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무성 딸 교수 특채 의혹 진상 추적

"S대, 5명 채용공고 내고 '그녀'만 뽑았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딸의 교수 채용 특혜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제기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실체에 다가갈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했다.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딸의 교수채용 특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KBS <추적60분>은 복수의 증언을 통해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 선정을 논의하는 여야 간사회의가 있었던 국회 교문위 위원장실을 방문해 S대 이모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증인 제외
김무성이 힘썼다?

S대는 당시 사학비리 혐의를 받고 있어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해당 방송은 "로비 의혹이 제기된 김무성 의원은 교육분과 소속이 아니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해당 분과 증인채택 논의에 갔던 것일까"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김 의원의 둘째딸인 김모씨가 국정감사를 한달 앞둔 작년 9월 S대의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됐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만30세였다. S대가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김 의원의 딸을 특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추적60분>팀의 취재 당시 모든 답변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의원은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둘째 딸이 디자인을 전공한 학자다. 매년 세계대학평가기관에서 한번도 1등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좋은 학교를 나왔다"며 "재직 중인 그 자리는 정상적인 공모에 응모해 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S대 디자인학부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 결원 1년 전에 미리 채용?
김무성 딸 학과만 전임교수가 3명


그렇다면 김 의원의 딸인 김 교수는 얼마나 화려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김 의원의 해명처럼 김 의원의 딸이 누가 봐도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될만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면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직접 S대 측에 문의를 해봤다. S대 측은 의혹을 일축하며 본인에게 물어본 후 얼마든지 김 교수의 프로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얼마 후 "본인이 프로필 공개를 원치 않는다. 다만 가장 유명한 학교 출신. 시간강사 3년 이상. 전시회 경력 등 교수임용에 관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신 분"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 김 교수 측은 프로필 공개를 거부했지만 본지는 추후 김 의원 측을 통해 김 교수의 프로필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김 교수 본인이 프로필 공개를 완강히 거부해 기사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S대학은 과거엔 모든 교수의 출신학교, 수상경력 등의 프로필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수들의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감 한달 앞두고
'수상한 채용'

다만 S대 측은 "너무 이른 나이에 전임교수가 됐다고 하는데 예체능학부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최연소 전임교수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교수와 같은 과 학과장의 경우 김 교수보다 어린나이에 전임교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S대 측은 "김 교수가 김무성 의원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교수 채용은 완전 블라인드 심사를 거쳤다. 마지막 단계에서 개인신상에 대해 쓰는 것이 있는데 그때서야 심사위원들이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 학교에서는 교수를 채용할 때 출신학교 등 스펙을 굉장히 중요시 한다. 김 교수는 최고의 대학을 나온 인재였다"고 했다.
 


하지만 S대 측이 국정감사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교수채용을 실시한 이유는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S대 측은 작년 디자인학부 전임교수 채용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외국인 교수가 한 분 있는데 곧 미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이라 미리 전임교수를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 교수를 채용한 이후에도 외국인 교수는 1년 가까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결원이 생기기도 전에 미리 교수를 채용하고 새롭게 채용한 교수와 기존의 교수가 1년 가까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이상했다.

학교 측은 "외국인 교수는 비자문제 등으로 언제 떠날지 기간이 일정치 않다. 채용공고를 냈는데 적절한 사람이 지원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공고를 내고 한 학기 먼저 뽑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한 학기나 1년 이상 근무기간이 중첩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대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대 일부 학과에서는 학교 측이 전임교수를 제때 뽑아 주지 않아 수년간이나 전공과목을 외부 강사가 가르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 전체적으로 전임교수의 수가 부족하다. 특정학과에서만 앞으로 발생할 결원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전임교수를 새로 뽑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S대 측은 취재과정에서 처음에는 해당 학과에 전임교수가 한 명뿐이라 김 교수를 전임교수로 충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전임교수가 한 명뿐이라는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갑자기 말을 바꾸기도 했다.

현재 김 교수가 소속된 디자인학부는 공예, 패션, 커뮤니케이션 세개 학과로 나뉘어져 있는데 다른 학과의 경우는 전임교수가 모두 2명인 반면, 김 교수가 속해 있는 학과만 유독 김 교수를 포함해 전임교수가 3명이 있다.

S대 측은 "학과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다. 학과 측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언론에 해명하다보니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는 정년 트랙이 아니다. 전임교수라 해도 소위 단기 계약직이다.어차피 우리 학교는 전임교수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라 한 명을 더 충원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학교는 전임교수를 더 늘려야 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개강일은 8월
임용일은 9월

의혹은 더 있다. S대는 작년 7월15일 교수 초빙 공고를 냈다. 여기서 채용되는 교수들의 예정 임용일자는 9월1일이었다. S대의 2학기 개강일은 8월26일. 김 교수는 정식 임용이 되기도 전에 수업에 투입됐다. 교수협 관계자는 이 역시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교수협 관계자는 "대개 (개강하기) 3~4개월 전에는 (교수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들어와서 제대로 준비를 해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S대는 작년 채용공고를 통해 연극영화학부, 법학과, 호텔관광학부, 건축공학과, 디자인학부 등에서 전임교수를 각각 1명 씩 5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당시 S대가 채용한 전임교수는 김 교수 단 한명 뿐이었다. 일각에서 처음부터 김 교수를 뽑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채용공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거짓해명 들통 나자 말 바꾸기도
의혹 휩싸이며 제동 걸린 당권 도전


때문에 교수채용이 마감된 이후엔 S대 내에서 잡음도 있었다.

교수협 관계자는 "사실 그때 전임교수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곳은 공대 건축공학과였다. 전임교수를 수년동안 안 뽑아줘서 전공필수과목을 외부 강사가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실교육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꼭 필요한 곳은 안 뽑아주고 김 교수만 뽑으니까 그때 학과장이 우리는 왜 교수를 안 뽑아주느냐고 항의를 했다"며 "그런데도 학교 측에서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니까 학과장이 직접 학교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놓으니까 학생들이 댓글로 학교를 성토했다. 그제서야 학교 측은 당초 탈락시켰던 교수를 나중에 다시 뽑았다. 해당 교수는 당시 미국에 있었는데 (개강 후) 거의 2주가 지나서 도착했다"고 했다.
 

당시 S대가 디자인학부 전임교수를 채용하면서 모집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한 점도 의심을 받고 있다. 교수협 측은 "S대 같은 경우에는 교수 수가 적기 때문에 전임교수가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전임교수를 뽑을 때는 보통 모집전공을 (디자인학부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아트' 또는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포괄적으로 정하는데 유독 이번 채용과정에서만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했다"고 지적했다. 

모집 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하면 경쟁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시 공모엔 12명이 응모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현재 편집디자인 외에도 다른 과목도 가르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
검은 뒷거래?


S대 측은 이 같은 추가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작년 7월 교수 초빙 공고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 매년 실시한 정기 공채였다고 했다. 학교 사정에 따라 두세 달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매년 비슷한 시기에 교수 채용을 해왔다는 것이다.

당시 김 교수 혼자만 채용된 것도 다른 학부 지원자 중엔 마땅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해 건축공학과 전임 교수를 뒤늦게 채용한 것은 당사자가 사정이 있어 채용심사를 진행하는 도중 미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채용일정이 뒤로 밀렸던 것뿐이고, 디자인학부의 모집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한정한 것도 실제 그 분야에 정통한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S대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체가 없는 의혹제기라며 반발했다.

S대 측은 "김모 교수는 교수로 채용되기에 결격사유가 아무 것도 없었다. 개인적인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분인데 오히려 김무성 의원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김 의원의 딸과 관련한 특혜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는 선의의 피해자일 뿐일까? 아니면 실제로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일까? 어찌됐든 '적폐 청산'에 적극 나서겠다는 김 의원의 당권 도전 첫 일성은 스스로가 '적폐'로 지목되면서 순식간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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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