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 간 대표직을 놓고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취임 2년차에 불과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등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의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빅2는 서 의원과 김 의원으로 압축된 상태다. 여권에선 김 의원의 부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4 지방선거에 이어 ‘비박의 반란’이 또 일어날 경우 박근혜 정권하에서 헤게모니를 잡는 세력이 달라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헤게모니 싸움
부상세력 주시
만일 비주류인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질 경우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모양새가 된다.
즉 김 의원이 집권여당 대표직을 꿰차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중심축이었던 권력지형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특히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것으로도 보인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청와대와 행정부에 대한 당의 견제 기능이 부족했다”며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로서 할 말은 하는 집권 여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권을 쥐면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여당을 지양하고 실권을 갖고 국정에 적극 동참하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런 김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11∼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 의원이 42.6%를, 서 의원은 32.1%의 지지율을 각각 획득해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앞서 디오피니언이 10일 전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이 47.6%로 1위를 차지했고, 서 의원은 24.4%로 뒤를 이었다.
전대에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각각 70%, 30%를 반영키로 한 것과 서 의원이 집권세력인 친박계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김 의원이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론서 앞선
비박 수장
주목되는 것은 ‘비박의 반란’으로 불렸던 6·4 지선 공천 결과다. 당시 거물급 비박 주자들이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을 통해 친박계를 제치고 공천장을 획득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비박 정몽준 경선후보는 3198표를 얻어, 박심(박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도 958표에 그친 김황식 후보를 압도했다.
이 것 뿐만이 아니다. 경남지사 경선 역시 비박 홍준표 후보가 친박계 박완수 후보를 눌렀고, 심지어 친박성지로까지 불리는 대구에서도 비박 권영진 후보가 선출되는 대이변이 나왔다.
서청원 vs 김무성, 당권 따라 권력지형 변화
김 “할말 하는 여당 만들 것” 비박기류 주목
원조 비박으로 분류되는 남경필 후보와 원희룡 후보도 각각 경기와 제주에서 공천장을 따내는 등 당세가 약한 호남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비박계가 무려 9곳에서나 공천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박이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지선 경선을 통해 정치 영역의 고토를 상당히 회복했다는 평을 내놨다.
비박의 반란이 전대에까지 다시 연출될 수 있는 가능성의 토대가 지선 경선과정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대에서까지 비박 정서가 먹힐지는 모르겠다”며 “아무튼 박 대통령이 임기초 임을 감안할 때 지선 경선에서 비박 정서가 통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지선 경선의 표심이었던 비박 기류가 이번 전대에서 재현될까.
서, 김 의원은 나란히 비슷한 선거 어젠다를 띄워놨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과 책임여당 등을 제시한 것이다.
서 의원 캠프는 전대를 통해 ‘박근혜 정권 수호론’을 확산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최고참인 서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면으로는 책임여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19일 출마 선언문에서 “'책임대표'로서 진정한 '책임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당·청의 관계는 당이 주도하는 ‘수평적 긴장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같은 맥락이다. 출사표를 통해 “활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이 만들었다. 성공해야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하는 한편 ‘할 말은 하는 집권 여당론’을 제기한 뒤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두 의원은 정국 최대 현안인 ‘문창극 총리 지명 논란’에 대해서도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내놨다.
빅2 공통 선거
어젠다 띄워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빅2가 선거 행보만으로는 전대 표심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지선 경선 과정에서 광역 시·도 곳곳에 깔린 비박 정서가 전대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가 주요 관전포인트로 보인다.
서 의원보다는 여론조사상 앞서 있고 비박계 수장으로도 꼽히는 김 의원이 키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김 의원이 비박 기류를 점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