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별들의 공천전쟁 막후

대권 노리는 잠룡들의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다가오는 7·30재보선은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별들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다가오는 7·30재보선으로 쏠리고 있다. 7월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최소 14곳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02년 8월 재보선(13곳)의 기록은 이로써 갈아치우게 됐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과 같은 당 성완종 의원(충남 서산태안)도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대상지역은 최대 16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6·4 지방 선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여야는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깨질 가능성도 크다.

과반의석 위협
진검승부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 때문인지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동작을은 출마예상자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해 '미니 대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로 그 상징성이 크다. 때문에 여야 모두 승부처로 꼽고 있어 주목도가 높은 만큼 차기 대권까지 바라보고 있는 잠룡들로서는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14대부터 19대까지의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동작을은 새누리당이 15대와 18대, 19대 선거에서 승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14대와 16대, 17대 선거에서 이기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김문수VS정동영 드림매치 이뤄질까?
손학규VS김황식 대결 여부도 관심사


우선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김황식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출마설이 거론됐으나 이 전 수석은 전남 순천·곡성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전 수석이 동작을에 출마해 야권의 거물과 맞붙으면 자칫 정권 심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재보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급히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새정치연합에선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과 이계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18대 총선 때, 이계안 전 의원은 19대 총선 때 동작을에 출마했던 경험도 있다.

후보 난립
경선부터 치열

수많은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진표는 김문수 경기지사 대 정동영 상임고문의 대결로 꼽힌다.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는 동작을 출마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지사 출신인 김 지사가 경기도에 출마해 승리하는 정도로는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높은 동작을에서 승리한다면 김 지사는 단번에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이미 동작을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극비리에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동작을 후보로 김 지사를 공천할 경우에는 김 지사의 정치적 중량감을 고려할 때 새정치연합이 이에 대응할 카드는 정동영 상임고문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정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는 최고의 기회인 동시에 큰 부담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마저도 패한다면 정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정 고문 측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지역은 어디라도 상관이 없다"고 공언한 만큼 동작을 출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고문의 동작을 공천설이 힘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정 고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의원이나 손학규 상임고문이 안철수 대표의 명운이 달린 광주시장 선거를 외면했음에도 공동선대위원장 중 가장 먼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정 고문과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재보선에서 정 고문이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김 지사와의 정면 승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평가다.

동작을 출마가 예상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는 김포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재직 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데 김포는 한강을 끼고 있어 이를 마무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이는 김포 주민들의 지역 개발욕구를 자극시킴으로써 오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오 전 시장의 대항마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원도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원은 특히 선거구 4곳 가운데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여야 모두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손 고문은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지역구인 수원병과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정을 놓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손 고문은 개인적으로 수원정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정은 17대부터 19대까지 김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신인에게 양보하고 손 고문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당의 승리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손학규의 위기
정동영의 기회

여기에 수원을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몫으로 김세영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손 고문은 당 안팎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의 전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를 강요받고 있는 모양새다. 수원병의 경우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무려 5선을 한 곳이라 야권 인사의 당선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에서는 수원병 지역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나경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를 차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손 고문이라고 해도 여권 강세 지역에서 이들과 맞대결을 펼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의 중도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 해운대·기장갑 역시 눈여겨 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미 이 지역에서 7∼8명의 후보들이 난립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경률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 허범도 전 부산시 정무특보, 김영준 전 부산시 특별보좌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가 7·14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올 가능성이 커 김 전 사무총장의 생존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또 한 번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물들 자기사람 앞세워 대리전
안철수 대 비주류 이전투구 양상


한편 새정치연합 내에선 재보선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비주류는 지방선거 패배론을 앞세워 당 지도부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가 광주시장 선거에 집중하는 바람에 경기와 인천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 측은 "새정치계와 합당하지 않았다면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을 구 민주당계가 '살려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으로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 민주당계가 지방선거 패배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계가 크게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안 대표는 '중진 선당후사론'을 앞세워 비주류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중진 차출론과 관련해 "당 중진들은 7·30 재보선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당 중진들의 공천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중진 선당후사론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 중진들이 재보선을 통해 대거 당에 복귀할 경우 조기 당권경쟁에 불이 붙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진들의 복귀를 막고, 중진들을 '올드보이'로 낙인찍어 차기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정치적 입지를 미리 좁혀놓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안철수계 인물들을 재보선을 통해 대거 원외에 입성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이길까?
비주류 이길까?

이번 재보선에서 안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원외로 들어온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대폭 넓어지게 된다. 실제로 안 대표와 관련된 인사들은 재보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금태섭 당 대변인, 김효석·이계안 최고위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박인복 당 홍보위원장 등이 재보선 출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곳곳에서 손학규계, 문재인계 등의 인물들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거물들이 직접 뛰는 선거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거물들이 자신의 사람들을 앞세워 펼치는 대리전의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거물들은 본인 스스로도 살아남아야 하는 한편 측근들도 챙겨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다가오는 7월 재보선에선 본선보다 치열한 별들의 공천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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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