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국회 개혁 예고한 이석현 신임 국회부의장

"마이크만 잡는 부의장이 되진 않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이 새롭게 선출됐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석현 부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인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즈음, 이들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책임자로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차례로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대한 구상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호에서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 부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이석현 신임 부의장을 만나봤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자리에 선출됐다. 이석현 부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경선에도 도전했으나 박병석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좌절하기보단 다음 경선을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드디어 야당 몫 부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신임 국회부의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그 후 4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됐고 경기 안양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그만큼 이 부의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두텁다.

이 부의장은 지난 18대 국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활약하며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4대강사업에 대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의혹, 이 전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의 낙동강 컨소시엄 공사수주 특혜 의혹,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테러 의혹 등 각종 굵직굵직한 의혹들을 연달아 제기하며 대여공세의 전면에 서왔다.

때문에 이 부의장은 당내 경선에서 "저는 '이명박 저격수' 하다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가 되면서 도청 우려 때문에 단짝한테 전화가 와도 답전조차도 못하는 세월을 겪어야 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의장은 취임 첫 일성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며 다소 파격적인 선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부의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과연 이 부의장은 앞으로 국회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부의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이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야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처럼 부족한 사람을 당선시켜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국회의 권위를 높이고 국회에서 정의를 지켜내는 바리케이트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우리 두 공동대표님과 박영선 원내대표와 협력해서 차질 없이 대여투쟁도 열심히 하고, 때로는 멋진 협상도 해내겠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 당내 화합에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친소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안에 따라서 당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같이 이편저편 안 들어가 있는 사람이 비교적 중재와 화합의 자리를 만드는 데 더 편리할 것입니다. 당내 화합으로 결집된 힘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들은 무엇입니까?
▲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준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가족 지원과 치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나아가서 나라를 바꿔내는 일까지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관 주도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이번에 드러난 만큼 국회가 중심을 잡고 관 주도가 아닌 국민 주도의 국가 개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는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교훈을 실천하는 것에는 여야도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쟁도 있을 수 없는 만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선진화법 폐지? 거수기 국회 하자는 것"
"개헌 논의, 늦어도 차기 총선 전 마무리"

- 부의장 선출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부의장의 권한이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자리는 같지만 역할은 다를 것입니다. 국회 부의장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민생 최우선 국회를 만들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기 위해 대화가 필요할 때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쓴 소리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회의만 진행하는 부의장은 제 체질에도 맞지 않습니다. 당이든, 국회든 어떤 자리에서도 국회와 정치의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역대 부의장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역대 부의장 분들도 모두 훌륭하고 존경받으실 만한 분들입니다. 차별화보다는 그 분들의 장점을 본받고 더 발전시켜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계파에 속하지 않았었다는 것과 불의한 권력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맞서서 싸워왔다는 것입니다. 당내는 물론 여야 관계에서도 중재자인 동시에 감시자로서 적격이 아닌가 합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시는지요?
▲ 상시국회 필요성에 대해 이미 국회 내에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24시간 일하고, 일 년 열두 달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소명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국회 의장단 차원에서도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 추진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여야 모두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금까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상시국회는 야당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상시국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위와 정보위의 일반 상임위화, 상임위별 상시 국정감사 도입 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당과 의견이 같아야 되고, 그 다음 행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장 새누리당이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별 의원들은 상시국회에 찬성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아직 상시국회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를 말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도 상시국회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여권에서는 현재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든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서는 강창희 전임 국회의장의 말씀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화법이 적용된 후 첫 국회의장을 맡으신 강 전 의장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에 성과가 있었다.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통하더라. 평가는 19대 국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지금 바꾸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입니다.

선진화법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여야가 정말 힘들게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불편하다고 바꾸는 건 다시 직권상정을 남발하고 거수기 국회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회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부터 제대로 안 하면서 선진화법 개정만 말한다면 진정성이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석현 부의장님을 포함해 국회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입니다. 앞으로 의장단 모두가 개헌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신지요?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폐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민 모두가 이미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헌을 실현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작 본인의 취임 초기에는 터부시하다가 임기 말에서야 부랴부랴 개헌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실현이 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의장단에서는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헌은 국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 5년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충실히 하고, 국회는 국회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시키면 될 것입니다.

- 지금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내용과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어 개헌의 이해관계인이 대통령뿐인 지금 추진해야 합니다. 대통령 집권 2년차인 올해를 넘어서면 차기 대권 주자들이 부각되고, 그들이 개헌을 반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헌 논의 진행이 어려워집니다. 올해 논의를 시작해서 늦어도 다음 총선 전에는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정치 불신이 더 이상 확대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야의 모 아니면 도식 정치투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권력제도의 개선이 절실합니다.

"세월호, 국민들께서 '변화' 명령내린 것"
"문창극 후보자, 자진사퇴가 하나님의 뜻"

- 현재 정치권에서는 문창극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 후보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는데 하나님의 뜻은 문 후보자가 국민 속을 그만 썩이고 자진사퇴하라는 것 같습니다. 문 총리 후보 단 한 사람으로 인해 한중일 외교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국이 경색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입장이 난처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로서는 총리 후보를 3번씩이나 지명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인사를 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검증된 정치인이나 여야가 함께 논의해 인선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사퇴여부에 대해 야당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는데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될 수 없는 것은 야당 때문이 아니라 국민감정 때문입니다. 어쨌든 문 후보는 속히 자진사퇴하는 것이 답입니다.

- 최근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국회는 민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회가 민생보다 정권을 놓고 싸우는 대결장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뿌리와 가지를 함께 손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개헌을 통해 여야 간 무한 정쟁의 근본 원인을 개선한다면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정당은 정당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모두 품격 있고 생산적인 정치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통해 국회 혁신을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을 돌보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부의장으로서 모든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북 익산
▲남성고, 서울대 법학과
▲14, 15, 17∼19대 국회의원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민주당 4대강 저지 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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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