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 지방선거 후폭풍 ②복잡해진 여권 셈법

당권주자 '서청원' 부상…차기대권 '남·원·홍' 뜬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상초유의 대혼전이 펼쳐진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정부 안정론과 심판론이 격돌하며 주목됐던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 결과는 유례없는 혼전이 펼쳐진 끝에 여야가 각각 8대9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이 같은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은 여야 모두에게 '경고'와 '기회'를 동시에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당권과 대권을 둘러싸고 한층 복잡다단해진 여권의 셈법을 분석해봤다.

6·4지방선거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8곳(경기·인천·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제주),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서울·대전·세종·강원·충남·충북·광주·전남·전북)에서 승리했다. 기존에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연합이 8곳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여야 광역단체장 숫자가 정확히 뒤바뀐 셈이다.

여8 VS 야9
뒤바뀐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전과 세종을 내주고 인천을 얻었다. 수치상으로는 새누리당이 한 석을 잃게 되며 근소하게 밀렸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를 딛고 수도권 2곳(경기·인천)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곳을 모두 잃어 '충청 참패'에 대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초단체장선거(전국 226곳)에서는 새누리당이 117곳, 새정치연합이 80곳, 무소속이 29곳을 차지하며 새누리당이 완승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82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 데 그쳐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이 확보한 92석에 뒤처졌으나 4년 만에 확실하게 설욕한 셈이다. 

다만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 서울에만 한정할 경우 새정치연합이 전체 25개 지역 가운데 20명의 구청장을 배출해 지난 지방선거(21곳)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새누리당이 특히 뼈아픈 부분은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 격에 해당하는 17개 광역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 조희연 후보, 경기 이재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13곳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승리하며 완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교육계에만은 확실하게 영향을 끼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우리 입장에선 부산과 경기도를 사수하는 게 최대 마지노선이었다"라며 "경기도와 부산을 사수함으로써 최대한 선방했고, 인천도 탈환함으로써 선전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는 "충청권에서 새정치연합에 모든 광역단체장을 내줘 안타깝다"며 "결국 (유권자들이) 격려와 질책 두 가지를 줬다. 국민의 성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
건재함 증명

당초 새누리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이 정도로 선방한 것은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회심의 카드로 꺼낸 "위기의 박근혜를 구해 달라"는 '박근혜 마케팅' 효과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는 청와대로 간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현재의 수직적 당·청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난 5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들 표에 담긴 민심을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갈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에게 국가 대개조의 책무를 이루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받아 들인다"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예고했다.

오묘한 민심…광역단체 여8:야9 '절묘한 선택'
'선거의 여왕' 건재 증명…여, '친박 주도' 이어질 듯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정부의 잘못된 행보에 대해선 견제와 비판도 해야 한다는 민심도 담고 있다. 여당의 '박근혜 구하기'와 야당의 '세월호 심판론' 사이에서 민심은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며 향후 국정운영을 주도해 나갈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지만, 승리했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민심의 질타도 상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7·14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는 물론 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 이어 내달 열리는 7·14전당대회에서 권력재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차기 당권주자는 서청원·김무성·이인제 의원 등 3명으로, 이 중 서 의원과 김 의원이 그간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들 3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입지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유리
김무성 선방

우선 친박(친박근혜) 원로인 서 의원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갖고 있음이 증명됨에 따라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차기 당대표의 면모를 과시했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에서도 세월호 참사 후폭풍을 넘어 승리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서 의원으로, 그는 지난 2월 출마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던 이들을 수차례 만나 결국 출마를 이끌어 낸 주역으로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선방에 크게 기여했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인 김 의원보다는 청와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 의원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김 의원은 미묘한 상황을 맞게 됐다. 그동안 김 의원은 친박 주류와 결을 달리하며 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금의 당·청관계를 재설정할 적임자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방'하면서 친박 주류의 균열 가능성이 낮아지고 친박 주도 당 운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친박 대표주자로 나왔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새누리당 내 친박 기반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김 의원도 주무대인 부산에서 막판 집중유세를 펼친 끝에 서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여권의 텃밭 부산에서 서 당선인(50.65%)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49.34%)와의 격차가 1.31%p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사실상 패한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에는 충청 참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대전과 충남·북을 오가며 지원유세에 집중했지만 결과는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당내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김무성' 차기당권 양강구도, 서청원 유리?
'남경필·원희룡·홍준표' 차기 유력 대권주자 급부상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이 대거 출격해 당선 여부에 따른 잠룡의 비상 혹은 추락 가능성도 주목됐다. 실제로 일부는 승리하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반면, 또 다른 일부는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이 단숨에 대권주자로 올라갔고, 여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인 등이 대권주자로 급이 올라갔다.


이 중 여권의 원조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원희룡 당선인은 보수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가도에 날개를 단 형국이 됐다.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당선인도 대권잠룡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앞으로 여의도에 자주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중앙정치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몽준 지고
'새 잠룡' 뜬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 패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한때 여야를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릴 정도를 상한가를 쳤지만,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와 비교해서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정 후보에게 뼈아픈 결과다.

지난 재보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7.2%p 차이로 패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이번에 박 당선인에게 43.1%대 56.1%로 13%p 차이를 보이며 사실상 대패했다. 당선만 됐다면 유력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위치를 굳힐 수 있었지만, 상당한 격차로 패배하며 잠재적 대선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 후보의 대권에 대한 꿈은 사실상 멀어졌다"며 "의원직도 사퇴한 그의 정치적 재기 여부도 지금으로선 몹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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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