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아모레퍼시픽 폭풍전야 내막

도대체 얼마나?…과징금 폭탄 투하된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상승세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경배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불어 닥친 '외풍'이 심상치 않아서다.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최대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올 1분기에만 93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57억원과 1229억원으로 각각 25.3%와 35.6% 늘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사업은 올 1분기 국내에선 12%, 해외에선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디지털, 해외 사업이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중국에서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88% 증가율을 나타냈다.

매출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사연

이에 따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 순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 회장의 지분가치 평가액은 3조795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82억원 늘어났다.

현재 서 회장은 아모레G 보통주 444만4362주(55.70%)와 우선주 12만2974주(13.50%),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62만6445주(1072%)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분으로만 각각 7907억원, 2875억원을 벌었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에 행한 '대리점 쪼개기'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행위 사건 조사를 마무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갑의 횡포' 논란은 지난해 6월경 촉발됐다. 진보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지난 6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을의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열고 '갑의 횡포'를 내놨다. 이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목표한 영업실적에 도달하지 못한 대리점에 밀어내기로 상품을 강매하고 무상으로 지급해야 할 판촉물도 강제로 구매하도록 했다.

판촉물 강제 구매로 지난 2012년 한 해 각 대리점은 1800만원씩 부담해야 했다. 영업사원의 교육·훈련 비용도 점주가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계약을 해지해 우수 대리점을 직영화하고 영업사원을 다른 대리점에 넘기거나 직영점으로 빼가기도 했다.

실제로 경남 마산의 전직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였던 서행수씨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회사는 2007년 12월 서씨에게 '경영개선 요청 내용'을 보내 2006∼2007년 매출이 역성장을 했다며 2008년 판매 증대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서씨는 2008년 판매를 5.0% 성장시키기로 했지만 9월까지 2.4%에 그쳤고 회사는 결국 그해 말 거래를 종료했다.

회사는 계약을 해지하면서 서씨와 10년 동안 계약을 맺은 60여명의 카운슬러를 모두 다른 특약점으로 가도록 했다. 서씨와 일하던 카운슬러의 절반은 그해 아모레퍼시픽을 퇴직한 점주가 운영하는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했고 나머지도 이듬해 직영점으로 이동했다.

공정위 조사 완료…과징금 수백억 예상
남양유업 123억원 기록 깰까 초미 관심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은 상품 강제출고는 물론, 특약점주들에게 무상판촉물의 비용까지 전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특약점의 매출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정도의 제품을 강매시켰다.

피해점주들이 내놓은 아모레퍼시픽과 대리점주 단 거래약정서를 보면 ▲제9조(대금결제) 2항 "갑은 수시로 을에게 상품대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따라 지체 없이 변제해야 한다" ▲제15조(판촉물 사용관리) 3항 "갑은 제2항의 무상의 판촉물 제작비용 일부를 을과 사전에 합의하여 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 측은 "계약대로라면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만을 을에게 부담시킬 수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합의 없이' '전액'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전체 550여개 대리점의 매출과 비교해 해당 점포의 매출이 낮으면 경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종료하도록 한다"며 "특히 2003년과 올해 80개 직영점의 영업사원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해 영업사원을 빼갔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18일에는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이 "남양유업 같은 막말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폭됐다.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5개 정도의 녹취록을 확보해 이를 우 최고위원 측에 전달했다. 협의회 측은 녹취록에 "너무 나서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순순히 특약점을 내놓지 않으면 옆에 직영점을 열어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취록은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녹취록에 담긴 막말 수위가 남양유업 사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때문에 심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녹취록이 있다면 이미 공개했을 텐데 '갑의 횡포' 물타기만 하고 있다"며 "내부조사 결과 막말직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계약서 무시하고
을에게 전액 부담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13일 2007년 녹음된 50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은 대리점주에게 "사장님이 철밥통이요? 사업하는 사람이 공무원 됩니까? 능력이 안 되고 성장하지 못하면 나가야지" "니 잘한 게 뭐 있나? 1년 동안 뭐한 거야? 열받지, 열받지?" "나이 마흔 넘어서 이 XX야, (다른 대리점에) 뒤지면 되나, 안 되나?" 등의 폭언이 담겨져 있었다.

이에 대리점주가 '만약 내가 버티면 어떻게 되냐?'라고 묻자 영업직원은 "만약 사장님께서 말 그대로 협조 안 해주시면 물건은 안 나가고 인근에 영업장을 또 내는 거죠"라며 대리점 강탈 과정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손영철 사장 명의의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해당 사안이 수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저희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자들에게 보낸 손 사장 명의의 이메일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징계 결정 코앞
갑질 대가는?

손 사장은 지난 10월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잘못 가르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며 "현재 근무하는 직원이나 관계자라면 불러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후 매듭을 짓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진위 여부가 파악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와 진보정의당은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와 대리점주들에 대한 횡포를 고발하고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공정위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화장품 업계 갑을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8개 화장품 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 8명을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급파해 방문판매 대리점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만 추가 조사를 벌였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조사는 최근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소회의에 상정하고 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아모레퍼시픽에 송부한 상태다. 2주 이내 아모레퍼시픽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심의 기일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공정위 측은 "일단의 소회의에 상정했지만 전원회의 상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일정상 다음 달에는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의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에 내려질 징계 수위에 대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거래행위 사안은 '남양유업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욕설 녹취록'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쪼개기, 밀어내기…남양사태 판박이
검찰에 고발 등 중징계 내려질 전망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해 5월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2010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더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직원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밀어내기'를 한다는 것.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 특성상 제품 대부분이 버려졌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에 떡값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씩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임금을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부인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징계 철회·조정
기대 어려울듯

하지만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남양유업은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갑의 횡포'가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져지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 고발했다.

남양유업 사태를 전례로 볼 때 아모레퍼시픽의 징계 수위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와 관계된 매출액과 내용 정도 기간 가중 및 감경 요소 등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3조8953억원)은 남양유업(1조2298억원)의 3배가 넘고 불공정 행위 사안이 크고 악질적이라는 점에서 더 강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것. 징계가 철회되거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과징금 부과 뒤 "너무 많다"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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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