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빅매치' 판 커진 7·30재보선 막전막후

대권 노리는 '올드보이의 귀환'…국민들은 과연 반길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권의 관심이 7·30재·보궐선거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끝난 데다, 최소 14곳 이상의 '미니총선급' 규모 재보선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 선거구에는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며 벌써부터 재보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총출동 가능성이 점쳐지며 재보선이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7·30재보선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야 무승부로 마무리되며 재보선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2라운드 '격돌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14곳에서 최대 16곳에 이를 정도로 재보선의 규모가 커지며 '미니총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의미도 커져 여야는 사활을 걸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맞붙을 태세다.

지방선거 무승부
재보선서 연장전

우선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부터 살펴보면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무려 10곳에서 공백이 생겼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은 서울 동작을(정몽준), 부산 해운대·기장갑(서병수), 경기 김포(유정복), 대전 대덕구(박성효), 울산 남구을(김기현), 경기 수원병(남경필), 충북 충주(윤진식) 등 7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출마한 경기 수원정(김진표),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낙연)과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광주시장 후보에 나섰던 이용섭 전 의원의 지역구 광주 광산구을 등 3곳도 재보선 지역이다.

여기에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곳도 경기 평택을(새누리, 이재영), 경기 수원을(새정치연합, 신장용), 전남 나주(새정치연합, 배기운), 전남 순천·곡성(통합진보당, 김선동) 등 4곳에 이르러 최소 14곳에서 재보선이 열릴 예정이다.

게다가 서울 서대문을(새누리, 정두언), 충남 서산·태안(새누리, 성완종)도 해당 의원들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불법기부행위 등으로 오는 2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재보선 지역은 2곳이 더 추가될 여지가 있다.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해당 의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거나,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해당 의원은 그 즉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처럼 재보선 규모가 14~16곳에 이를 정도로 큰 데다, 수도권에서만 6~7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을 띤 치열한 재보선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각 지역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이 줄을 이으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고, 조만간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동작을
대선 전초전?

정몽준 전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로 나서며 재보선이 열리게 된 서울 동작을의 경우에는 이미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 면면이 '미니대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재보선 지역 중 서울은 동작을 한 곳뿐인 상황에서 수도 서울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중요성을 감안해 원외에서 기회를 엿보던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정권 심판론'이 다시 한 번 재현되며 야권에서도 거물급 인사를 출격시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총선급 규모…여야 거물급 인사 출마설
여야, 지방선거에서 못낸 승부 재보선서 결판?

당장 새정치연합에서는 김두관·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등 대권잠룡들과 함께 천정배 전 법무장관, 이계안 최고위원, 금태섭 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에서도 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현 대표 등 만만찮은 인사들이 동작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고려대 특임교수도 아직 입당을 하지는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로 동작을에 나서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7·30재보선에 새정치연합 동작을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중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동작을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지사는 6월말 도백 임기가 끝나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을 하거나 7·14전당대회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 진입해야만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동작을 출마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출마를 강하게 부인하거나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현 전 수석은 공개적으로 출마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 전 수석 주변을 통해 "재보선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 전 수석의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읽는 이 전 수석이 당·정·청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이 전 수석이 나설 경우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판을 키울 여지가 농후해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지금 주변 사람들 반응과 언론 등을 통해 분위기를 보는 것 같다"며 "본인은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권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경우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극적인 여권
적극적인 야권

이처럼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야권 인사들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고문은 동작을 출마설에 대해 "저는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는 전주 지역구를 스스로 떠나 강남에도 출마했던 사람이다. 지역은 중요치 않다"며 "당과 나라를 위해 (재보선 출마가) 꼭 필요한 것인지 숙고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지난 18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며 경남지사 직을 던졌던 김두관 전 지사는 더욱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작을 출마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와 빅매치를 해보고 싶다. 이번 재보선에서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수도권에 입성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에는 동작을과 함께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지역구인 수원병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만약 김문수 지사가 동작을 출마로 가닥을 잡는다면 지도부 결단으로 손 고문에게 동작을 출마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손 고문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수원병이 남 당선인이 작고한 부친 남평우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5대 국회 재보선 때부터 내리 5선을 달성했을 정도로 여권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점을 이유로 손 고문이 나서 주기를 바라는 기류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번 재보선은 경기도가 5석이 포함돼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진이 필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손 고문의 출마를 요구했다.

승부 향방
오리무중


승부의 향방은 재보선까지 아직 기간이 40여일 남은 데다 세월호 국정조사, 박근혜정부 인적 쇄신 및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각 정당의 공천 등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가 많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세월호 국정조사가 재보선 기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박근혜 지키기 vs 세월호 심판론' 구도의 선거가 치러질지 주목된다. 이를 경계하는 여권에서는 당장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중 기관보고 등을 마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자칫 세월호 국조가 묻힐 수도 있는 월드컵 기간을 피해 재보선 기간인 7월 중 기관보고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여야가 '경고'와 '기회'를 동시에 받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적 쇄신 작업, 국가 개조 작업 등이 기대 이하에 그칠 경우에는 여권에게 불리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 쇄신 요구에 맞는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이룬다면 야권이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심판 동력'은 상실되고 여권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김문수·나경원·오세훈·이혜훈·이정현 거론
야-김두관·손학규·정동영·천정배·김현철 채비

야권의 경우에는 공천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지도부의 광주·안산 전략공천이 거센 역풍을 야기했고, 아직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키지 못했던 ‘개혁 공천’을 이번에는 지키면서 당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선전이 예상되지만, 또 다시 공천 갈등에 휩싸인다면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야권에서 벌써부터 공천 관련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486계 등 신진세력들은 '거물급 귀환'을 '올드보이 귀환'으로 규정하고, 새정치와 세대교체를 위해 이들의 귀환에 반대하고 있다. 486계의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초재선 모임 '더 좋은 미래' 토론회에서 "재보선 공천에서는 혁신적인 세대교체형 후보들이 돼야 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올드보이로 찍힌 분들은 나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도 "당의 미래를 위해 재보선이 '중진 부활의 장'이 아닌 '신진 등용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새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여야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 승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거물급 차출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진과 신인 간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물급 생환 여부
대권·의석수 영향

한편,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의 '생환' 여부에 따라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 차례 재편된 잠룡 간 차기 경쟁 구도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선에 성공하며 약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도 추가로 부상하는 잠룡들이 생겨나며 잠룡 간 경쟁구도가 '군웅할거' 양상을 띠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국회의석수 분포가 새누리당 149석, 새정치연합 127석, 통합진보당 5석, 정의당 5석인 상황에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