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지방선거 후폭풍 ③야권 지형도

<안철수-김한길> 발등의 불 껐지만 발걸음 마다 '지뢰밭'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 간 격전 끝에 6·4지방선거가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석을 더 얻어내기는 했지만 승리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16년 만에 깨진 만큼 오히려 야권의 패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6·4지방선거의 후폭풍은 곧바로 야권의 정치지형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명운이 걸린 선거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참패해왔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패했다면 야권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찝찝한 결과
사실상 무승부

그 여파는 곧바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 승리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특히 지난 3월초 전격적인 합당 선언과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 지방선거 공천잡음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서는 당내 리더십 논란을 말끔하게 회복하기엔 다소 부족한 결과였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광역단체장선거의 경우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한석을 더 얻어내긴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9곳, 야권이 8곳을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8대9'로 역전됐다.

새정치연합은 호남 텃밭과 서울과 충청권·강원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중 서울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와 충청권을 싹쓸이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강원도에서 최문순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무소속 후보의 위협을 받던 텃밭 광주도 지켜냈다.

세월호 앞세우고도 겨우 체면치레 그쳐
진검승부는 7월 재보선으로 미뤄져


하지만 민심의 바로미터격인 수도권 3곳 가운데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자리를 내준 것은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는 총 226곳 가운데 새누리당이 117곳을 차지하고, 새정치연합은 80곳을 차지하는 데 그치면서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82석에 그쳤던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확실한 설욕을 했다.

이처럼 지방선거의 결과가 여야 모두 승리라고 말할 수 없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새정치연합 내에선 "그저 급한 불만 껐다"는 아쉬움 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여섯 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의 참패 징크스가 깨진 것은 16년 만이라는 점에서 지도부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든 지방선거는 야당이 완승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여겨지는 지방선거에서는 통상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살린 야권
텃밭도 흔들흔들

또 이번 선거의 결과를 두고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 내부에서도 '세월호가 야권을 살렸다'는 비아냥이 들려온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야권의 패색이 짙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게 완벽하게 패배한 정몽준 후보조차도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박 당선인에게 근소하게 앞서는 지지율을 보였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이 부각되며 대중적인 정권 심판론 기류가 형성됐음에도 새정치연합이 압승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패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새정치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경기 안산시장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제종길 후보가 고작 1.6% 차이로 새누리당 후보에게 신승을 거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안산은 반월공단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많고 호남 출신 인구비율도 높아 지난 2002년 이후부터는 야당후보가 연이어 당선된 대표적인 야권 텃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안산이라는 상징적인 도시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야권의 구호는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 제종길 안산시장 당선인이 김한길 대표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역에서는 "김 대표가 무리한 전략공천으로 진보진영의 표를 분산시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야권 대권주자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광주시장선거에서 전략공천한 윤장현 당선인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살아 돌아오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됐다. 윤 당선인은 개표결과 총 57.85%를 얻어 31.77%에 그친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압도했다.

이날 개표 결과는 그간의 여론조사를 무색하게 만든 압승이다. 광주에서는 경선 없이 윤 당선인이 전략공천되자 현직 시장인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거세게 반발하며 각각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었다. 이후 강 후보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성공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안철수 대표가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아 성난 민심을 달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광주 방문 과정에서 일부 후보 지지자들에게 계란 세례를 맞고 감금을 당하는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선거기간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았다. 

광주에서 안철수 사람인 윤 당선인이 살아 돌아오면서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다소 넓어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야권의 심장인 광주시민들이 안 대표를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따라서 끝없이 추락하던 안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장 후보 공천에 앞서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던 광주 국회의원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안 대표와 같이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앞으로 이들이 안 대표의 든든한 당내 지지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철수는 부활
손학규는 추락?

반면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등 광주시장선거에 관망했던 대선주자들에게는 이번 결과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광주시장선거에 대해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는 발언을 해 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손 전 대표는 이번 결과로 무척 멋쩍게 됐다.

손 전 대표 측은 논란이 일자 당 차원에서 낸 해명내용까지도 정면부인하는 등 안 대표와 끝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때문에 과거 연대설까지 돌았던 두 사람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관계를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안 대표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광주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내준 원인이 안 대표의 '광주 올인' 탓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광주 전략공천으로 당력을 광주에 집중하면서 경기, 인천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 못한 게 패인이고, 광주 무소속연대 바람이 전·남북을 강타해 36개 기초단체장 중 15개 기초단체장을 무소속에 헌납했다"며 안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비록 광주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런 비판여론은 안 대표에게 부담이다.

차기 대권 잠룡들의 엇갈린 명암
지방정부 입김은 전보다 강화될 듯


당장 친노를 비롯한 당내 여러 계파 의원들이 7·30재보선을 앞두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며 목소리를 키워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문재인 의원도 향후 이어질 세월호 정국에서 선명성 있는 야당을 강조하며 김·안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고 정치적 입지확대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명실상부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일부 잠룡들도 눈에 띤다. 제일 먼저 수도 서울에서 상대후보를 압도하는 득표율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꺾은 정몽준 후보는 이전까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왔던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에도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울시장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크다. 서울시장은 지금까지 대통령과 대통령 직무대행을 4명이나 배출한 ‘대권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제2대 윤보선 시장과 제32대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역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충청권의 인구수가 호남권의 인구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청 대통령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의 존재감이 충북과 대전 등 충청권 전체의 승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안 당선인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단숨에 대권주자
아직은 시기상조?

물론 아직까진 두 사람의 대권도전이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많다. 시도지사들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중앙언론에서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지금의 높은 관심은 '반짝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박 당선인의 경우에는 세월호 참사 이전까진 정몽준 후보에게 고전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가 박 당선인 개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국민 미개 발언’ 논란 등 정 후보 스스로 자멸한 성격이 더 짙다는 평가도 있다.

안 당선인의 경우에도 차기 대권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찌됐던 앞으로 야권에서 지방정부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점만큼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를 예측하기란 더욱 어렵게 됐다. 당장 김·안 공동대표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7·30재보선 시험대에 서야만 한다. 진짜 진검승부는 7·30재보선으로 미뤄졌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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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