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당권 장악=박근혜 위기론’ 나도는 내막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은 당대표가 “따로국밥 따로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요즘 새누리당 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문제는 7·14전당대회를 10여일 앞둔 현재 김무성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사태 가운데 안대희·문창극 두 명의 국무총리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위축된 모양새다. 

‘김무성발(發) 권력이동’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연일 시끄럽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를 어시스트 할 당대표와 새 지도부 선출을 놓고 이전투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비박 수장’인 김무성 의원이 집권세력을 대표해 출사표를 던진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을 꺾고 당권을 잡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내 권력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양축으로 했던 권력지형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비박 수장 김무성
친박 좌장 서청원 

일단 이번 전대에서 김 의원의 당권 당락 여부에 따라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의 향후 운신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이끌고 있는 박 대통령의 최고 실세로 꼽힌다. 박 대통령과는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해온 사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고, 2008년 18대 총선 땐 친박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친박연대를 창당, ‘박근혜 바람 몰이’를 통해 14석이란 적잖은 의석을 획득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 의원은 친박계의 최대주주이자 박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공동운명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친박 좌장’ 서청원 패할 시 여권 내 권력이동
당·청관계 재설정 시각차, 조기 레임덕 불가피


따라서 만일 김 의원이 당권을 접수할 경우 서 의원의 패배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박 대통령도 함께 패하는 것을 자연스레 뜻하게 된다. 즉 표면적으로 7ㆍ14 전대가 친박계와 비박계 대표주자 간 당권을 놓고 일합을 겨루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내면은 당권 이상의 의미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이 당권 장악에 실패하면 집권세력의 세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박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도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특히 취임 2년차에 불과한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까지 직ㆍ간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에서부터 조기 레임덕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청원-박근혜
정치적 공동운명체

주목되는 것은 일각에서 두 의원이 당ㆍ청관계 재설정 등을 두고 다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들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당과 청와대 간 밀착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면 안 된다. 대통령과 신뢰로 풀어가야지 사심으로는 안 된다”면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치경륜 30년을 사심 없이 쏟아 부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김 의원은 같은 날 경남지역 언론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모든 권력은 견제가 없으면 독선에 빠진다. 견제기능은 당만이 할 수 있는데 1년여간 견제의 기능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지원에, 김 의원은 견제에 각각 방점을 찍은 것으로 들린다. 전대 이후 당ㆍ청관계 새구도 형성을 통해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국정운영 틀이 바뀔 수도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음을 관측하게 하는 엇갈리는 발언들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두 의원은 당ㆍ청관계의 한 축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총리후보들이 연거푸 낙마하면서 인사검증 책임자인 김 실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서 의원은 지난달 25일 충북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기기관 밖에서 행해진 (교회 강연 등) 일을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째 총리후보가 낙마한 것에 대해 이를 담당한 분(김기춘)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밝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당ㆍ청 간 밀착도는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과 바로 연결되는 주요 요소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에 급락세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비박계 수장격인 김 의원 보다는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이 필요한 타이밍으로 읽힌다.


대통령과 각 세우는 김
대통령 옹호하는 서

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보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당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제는 비박인 김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표로 선출되면 박 대통령과 여권 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0~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김 의원이 40.5%의 지지율을 획득해 1위를, 서 의원은 30.7%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또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김 의원이 28.7%, 서 의원은 23.2%의 지지율을 얻었다.

비주류란 핸디캡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이 초반 레이스에서 집권세력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MB정권 초기 친이계 당 장악 반면교사
김무성, 여론 등에 업고 새판 짤 수 있나

그러나 여론이 그대로 전대에 투영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1년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대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사례를 보면 친박계가 박심(박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판’이다.

MB정권 초에 열렸던 2008년 7ㆍ3전대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이직계 박희태 후보가, 2010년 7·14전대 역시 친이계 주류였던 안상수 후보가 각각 당권을 거머쥔 반면, MB정권 말기였던 2012년 5·15전대에서는 그해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박 대통령이 속한 친박계가 황우여 후보를 대표로 만들었다. 

세 차례의 전대 결과는 정권 초기엔 집권세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고, 정권의 힘이 소실돼 가는 말기에는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한 계파에서 당을 장악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인 김 의원이 집권세력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만만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여론 ‘비주류 김무성’
당내 여론 ‘주류 서청원’

그렇다면 과연 김 의원이 불리한 당내 지형을 뚫고 전대를 통해 ‘새판’을 짤 수 있을까? 그의 당권 도전은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친박계의 입지 문제 등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집권자와 집권세력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김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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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