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무성 딸 교수 특채 의혹 진상 추적

"S대, 5명 채용공고 내고 '그녀'만 뽑았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딸의 교수 채용 특혜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제기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실체에 다가갈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했다.
 

새누리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딸의 교수채용 특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KBS <추적60분>은 복수의 증언을 통해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 선정을 논의하는 여야 간사회의가 있었던 국회 교문위 위원장실을 방문해 S대 이모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증인 제외
김무성이 힘썼다?

S대는 당시 사학비리 혐의를 받고 있어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해당 방송은 "로비 의혹이 제기된 김무성 의원은 교육분과 소속이 아니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해당 분과 증인채택 논의에 갔던 것일까"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김 의원의 둘째딸인 김모씨가 국정감사를 한달 앞둔 작년 9월 S대의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됐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만30세였다. S대가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김 의원의 딸을 특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추적60분>팀의 취재 당시 모든 답변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의원은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둘째 딸이 디자인을 전공한 학자다. 매년 세계대학평가기관에서 한번도 1등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좋은 학교를 나왔다"며 "재직 중인 그 자리는 정상적인 공모에 응모해 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S대 디자인학부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 결원 1년 전에 미리 채용?
김무성 딸 학과만 전임교수가 3명


그렇다면 김 의원의 딸인 김 교수는 얼마나 화려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김 의원의 해명처럼 김 의원의 딸이 누가 봐도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용될만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면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직접 S대 측에 문의를 해봤다. S대 측은 의혹을 일축하며 본인에게 물어본 후 얼마든지 김 교수의 프로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얼마 후 "본인이 프로필 공개를 원치 않는다. 다만 가장 유명한 학교 출신. 시간강사 3년 이상. 전시회 경력 등 교수임용에 관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신 분"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 김 교수 측은 프로필 공개를 거부했지만 본지는 추후 김 의원 측을 통해 김 교수의 프로필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김 교수 본인이 프로필 공개를 완강히 거부해 기사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S대학은 과거엔 모든 교수의 출신학교, 수상경력 등의 프로필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수들의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감 한달 앞두고
'수상한 채용'

다만 S대 측은 "너무 이른 나이에 전임교수가 됐다고 하는데 예체능학부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최연소 전임교수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교수와 같은 과 학과장의 경우 김 교수보다 어린나이에 전임교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S대 측은 "김 교수가 김무성 의원의 딸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교수 채용은 완전 블라인드 심사를 거쳤다. 마지막 단계에서 개인신상에 대해 쓰는 것이 있는데 그때서야 심사위원들이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 학교에서는 교수를 채용할 때 출신학교 등 스펙을 굉장히 중요시 한다. 김 교수는 최고의 대학을 나온 인재였다"고 했다.
 


하지만 S대 측이 국정감사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교수채용을 실시한 이유는 여전히 석연치가 않다. S대 측은 작년 디자인학부 전임교수 채용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외국인 교수가 한 분 있는데 곧 미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이라 미리 전임교수를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 교수를 채용한 이후에도 외국인 교수는 1년 가까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결원이 생기기도 전에 미리 교수를 채용하고 새롭게 채용한 교수와 기존의 교수가 1년 가까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이상했다.

학교 측은 "외국인 교수는 비자문제 등으로 언제 떠날지 기간이 일정치 않다. 채용공고를 냈는데 적절한 사람이 지원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공고를 내고 한 학기 먼저 뽑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한 학기나 1년 이상 근무기간이 중첩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대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대 일부 학과에서는 학교 측이 전임교수를 제때 뽑아 주지 않아 수년간이나 전공과목을 외부 강사가 가르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 전체적으로 전임교수의 수가 부족하다. 특정학과에서만 앞으로 발생할 결원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전임교수를 새로 뽑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게다가 S대 측은 취재과정에서 처음에는 해당 학과에 전임교수가 한 명뿐이라 김 교수를 전임교수로 충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전임교수가 한 명뿐이라는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갑자기 말을 바꾸기도 했다.

현재 김 교수가 소속된 디자인학부는 공예, 패션, 커뮤니케이션 세개 학과로 나뉘어져 있는데 다른 학과의 경우는 전임교수가 모두 2명인 반면, 김 교수가 속해 있는 학과만 유독 김 교수를 포함해 전임교수가 3명이 있다.

S대 측은 "학과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다. 학과 측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언론에 해명하다보니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는 정년 트랙이 아니다. 전임교수라 해도 소위 단기 계약직이다.어차피 우리 학교는 전임교수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라 한 명을 더 충원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학교는 전임교수를 더 늘려야 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개강일은 8월
임용일은 9월

의혹은 더 있다. S대는 작년 7월15일 교수 초빙 공고를 냈다. 여기서 채용되는 교수들의 예정 임용일자는 9월1일이었다. S대의 2학기 개강일은 8월26일. 김 교수는 정식 임용이 되기도 전에 수업에 투입됐다. 교수협 관계자는 이 역시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교수협 관계자는 "대개 (개강하기) 3~4개월 전에는 (교수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들어와서 제대로 준비를 해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S대는 작년 채용공고를 통해 연극영화학부, 법학과, 호텔관광학부, 건축공학과, 디자인학부 등에서 전임교수를 각각 1명 씩 5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당시 S대가 채용한 전임교수는 김 교수 단 한명 뿐이었다. 일각에서 처음부터 김 교수를 뽑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채용공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거짓해명 들통 나자 말 바꾸기도
의혹 휩싸이며 제동 걸린 당권 도전


때문에 교수채용이 마감된 이후엔 S대 내에서 잡음도 있었다.

교수협 관계자는 "사실 그때 전임교수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곳은 공대 건축공학과였다. 전임교수를 수년동안 안 뽑아줘서 전공필수과목을 외부 강사가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실교육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꼭 필요한 곳은 안 뽑아주고 김 교수만 뽑으니까 그때 학과장이 우리는 왜 교수를 안 뽑아주느냐고 항의를 했다"며 "그런데도 학교 측에서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니까 학과장이 직접 학교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놓으니까 학생들이 댓글로 학교를 성토했다. 그제서야 학교 측은 당초 탈락시켰던 교수를 나중에 다시 뽑았다. 해당 교수는 당시 미국에 있었는데 (개강 후) 거의 2주가 지나서 도착했다"고 했다.
 

당시 S대가 디자인학부 전임교수를 채용하면서 모집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한 점도 의심을 받고 있다. 교수협 측은 "S대 같은 경우에는 교수 수가 적기 때문에 전임교수가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전임교수를 뽑을 때는 보통 모집전공을 (디자인학부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아트' 또는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포괄적으로 정하는데 유독 이번 채용과정에서만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했다"고 지적했다. 

모집 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특정하면 경쟁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시 공모엔 12명이 응모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현재 편집디자인 외에도 다른 과목도 가르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
검은 뒷거래?


S대 측은 이 같은 추가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작년 7월 교수 초빙 공고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 매년 실시한 정기 공채였다고 했다. 학교 사정에 따라 두세 달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매년 비슷한 시기에 교수 채용을 해왔다는 것이다.

당시 김 교수 혼자만 채용된 것도 다른 학부 지원자 중엔 마땅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해 건축공학과 전임 교수를 뒤늦게 채용한 것은 당사자가 사정이 있어 채용심사를 진행하는 도중 미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채용일정이 뒤로 밀렸던 것뿐이고, 디자인학부의 모집전공을 편집디자인으로 한정한 것도 실제 그 분야에 정통한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S대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체가 없는 의혹제기라며 반발했다.

S대 측은 "김모 교수는 교수로 채용되기에 결격사유가 아무 것도 없었다. 개인적인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분인데 오히려 김무성 의원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김 의원의 딸과 관련한 특혜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는 선의의 피해자일 뿐일까? 아니면 실제로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일까? 어찌됐든 '적폐 청산'에 적극 나서겠다는 김 의원의 당권 도전 첫 일성은 스스로가 '적폐'로 지목되면서 순식간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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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