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세 번째 면죄부를 받았다. 1차 검찰 수사, 2차 특검 수사에 이어 최근 3번째 검찰 수사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법망을 빠져나간 것이다. 검찰이 같은 사건을 시기를 달리해 세 차례(특검 포함)나 수사에 나섰던 것은 야권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유독 이 전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은 번번이 그에게 면죄부를 선사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검찰이 벌였던 세 번째 수사에서도 서면조사 등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면죄부를 받아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MB를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
BBK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징역 13년형(벌금형 포함)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김경준씨는 지난 2012년 10월 출간한 그의 저서 <BBK의 배신>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김씨가 BBK와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직접 작성한 '검찰 회유, 협박' 메모에 담긴 이 표현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의 정점에 있던 터라, 청와대 앞에만 가면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정치검찰'로서는 어쩌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었던 '무서움'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는 '죽은 권력'이 된 이 전 대통령 앞에서도 검찰의 태도는 그때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MB에 약한 검찰
이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지원되는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는 높게 책정하고,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지불해야 하는 사저 부지 매입가는 낮게 책정해 국가에 9억72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탈세 혐의에 대해선 국세청의 고발이 없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앞서 참여연대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직후인 지난해 3월5일 이광범 특검팀의 공소사실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 일가를 고발했다. 구체적으로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아들 이시형씨를 배임 혐의와 함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면서도 이시형씨의 명의로 매입을 한 것에 대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것.
이 사건은 당초 지난 2011년 10월 시사주간지 <시사IN> <시사저널> 등을 통해 최초 의혹이 제기된 후 야당의 고발로 검찰이 1차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사건을 맡았던 검찰은 지난 2012년 6월 이 대통령과 이시형씨, 김 전 경호처장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이 대통령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헌법 제 84조)는 규정에 따라 검찰 수사를 전혀 받지 않았고, 아들만 한 차례 서면조사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돼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던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자 야당 주도로 지난 2012년 특검이 출범해 재수사가 이뤄졌다. 당시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가 이시형씨를 대신해 사저 부지 매입 대금을 부담한 것에 대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사저 부지 매입 실무에 관여한 김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특별보좌관, 그리고 특검팀의 수사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형태로 방해한 심형보 전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등을 기소했다. 또한 이시형씨의 증여세 포탈 혐의도 파악해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넘겼으며,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배임 정황 역시 발견했다.
MB, 3차례 검찰 수사 모두 무혐의
불법 '수혜자' 빼고 '하수인'만 처벌
그러나 당시 청와대의 자료은폐, 수사기한 연장 요청 불승인, 압수수색 비협조 등 지속적인 수사 방해에 결국 물증을 잡지 못한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했다. 특검팀이 기소한 경호처 직원 3인은 모두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수혜자'인 이 전 대통령 일가는 빼고, '하수인' 격인 아랫사람들만 처벌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의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은 2012년 특검팀의 수사 결과 및 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특히 수사의 단서가 포착되었으면 수사기관은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하고, 관련자를 소환하여 조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서봉규 부장검사)가 서면 조사 등 최소한의 수사도 없이 14개월 간 방치하다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검찰은 또 다시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소추권이 없어 특검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혔어야 했지만 이 전 대통령 앞에서 검찰은 또 다시 침묵했다.
검찰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11~2012년 1차 검찰 수사, 2012년 특검 수사, 2013~2014년 3번째 검찰 수사에서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몰랐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으로부터) 부지 매입비용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보고받지 않은 상태에서 매입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검찰 인증?
하지만 참여연대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 해보지도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며 "이명박정부 후에도 정치검찰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 일"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야권 핵심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라는 시중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