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별들의 공천전쟁 막후

대권 노리는 잠룡들의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다가오는 7·30재보선은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별들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다가오는 7·30재보선으로 쏠리고 있다. 7월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최소 14곳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02년 8월 재보선(13곳)의 기록은 이로써 갈아치우게 됐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과 같은 당 성완종 의원(충남 서산태안)도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대상지역은 최대 16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6·4 지방 선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여야는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깨질 가능성도 크다.

과반의석 위협
진검승부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 때문인지 현재 정치권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대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동작을은 출마예상자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해 '미니 대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구로 그 상징성이 크다. 때문에 여야 모두 승부처로 꼽고 있어 주목도가 높은 만큼 차기 대권까지 바라보고 있는 잠룡들로서는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14대부터 19대까지의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동작을은 새누리당이 15대와 18대, 19대 선거에서 승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14대와 16대, 17대 선거에서 이기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김문수VS정동영 드림매치 이뤄질까?
손학규VS김황식 대결 여부도 관심사


우선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김황식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출마설이 거론됐으나 이 전 수석은 전남 순천·곡성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전 수석이 동작을에 출마해 야권의 거물과 맞붙으면 자칫 정권 심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재보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가 급히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새정치연합에선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과 이계안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18대 총선 때, 이계안 전 의원은 19대 총선 때 동작을에 출마했던 경험도 있다.

후보 난립
경선부터 치열

수많은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진표는 김문수 경기지사 대 정동영 상임고문의 대결로 꼽힌다. 차기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는 동작을 출마에 유독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지사 출신인 김 지사가 경기도에 출마해 승리하는 정도로는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높은 동작을에서 승리한다면 김 지사는 단번에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이미 동작을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극비리에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동작을 후보로 김 지사를 공천할 경우에는 김 지사의 정치적 중량감을 고려할 때 새정치연합이 이에 대응할 카드는 정동영 상임고문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정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는 최고의 기회인 동시에 큰 부담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마저도 패한다면 정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위험한 도박이다. 하지만 정 고문 측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지역은 어디라도 상관이 없다"고 공언한 만큼 동작을 출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고문의 동작을 공천설이 힘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정 고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의원이나 손학규 상임고문이 안철수 대표의 명운이 달린 광주시장 선거를 외면했음에도 공동선대위원장 중 가장 먼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정 고문과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재보선에서 정 고문이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김 지사와의 정면 승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평가다.

동작을 출마가 예상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는 김포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재직 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데 김포는 한강을 끼고 있어 이를 마무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이는 김포 주민들의 지역 개발욕구를 자극시킴으로써 오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오 전 시장의 대항마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원도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원은 특히 선거구 4곳 가운데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여야 모두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손 고문은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지역구인 수원병과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정을 놓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손 고문은 개인적으로 수원정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정은 17대부터 19대까지 김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신인에게 양보하고 손 고문은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당의 승리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손학규의 위기
정동영의 기회

여기에 수원을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몫으로 김세영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 손 고문은 당 안팎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의 전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를 강요받고 있는 모양새다. 수원병의 경우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무려 5선을 한 곳이라 야권 인사의 당선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새누리당에서는 수원병 지역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나 나경원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를 차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손 고문이라고 해도 여권 강세 지역에서 이들과 맞대결을 펼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의 중도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 해운대·기장갑 역시 눈여겨 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미 이 지역에서 7∼8명의 후보들이 난립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경률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 허범도 전 부산시 정무특보, 김영준 전 부산시 특별보좌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가 7·14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올 가능성이 커 김 전 사무총장의 생존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또 한 번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물들 자기사람 앞세워 대리전
안철수 대 비주류 이전투구 양상


한편 새정치연합 내에선 재보선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비주류는 지방선거 패배론을 앞세워 당 지도부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가 광주시장 선거에 집중하는 바람에 경기와 인천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 측은 "새정치계와 합당하지 않았다면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을 구 민주당계가 '살려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으로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 민주당계가 지방선거 패배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계가 크게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안 대표는 '중진 선당후사론'을 앞세워 비주류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중진 차출론과 관련해 "당 중진들은 7·30 재보선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당 중진들의 공천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중진 선당후사론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 중진들이 재보선을 통해 대거 당에 복귀할 경우 조기 당권경쟁에 불이 붙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진들의 복귀를 막고, 중진들을 '올드보이'로 낙인찍어 차기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정치적 입지를 미리 좁혀놓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안철수계 인물들을 재보선을 통해 대거 원외에 입성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이길까?
비주류 이길까?

이번 재보선에서 안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원외로 들어온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대폭 넓어지게 된다. 실제로 안 대표와 관련된 인사들은 재보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금태섭 당 대변인, 김효석·이계안 최고위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박인복 당 홍보위원장 등이 재보선 출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곳곳에서 손학규계, 문재인계 등의 인물들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거물들이 직접 뛰는 선거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거물들이 자신의 사람들을 앞세워 펼치는 대리전의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거물들은 본인 스스로도 살아남아야 하는 한편 측근들도 챙겨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다가오는 7월 재보선에선 본선보다 치열한 별들의 공천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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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