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 지방선거 후폭풍 ②복잡해진 여권 셈법

당권주자 '서청원' 부상…차기대권 '남·원·홍' 뜬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상초유의 대혼전이 펼쳐진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정부 안정론과 심판론이 격돌하며 주목됐던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 결과는 유례없는 혼전이 펼쳐진 끝에 여야가 각각 8대9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이 같은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은 여야 모두에게 '경고'와 '기회'를 동시에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과 대권을 둘러싸고 한층 복잡다단해진 여권의 셈법을 분석해봤다.

6·4지방선거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8곳(경기·인천·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제주),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서울·대전·세종·강원·충남·충북·광주·전남·전북)에서 승리했다. 기존에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연합이 8곳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여야 광역단체장 숫자가 정확히 뒤바뀐 셈이다.

여8 VS 야9
뒤바뀐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전과 세종을 내주고 인천을 얻었다. 수치상으로는 새누리당이 한 석을 잃게 되며 근소하게 밀렸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를 딛고 수도권 2곳(경기·인천)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곳을 모두 잃어 '충청 참패'에 대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초단체장선거(전국 226곳)에서는 새누리당이 117곳, 새정치연합이 80곳, 무소속이 29곳을 차지하며 새누리당이 완승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82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 데 그쳐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이 확보한 92석에 뒤처졌으나 4년 만에 확실하게 설욕한 셈이다. 

다만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 서울에만 한정할 경우 새정치연합이 전체 25개 지역 가운데 20명의 구청장을 배출해 지난 지방선거(21곳)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새누리당이 특히 뼈아픈 부분은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 격에 해당하는 17개 광역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 조희연 후보, 경기 이재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13곳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승리하며 완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교육계에만은 확실하게 영향을 끼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우리 입장에선 부산과 경기도를 사수하는 게 최대 마지노선이었다"라며 "경기도와 부산을 사수함으로써 최대한 선방했고, 인천도 탈환함으로써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는 "충청권에서 새정치연합에 모든 광역단체장을 내줘 안타깝다"며 "결국 (유권자들이) 격려와 질책 두 가지를 줬다. 국민의 성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
건재함 증명

당초 새누리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이 정도로 선방한 것은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회심의 카드로 꺼낸 "위기의 박근혜를 구해 달라"는 '박근혜 마케팅' 효과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는 청와대로 간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현재의 수직적 당·청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난 5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들 표에 담긴 민심을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갈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에게 국가 대개조의 책무를 이루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받아 들인다"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예고했다.

오묘한 민심…광역단체 여8:야9 '절묘한 선택'
'선거의 여왕' 건재 증명…여, '친박 주도' 이어질 듯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정부의 잘못된 행보에 대해선 견제와 비판도 해야 한다는 민심도 담고 있다. 여당의 '박근혜 구하기'와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 사이에서 민심은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며 향후 국정운영을 주도해 나갈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지만, 승리했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민심의 질타도 상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7·14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는 물론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 이어 내달 열리는 7·14전당대회에서 권력재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차기 당권주자는 서청원·김무성·이인제 의원 등 3명으로, 이 중 서 의원과 김 의원이 그간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들 3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입지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유리
김무성 선방

우선 친박(친박근혜) 원로인 서 의원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갖고 있음이 증명됨에 따라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차기 당대표의 면모를 과시했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에서도 세월호 참사 후폭풍을 넘어 승리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서 의원으로, 그는 지난 2월 출마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던 이들을 수차례 만나 결국 출마를 이끌어 낸 주역으로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선방에 크게 기여했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인 김 의원보다는 청와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김 의원은 미묘한 상황을 맞게 됐다. 그동안 김 의원은 친박 주류와 결을 달리하며 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금의 당·청관계를 재설정할 적임자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방'하면서 친박 주류의 균열 가능성이 낮아지고 친박 주도 당 운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친박 대표주자로 나왔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새누리당 내 친박 기반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김 의원도 주무대인 부산에서 막판 집중유세를 펼친 끝에 서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여권의 텃밭 부산에서 서 당선인(50.65%)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49.34%)와의 격차가 1.31%p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사실상 패한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에는 충청 참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대전과 충남·북을 오가며 지원유세에 집중했지만 결과는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당내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김무성' 차기당권 양강구도, 서청원 유리?
'남경필·원희룡·홍준표' 차기 유력 대권주자 급부상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이 대거 출격해 당선 여부에 따른 잠룡의 비상 혹은 추락 가능성도 주목됐다. 실제로 일부는 승리하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반면, 또 다른 일부는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이 단숨에 대권주자로 올라갔고, 여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인 등이 대권주자로 급이 올라갔다.

이 중 여권의 원조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원희룡 당선인은 보수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가도에 날개를 단 형국이 됐다.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당선인도 대권잠룡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앞으로 여의도에 자주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중앙정치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몽준 지고
'새 잠룡' 뜬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 패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한때 여야를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릴 정도를 상한가를 쳤지만,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와 비교해서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정 후보에게 뼈아픈 결과다.

지난 재보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7.2%p 차이로 패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이번에 박 당선인에게 43.1%대 56.1%로 13%p 차이를 보이며 사실상 대패했다. 당선만 됐다면 유력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위치를 굳힐 수 있었지만, 상당한 격차로 패배하며 잠재적 대선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후보의 대권에 대한 꿈은 사실상 멀어졌다"며 "의원직도 사퇴한 그의 정치적 재기 여부도 지금으로선 몹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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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