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국회 개혁 예고한 이석현 신임 국회부의장

"마이크만 잡는 부의장이 되진 않겠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이 새롭게 선출됐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석현 부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인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즈음, 이들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책임자로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차례로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대한 구상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호에서 정의화 의장과 정갑윤 부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이석현 신임 부의장을 만나봤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자리에 선출됐다. 이석현 부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경선에도 도전했으나 박병석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좌절하기보단 다음 경선을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드디어 야당 몫 부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신임 국회부의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그 후 40대 초반에 국회의원이 됐고 경기 안양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그만큼 이 부의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두텁다.

이 부의장은 지난 18대 국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활약하며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4대강사업에 대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의혹, 이 전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의 낙동강 컨소시엄 공사수주 특혜 의혹,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테러 의혹 등 각종 굵직굵직한 의혹들을 연달아 제기하며 대여공세의 전면에 서왔다.

때문에 이 부의장은 당내 경선에서 "저는 '이명박 저격수' 하다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가 되면서 도청 우려 때문에 단짝한테 전화가 와도 답전조차도 못하는 세월을 겪어야 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의장은 취임 첫 일성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며 다소 파격적인 선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부의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과연 이 부의장은 앞으로 국회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부의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이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야당 몫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처럼 부족한 사람을 당선시켜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국회의 권위를 높이고 국회에서 정의를 지켜내는 바리케이트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우리 두 공동대표님과 박영선 원내대표와 협력해서 차질 없이 대여투쟁도 열심히 하고, 때로는 멋진 협상도 해내겠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 당내 화합에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친소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안에 따라서 당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같이 이편저편 안 들어가 있는 사람이 비교적 중재와 화합의 자리를 만드는 데 더 편리할 것입니다. 당내 화합으로 결집된 힘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들은 무엇입니까?
▲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가 준 교훈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준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를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가족 지원과 치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나아가서 나라를 바꿔내는 일까지 국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관 주도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이번에 드러난 만큼 국회가 중심을 잡고 관 주도가 아닌 국민 주도의 국가 개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는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교훈을 실천하는 것에는 여야도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쟁도 있을 수 없는 만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선진화법 폐지? 거수기 국회 하자는 것"
"개헌 논의, 늦어도 차기 총선 전 마무리"

- 부의장 선출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사회나 매끄럽게 보고 해외 친선이나 하는 부의장으로 남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부의장의 권한이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자리는 같지만 역할은 다를 것입니다. 국회 부의장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민생 최우선 국회를 만들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기 위해 대화가 필요할 때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쓴 소리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회의만 진행하는 부의장은 제 체질에도 맞지 않습니다. 당이든, 국회든 어떤 자리에서도 국회와 정치의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역대 부의장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역대 부의장 분들도 모두 훌륭하고 존경받으실 만한 분들입니다. 차별화보다는 그 분들의 장점을 본받고 더 발전시켜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계파에 속하지 않았었다는 것과 불의한 권력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맞서서 싸워왔다는 것입니다. 당내는 물론 여야 관계에서도 중재자인 동시에 감시자로서 적격이 아닌가 합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시는지요?
▲ 상시국회 필요성에 대해 이미 국회 내에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24시간 일하고, 일 년 열두 달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소명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의 필요성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국회 의장단 차원에서도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 추진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여야 모두 상시국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금까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상시국회는 야당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상시국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위와 정보위의 일반 상임위화, 상임위별 상시 국정감사 도입 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당과 의견이 같아야 되고, 그 다음 행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장 새누리당이 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별 의원들은 상시국회에 찬성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아직 상시국회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상시국회를 말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도 상시국회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여권에서는 현재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든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서는 강창희 전임 국회의장의 말씀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화법이 적용된 후 첫 국회의장을 맡으신 강 전 의장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에 성과가 있었다.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통하더라. 평가는 19대 국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지금 바꾸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입니다.

선진화법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여야가 정말 힘들게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불편하다고 바꾸는 건 다시 직권상정을 남발하고 거수기 국회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회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부터 제대로 안 하면서 선진화법 개정만 말한다면 진정성이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석현 부의장님을 포함해 국회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입니다. 앞으로 의장단 모두가 개헌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신지요?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폐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민 모두가 이미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헌을 실현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작 본인의 취임 초기에는 터부시하다가 임기 말에서야 부랴부랴 개헌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실현이 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의장단에서는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헌은 국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대통령은 현행 헌법대로 5년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충실히 하고, 국회는 국회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시키면 될 것입니다.

- 지금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내용과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입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어 개헌의 이해관계인이 대통령뿐인 지금 추진해야 합니다. 대통령 집권 2년차인 올해를 넘어서면 차기 대권 주자들이 부각되고, 그들이 개헌을 반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헌 논의 진행이 어려워집니다. 올해 논의를 시작해서 늦어도 다음 총선 전에는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정치 불신이 더 이상 확대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야의 모 아니면 도식 정치투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권력제도의 개선이 절실합니다.

"세월호, 국민들께서 '변화' 명령내린 것"
"문창극 후보자, 자진사퇴가 하나님의 뜻"

- 현재 정치권에서는 문창극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문 후보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는데 하나님의 뜻은 문 후보자가 국민 속을 그만 썩이고 자진사퇴하라는 것 같습니다. 문 총리 후보 단 한 사람으로 인해 한중일 외교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국이 경색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입장이 난처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로서는 총리 후보를 3번씩이나 지명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인사를 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검증된 정치인이나 여야가 함께 논의해 인선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사퇴여부에 대해 야당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는데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될 수 없는 것은 야당 때문이 아니라 국민감정 때문입니다. 어쨌든 문 후보는 속히 자진사퇴하는 것이 답입니다.

- 최근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국회는 민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회가 민생보다 정권을 놓고 싸우는 대결장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뿌리와 가지를 함께 손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개헌을 통해 여야 간 무한 정쟁의 근본 원인을 개선한다면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정당은 정당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모두 품격 있고 생산적인 정치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통해 국회 혁신을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을 돌보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부의장으로서 모든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mi737@ilyosisa.co.kr>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북 익산
▲남성고, 서울대 법학과
▲14, 15, 17∼19대 국회의원
▲민주화추진협의회 기획위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민주당 4대강 저지 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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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