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재단 수상한 기부금 추적

"김기춘이 2달 모은 돈, 재단 10년 모은 돈의 2배"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수상한 거액의 기부금이 유입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부금이 유입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각 재단의 이사장과 이사로 재직하던 시기다. 과연 기부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박정희재단)에 수상한 거액의 기부금이 유입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해 7월에서 9월 사이 누군가가 박정희재단에 약 15억 가량의 거액을 기부했다. 특히 이 시기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각 박정희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재직하던 시기라 눈길을 끈다.

수상한 기부금

김 실장은 박정희재단이 사단법인에서 재단법인으로 전환된 직후인 지난 해 6월21일 초대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우연찮게도 김 실장의 이사장 취임 시기와 기부금의 유입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박정희재단은 그동안 회보를 통해 기부금 내역을 3개월 단위로 공개해왔는데 해당 기간만 기부액과 기부자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재단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6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기부금 수입 15억6700여만원, 이자수입 7억3000여만원을 벌어들여 6개월 동안 18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회보에서 공개한 지난해 10∼12월 기부액 1566만원을 제하면 재단 측이 공개하지 않은 7∼9월 기부액은 15억500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보통 분기당 5~600만원 수준으로 모금되던 기부금이 김 실장의 이사장 취임 이후 15억 가량으로 급격히 증가한 셈이다. 김 실장은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 두 달이 채 안 돼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실장이 퇴임한 이후에는 박정희재단의 기부금 수입액이 다시 1000만원대로 폭락했다. 여러 모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때문에 김 의원실은 재단의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안전행정부를 통해 박정희재단의 기부자 및 기부내역을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박정희대통령사업회에 기부금품 모집 허가를 내줄 당시 기부금 모집 및 사용기간을 '사업완료 시까지'로 기재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내역을 재단에 요청하지 않았고, 재단도 제출 의무가 없어 현재까지 재단의 구체적인 기부금품 모집 내역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재단이 사실상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이다.

참고로 1999년 설립된 (구)박정희기념사업회는 정부로부터 500억원의 기부금 모집을 허가받았고, 해산(2013년 5월)시까지 487억5천만원을 모금해 박정희 기념관 건립 등에 사용했다. 잔여재산 50억원은 2013년 6월 박정희기념재단의 기본재산으로 출연한 바 있다.

한편 본지가 박정희재단의 회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정희재단이 회보를 통해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모금한 모든 기부금을 합쳐도 김 실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단 2개월 남짓한 시기 모은 기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문, 알고 보니 박정희재단 멤버
각종 의혹, 퇴색한 동서화합의 상징


김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권력의 힘으로 기금을 모집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실장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에 취임하기 전이었고 별다른 직책도 없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 7인회의 멤버로서 정치권에서는 이미 막후 실세로 지목되고 있던 시기였다.

게다가 꼭 김 실장이 아니더라도 당시 이사진의 면면이 워낙 화려해 기부금의 대가성이 얼마든지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재단 설립 당시 이사진은 김 실장과 문 후보자 외에도 전경련 부회장 출신의 현 손병두 이사장, 이정무 전 건설교통부장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김성호 전 법무장관,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가 참여했다. 


도대체 15억의 거금을 누가 무슨 이유로 갑작스럽게 기부하게 된 것인지 이후 기부자에 대한 특혜는 없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재단 측은 기부자가 원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해당 회보에서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에 대해 모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의혹은 또 있다. 재단 측의 해명처럼 기부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면 해당 기부자의 성명과 기부내역만 제외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재단 측은 이상하게도 해당 기간 회보에서 기부 내역 전체를 삭제해버렸다. 그동안 재단 측이 1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조차도 빼놓지 않고 모두 공개해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무척 이상한 일이다.

또 김경협 의원실에 따르면 "이사들은 매월 2회씩 모여 사업회 운영을 논의했다고 회보를 통해 밝힌 만큼 박정희재단 이사인 문 후보자도 매월 정기적으로 재단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참여했을 것"이라며 해당 기부금과 문 후보자의 관련성도 의심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각에서는 박정희재단이 그동안 재정난에 시달려 왔으나 김 실장의 이사장 취임 이후 갑자기 재정난이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박정희재단 측은 현재 각종 의혹들에 대한 답변을 전부 거절하고 있는 상태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박정희재단 관계자에게 반론권을 포기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답변을 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으나 박정희재단 측은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박정희재단은 지난 해에는 서울·경기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예스코로부터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기부금은 당초 빈민 낙후지역 도시가스 배관 교체 등 에너지 복지에 쓰여야 할 돈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기부금의 내역은 당시에도 기부금이라는 이유로 밝혀지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출처

정치권에서는 박정희재단은 사실상 현직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는 민감한 곳으로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을 경우 정권의 로비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 시절 미얀마 아웅산묘소 폭발사건으로 순직한 희생자들의 유족에 대한 지원과 장학사업을 목표로 발족한 일해재단의 경우 강제성금 모금 등이 문제가 돼 5공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박정희재단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투명한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정희 재단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동서화합의 상징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공약해 영남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고 정권을 잡은 후에는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예산 2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1999년 7월엔 기념관 건립을 위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현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가 발족됐다. 김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기념사업회의 명예 회장을 맡았다. 김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권노갑 전 의원은 부회장으로 참여했다.

당시 기념사업회 회장으로는 신현확이 취임했고, 한나라당 부총재이던 박근혜 대통령도 부회장을 맡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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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