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별들의 공천전쟁 막후

대권 노리는 잠룡들의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다가오는 7·30재보선은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별들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다가오는 7·30재보선으로 쏠리고 있다. 7월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최소 14곳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02년 8월 재보선(13곳)의 기록은 이로써 갈아치우게 됐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과 같은 당 성완종 의원(충남 서산태안)도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대상지역은 최대 16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6·4 지방 선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여야는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깨질 가능성도 크다.

과반의석 위협
진검승부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 때문인지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동작을은 출마예상자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해 '미니 대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로 그 상징성이 크다. 때문에 여야 모두 승부처로 꼽고 있어 주목도가 높은 만큼 차기 대권까지 바라보고 있는 잠룡들로서는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14대부터 19대까지의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동작을은 새누리당이 15대와 18대, 19대 선거에서 승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14대와 16대, 17대 선거에서 이기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김문수VS정동영 드림매치 이뤄질까?
손학규VS김황식 대결 여부도 관심사


우선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김황식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출마설이 거론됐으나 이 전 수석은 전남 순천·곡성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전 수석이 동작을에 출마해 야권의 거물과 맞붙으면 자칫 정권 심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재보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급히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새정치연합에선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과 이계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18대 총선 때, 이계안 전 의원은 19대 총선 때 동작을에 출마했던 경험도 있다.

후보 난립
경선부터 치열

수많은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진표는 김문수 경기지사 대 정동영 상임고문의 대결로 꼽힌다.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는 동작을 출마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지사 출신인 김 지사가 경기도에 출마해 승리하는 정도로는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높은 동작을에서 승리한다면 김 지사는 단번에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이미 동작을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극비리에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동작을 후보로 김 지사를 공천할 경우에는 김 지사의 정치적 중량감을 고려할 때 새정치연합이 이에 대응할 카드는 정동영 상임고문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정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는 최고의 기회인 동시에 큰 부담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마저도 패한다면 정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정 고문 측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지역은 어디라도 상관이 없다"고 공언한 만큼 동작을 출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고문의 동작을 공천설이 힘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정 고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의원이나 손학규 상임고문이 안철수 대표의 명운이 달린 광주시장 선거를 외면했음에도 공동선대위원장 중 가장 먼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정 고문과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재보선에서 정 고문이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김 지사와의 정면 승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평가다.

동작을 출마가 예상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는 김포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재직 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데 김포는 한강을 끼고 있어 이를 마무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이는 김포 주민들의 지역 개발욕구를 자극시킴으로써 오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오 전 시장의 대항마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원도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원은 특히 선거구 4곳 가운데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여야 모두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손 고문은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지역구인 수원병과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정을 놓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손 고문은 개인적으로 수원정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정은 17대부터 19대까지 김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신인에게 양보하고 손 고문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당의 승리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손학규의 위기
정동영의 기회

여기에 수원을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몫으로 김세영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손 고문은 당 안팎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의 전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를 강요받고 있는 모양새다. 수원병의 경우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무려 5선을 한 곳이라 야권 인사의 당선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에서는 수원병 지역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나경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를 차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손 고문이라고 해도 여권 강세 지역에서 이들과 맞대결을 펼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의 중도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 해운대·기장갑 역시 눈여겨 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미 이 지역에서 7∼8명의 후보들이 난립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경률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 허범도 전 부산시 정무특보, 김영준 전 부산시 특별보좌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가 7·14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올 가능성이 커 김 전 사무총장의 생존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또 한 번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물들 자기사람 앞세워 대리전
안철수 대 비주류 이전투구 양상


한편 새정치연합 내에선 재보선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비주류는 지방선거 패배론을 앞세워 당 지도부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가 광주시장 선거에 집중하는 바람에 경기와 인천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 측은 "새정치계와 합당하지 않았다면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을 구 민주당계가 '살려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으로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 민주당계가 지방선거 패배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계가 크게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안 대표는 '중진 선당후사론'을 앞세워 비주류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중진 차출론과 관련해 "당 중진들은 7·30 재보선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당 중진들의 공천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중진 선당후사론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 중진들이 재보선을 통해 대거 당에 복귀할 경우 조기 당권경쟁에 불이 붙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진들의 복귀를 막고, 중진들을 '올드보이'로 낙인찍어 차기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정치적 입지를 미리 좁혀놓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안철수계 인물들을 재보선을 통해 대거 원외에 입성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이길까?
비주류 이길까?

이번 재보선에서 안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원외로 들어온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대폭 넓어지게 된다. 실제로 안 대표와 관련된 인사들은 재보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금태섭 당 대변인, 김효석·이계안 최고위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박인복 당 홍보위원장 등이 재보선 출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곳곳에서 손학규계, 문재인계 등의 인물들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거물들이 직접 뛰는 선거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거물들이 자신의 사람들을 앞세워 펼치는 대리전의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거물들은 본인 스스로도 살아남아야 하는 한편 측근들도 챙겨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다가오는 7월 재보선에선 본선보다 치열한 별들의 공천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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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