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고장 난 박근혜 인사시스템 완벽해부

"도대체 왜 뽑은 거지?" 대통령 빼곤 아무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고장 난' 인사시스템으로 또 한 번 궁지에 몰렸다. 중도 사퇴한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에 이어 새로 지명한 문창극 총리후보자마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문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격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박근혜정부의 고장 난 인사시스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가장 큰 원인은 잇따른 인사실패다. 세월호 참사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2기 내각은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지명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중에 신중
장고 끝 악수

사실 이번 총리 지명은 매우 중요했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한 후 이어진 인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인사에서도 악재가 터진다면 이는 곧바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오는 7월30일로 예정된 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니총선급' 규모로 판이 커진 7ㆍ30재보선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총리 지명을 앞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한 이유이다.

상당수의 총리후보자들은 청문회 통과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해 탈락했다. 게다가 관료 출신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관피아'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었고, 법조계 출신은 박근혜정부 들어 과도한 법조인 기용으로 이미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계 역시 과감한 개혁 추진에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PK독식'이란 비판을 의식해 지역안배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때문에 이번 총리 지명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김문수 경기지사,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김영란 전 대법관,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 수많은 후보군들이 거명됐다.

물 건너간 책임총리, 민심수습 포기?
조기 레임덕 코앞까지…이러다 탄핵?


총리 지명이 늦어질수록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도 점점 더 늘어났다. 박 대통령이 인재풀을 풀가동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돌고 돌아 지명된 인사가 문창극 후보자였다. 당장 야권에선 문 후보자의 총리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악평이었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총리 하마평에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깜짝 발탁'이었다. 문 후보자는 언론인 출신으로 <중앙일보> 주필을 지냈다. 정통 언론인 출신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역대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 후보자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충청지역 광역단체장 네 곳에서 모두 참패한 것과 관련해 충청민심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정식 임명되면 충북(청주) 출신 첫 총리가 된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국정경험이 전무한 데다 인지도가 제로에 가깝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박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총리' 자리를 맡기기엔 너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문 후보자는 스스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책임총리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가 책임총리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떠나는 충청민심
기름 부은 청와대


야권의 한 관계자는 "기껏해야 청와대 대변인 깜밖에 안 되는 인물에게 총리를 맡겼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가 과거에 쓴 극우성향의 칼럼과 발언들도 현재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이 다니던 한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민족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고,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면서는 "일본으로부터 위안부문제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선 "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뽑은 것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에 대해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문 후보자가) 대한민국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러한 역사인식으로 국정운영을 할 텐데 앞날이 걱정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6명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여론도 크게 들끓고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과 천주교인들도 문 후보자가 하나님을 욕되게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도 문 후보자의 중도사퇴론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문 후보자가 지난 2011년 '박근혜 현상'이라는 칼럼에서 "행정수도를 고수한 것이나 영남 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지역이기주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질 뿐"이라고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서는 문창극 카드가 충청권 민심을 다잡는 데 오히려 역효과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자와 같은 날 지명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보는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는 않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인제 의원 측에 5억원을 직접 전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정치특보였다.

당시 재판기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 달라"며 이인제 의원 측 인사에게 2억5000만원이 든 상자 2개를 건넸다. 재판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단순 전달자로 파악돼 사법처리는 면했지만, 이후 '차떼기 전달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아무리 봐도 간첩조작사건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국정원의 개혁을 맡기기엔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일과 13일 잇달아 발표된 청와대 개각과 7개 부처 장관 교체 역시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특히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정무수석으로 내정한 것과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새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경우는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여당간사 등을 지낸 인물로 사실상 여성이라는 점 외에는 여성계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본회의 도중 '취업 청탁' 문자를 받은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후임으로 임명한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도 MB정부 당시 정부 편향 보도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세월호 참사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개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라는 지적이다.

총체적 난국
수구 꼴통?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인사를 바라보며 '답답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특히 문 후보자와 관련해 "인사 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인지, 보고가 누락된 것인지, 아니면 이와 같은 사실이 충분히 보고가 됐음에도 대통령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극우 언론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충분히 느꼈을 텐데 박 대통령이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했다"며 "문 후보자가 능력이 무척 뛰어난 인사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지만 국정운영 경험이 전무하고 본인 스스로 '책임총리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이야기 할 만큼 국정개혁에 대한 의지도 없는 인물이다.

어차피 대독총리를 임명한 것이라면 이미지라도 좋은 사람을 고르면 될 텐데 왜 굳이 야권의 반발을 살 인물을 지명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 뽑았나?" 야권 총공세
커지는 '김기춘 책임론' 옷 벗을까?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은 왜 고장 나 버린 것일까? 정치권에선 문 후보자의 사례를 예로 들어 박 대통령이 너무 깜짝 발탁에만 집착하다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리 지명절차가 길어지면서 언론에서 각종 하마평이 나왔고, 이미 하마평이 나온 인사들을 제외하다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우선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평가하면서 병역, 재산 등과 같은 꼭 피해야 할 것들을 피하다 보니 정작 업무능력과 같은 꼭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
만사 놓친 대통령

때문에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 내에서도 문 후보자의 발언이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발언이라는 시각이 많다.


교회나 강의 도중 한 발언 같은 경우에는 검증팀이 놓친 것도 이해는 하지만 문 후보자가 쓴 칼럼들도 분명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검증을 통과한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김 실장과 문 후보자가 지난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발기인 총회에서 각각 초대이사장과 초대이사를 맡았던 것을 근거로 문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 김 실장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경우도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김 실장이 이회창 후보의 특보단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이 후보자가 정치특보로 발탁된 점을 들어 야권은 김 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각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최후의 카드였다. 그런데 잘못된 검증으로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며 "취임 후 인사 문제로 번번이 발목이 잡혀온 박 대통령이 고장 난 인사시스템을 빨리 손보지 않으면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