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빅매치' 판 커진 7·30재보선 막전막후

대권 노리는 '올드보이의 귀환'…국민들은 과연 반길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권의 관심이 7·30재·보궐선거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끝난 데다, 최소 14곳 이상의 '미니총선급' 규모 재보선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 선거구에는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며 벌써부터 재보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총출동 가능성이 점쳐지며 재보선이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마무리되며 재보선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2라운드 '격돌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14곳에서 최대 16곳에 이를 정도로 재보선의 규모가 커지며 '미니총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의미도 커져 여야는 사활을 걸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맞붙을 태세다.

지방선거 무승부
재보선서 연장전

우선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부터 살펴보면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무려 10곳에서 공백이 생겼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은 서울 동작을(정몽준), 부산 해운대·기장갑(서병수), 경기 김포(유정복), 대전 대덕구(박성효), 울산 남구을(김기현), 경기 수원병(남경필), 충북 충주(윤진식) 등 7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출마한 경기 수원정(김진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낙연)과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후보에 나섰던 이용섭 전 의원의 지역구 광주 광산구을 등 3곳도 재보선 지역이다.

여기에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곳도 경기 평택을(새누리, 이재영), 경기 수원을(새정치연합, 신장용), 전남 나주(새정치연합, 배기운), 전남 순천·곡성(통합진보당, 김선동) 등 4곳에 이르러 최소 14곳에서 재보선이 열릴 예정이다.

게다가 서울 서대문을(새누리, 정두언), 충남 서산·태안(새누리, 성완종)도 해당 의원들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불법기부행위 등으로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지역은 2곳이 더 추가될 여지가 있다.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해당 의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거나,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해당 의원은 그 즉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처럼 재보선 규모가 14~16곳에 이를 정도로 큰 데다, 수도권에서만 6~7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을 띤 치열한 재보선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각 지역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이 줄을 이으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고, 조만간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동작을
대선 전초전?

정몽준 전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로 나서며 재보선이 열리게 된 서울 동작을의 경우에는 이미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 면면이 '미니대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재보선 지역 중 서울은 동작을 한 곳뿐인 상황에서 수도 서울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중요성을 감안해 원외에서 기회를 엿보던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정권 심판론'이 다시 한 번 재현되며 야권에서도 거물급 인사를 출격시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총선급 규모…여야 거물급 인사 출마설
여야, 지방선거에서 못낸 승부 재보선서 결판?

당장 새정치연합에서는 김두관·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등 대권잠룡들과 함께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에서도 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현 대표 등 만만찮은 인사들이 동작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고려대 특임교수도 아직 입당을 하지는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로 동작을에 나서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7·30재보선에 새정치연합 동작을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중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동작을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지사는 6월말 도백 임기가 끝나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을 하거나 7·14전당대회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 진입해야만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동작을 출마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출마를 강하게 부인하거나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현 전 수석은 공개적으로 출마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 전 수석 주변을 통해 "재보선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 전 수석의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읽는 이 전 수석이 당·정·청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판을 키울 여지가 농후해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지금 주변 사람들 반응과 언론 등을 통해 분위기를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은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권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경우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극적인 여권
적극적인 야권

이처럼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야권 인사들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고문은 동작을 출마설에 대해 "저는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는 전주 지역구를 스스로 떠나 강남에도 출마했던 사람이다. 지역은 중요치 않다"며 "당과 나라를 위해 (재보선 출마가) 꼭 필요한 것인지 숙고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지난 18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며 경남지사 직을 던졌던 김두관 전 지사는 더욱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작을 출마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와 빅매치를 해보고 싶다. 이번 재보선에서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수도권에 입성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에는 동작을과 함께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만약 김문수 지사가 동작을 출마로 가닥을 잡는다면 지도부 결단으로 손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손 고문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수원병이 남 당선인이 작고한 부친 남평우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5대 국회 재보선 때부터 내리 5선을 달성했을 정도로 여권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점을 이유로 손 고문이 나서 주기를 바라는 기류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번 재보선은 경기도가 5석이 포함돼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진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손 고문의 출마를 요구했다.

승부 향방
오리무중

승부의 향방은 재보선까지 아직 기간이 40여일 남은 데다 세월호 국정조사, 박근혜정부 인적 쇄신 및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각 정당의 공천 등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가 많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 국정조사가 재보선 기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박근혜 지키기 vs 세월호 심판론' 구도의 선거가 치러질지 주목된다. 이를 경계하는 여권에서는 당장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중 기관보고 등을 마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자칫 세월호 국조가 묻힐 수도 있는 월드컵 기간을 피해 재보선 기간인 7월 중 기관보고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여야가 '경고'와 '기회'를 동시에 받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적 쇄신 작업, 국가 개조 작업 등이 기대 이하에 그칠 경우에는 여권에게 불리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 쇄신 요구에 맞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이룬다면 야권이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심판 동력'은 상실되고 여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김문수·나경원·오세훈·이혜훈·이정현 거론
야-김두관·손학규·정동영·천정배·김현철 채비

야권의 경우에는 공천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지도부의 광주·안산 전략공천이 거센 역풍을 야기했고, 아직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키지 못했던 ‘개혁 공천’을 이번에는 지키면서 당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선전이 예상되지만, 또 다시 공천 갈등에 휩싸인다면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야권에서 벌써부터 공천 관련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486계 등 신진세력들은 '거물급 귀환'을 '올드보이 귀환'으로 규정하고, 새정치와 세대교체를 위해 이들의 귀환에 반대하고 있다. 486계의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초재선 모임 '더 좋은 미래' 토론회에서 "재보선 공천에서는 혁신적인 세대교체형 후보들이 돼야 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올드보이로 찍힌 분들은 나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도 "당의 미래를 위해 재보선이 '중진 부활의 장'이 아닌 '신진 등용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새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여야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 승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거물급 차출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진과 신인 간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물급 생환 여부
대권·의석수 영향

한편,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의 '생환' 여부에 따라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차례 재편된 잠룡 간 차기 경쟁 구도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선에 성공하며 약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도 추가로 부상하는 잠룡들이 생겨나며 잠룡 간 경쟁구도가 '군웅할거' 양상을 띠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국회의석수 분포가 새누리당 149석, 새정치연합 127석, 통합진보당 5석, 정의당 5석인 상황에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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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