ㆍ청관계의 한 축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총리후보들이 연거푸 낙마하면서 인사검증 책임자인 김 실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서 의원은 지난달 25일 충북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기기관 밖에서 행해진 (교회 강연 등) 일을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째 총리후보가 낙마한 것에 대해 이를 담당한 분(김기춘)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밝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당ㆍ청 간 밀착도는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과 바로 연결되는 주요 요소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에 급락세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비박계 수장격인 김 의원 보다는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이 필요한 타이밍으로 읽힌다.


대통령과 각 세우는 김
대통령 옹호하는 서

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보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당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제는 비박인 김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표로 선출되면 박 대통령과 여권 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0~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김 의원이 40.5%의 지지율을 획득해 1위를, 서 의원은 30.7%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또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김 의원이 28.7%, 서 의원은 23.2%의 지지율을 얻었다.

비주류란 핸디캡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이 초반 레이스에서 집권세력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MB정권 초기 친이계 당 장악 반면교사
김무성, 여론 등에 업고 새판 짤 수 있나

그러나 여론이 그대로 전대에 투영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1년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대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사례를 보면 친박계가 박심(박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판’이다.

MB정권 초에 열렸던 2008년 7ㆍ3전대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이직계 박희태 후보가, 2010년 7·14전대 역시 친이계 주류였던 안상수 후보가 각각 당권을 거머쥔 반면, MB정권 말기였던 2012년 5·15전대에서는 그해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박 대통령이 속한 친박계가 황우여 후보를 대표로 만들었다. 

세 차례의 전대 결과는 정권 초기엔 집권세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고, 정권의 힘이 소실돼 가는 말기에는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한 계파에서 당을 장악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인 김 의원이 집권세력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만만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여론 ‘비주류 김무성’
당내 여론 ‘주류 서청원’

그렇다면 과연 김 의원이 불리한 당내 지형을 뚫고 전대를 통해 ‘새판’을 짤 수 있을까? 그의 당권 도전은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친박계의 입지 문제 등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집권자와 집권세력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김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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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