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국회 혁신 선언'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국회에 불어온 신선한 바람 "정말 변할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에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정계 입문 후 계파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화합형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을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관한 나름의 복안을 들어봤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 재수 끝에 국회의장 도전에 성공했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도 도전했으나 강창희 전 의장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정 의장은 계파를 가리지 않는 스킨십으로 이번 국회의장 선거를 준비해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 의장이 경쟁자인 황우여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로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선 정 의장은 책임감이 강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1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한ㆍ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음에도 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정 의장이 끝까지 의장석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또 국회 부의장을 지내기도 한 정 의장은 누구보다도 국회조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임 초부터 강력한 국회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 의장은 여당 비주류 출신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무기력한 국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은 정치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재도전 끝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세월호 참사 등으로 지금은 무척 엄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시기에 국회의장직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반기 국회의장이 전반기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선출된 것은 국회법 관련 규정이 생긴 후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제게 온전한 2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모두 국민의 뜻이라 생각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어렵게 국회의장직에 오르신 만큼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 텐데요?
▲ 매년 국민들의 국가기관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 신뢰도는 늘 5~6%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말이 5%지 0%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최소한 국회의 신뢰도를 20~30% 정도로 높이고 싶습니다.

국회가 100번을 잘해도 1번을 잘못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막말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엔 제가 별도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서 품격 높은 국회를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을 주문하겠습니다. 어느 한 두 사람의 잘못 때문에 국회 전체가 품격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임기 중에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의장 직속으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역대 의장 산하에 대부분의 자문위원회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 제가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혁자문위의 임기를 2년으로 하지 않고 약 3개월 단위로 꾸려가려고 합니다.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것부터 개혁을 해나가면서 필요하면 기간을 3개월가량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국회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방안을 만들어 오는 8월말 정기국회 전까지는 국민들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 국회 윤리위원회는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국회 윤리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리위를 제대로 작동시킬 방안은 없으신지요?
▲ 아직 국민들에게 발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구상은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품격 높은 국회가 되려면 윤리위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의원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좀 더 엄격한 잣대로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어려워질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문위원단을 국민들이 모두 다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분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윤리위의 의견은 권고사항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권고 이상의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신뢰받는 국회 만드는 것이 목표"
"문제 의원은 사실상 퇴출시킬 것"

- 끊이지 않는 정쟁도 국회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주요인입니다. 취임 후 여러 차례 국회의 화합을 강조하셨는데 화합을 도모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 세 가지 정도의 불문율을 재임 중에 만들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의원들 간에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야 간에 상호호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선임자들을 존중하는 의회 분위기입니다. 이를 통해 대화하고 화합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진화법으로 폭력국회가 사라졌고, 오히려 법안 통과 실적도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행 국회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진화법은 법안 의결조건으로 국회의원 60%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어 과거 같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을 법안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선진화법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 무엇보다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중요한 법을 만들면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약 10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런 중요한 사안은 공청회 등의 충분한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정 자체도 60%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을 위한 법률 검토는 바로 시작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제 임기 중에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국회 선진화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 내에 원로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로회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요.
▲ 원로회의에는 5선 이상의 의원과 양당 대표단, 국회 부의장단이 참여하게 됩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원로회의는 일종의 분쟁조정기구입니다. 국회가 쟁점법안을 두고 선진화법 때문에 서로 교착상태에 빠지면 갈등을 해소하고 의견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원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나 의견은 제가 여야 대표에게 말씀드려서 관철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초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6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기로 했는데 국정감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것을 대신해 상시국회를 실시하겠다는 말씀이신지요?
▲ 영국 국민들은 의회 의사당에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발을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회도 국민행복을 위해서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국회가 필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상시국회는 정기 국정감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6월 국정감사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입니다.

- 의장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셨습니다. 대통령께 건의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반기 국회운영은 야당을 우선 배려하는 운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소통에 신경을 써달라고 화답하셨습니다. 또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강화를 위해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에 오셔서 시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의장님을 비롯하여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까지 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이십니다.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칫 섣부른 개헌 논의가 국정운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보통 정치권에서 이야기 하는 개헌은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연임제 등 권력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이 된 상황에서 교육, 문화, 사회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헌법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통일을 앞당기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지만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키려 합니다.

물론 남북 국회회담은 정부 측과 우선 협의를 해야 하고 북쪽에도 메시지를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반드시 개정"
"상시국회로 일하는 국회 만들 것"

- 당분간은 세월호 국정조사가 국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 세월호 참사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규명될 것입니다. 관계된 모든 사람의 잘잘못을 철저히 규명해서 벌 줄 사람은 벌을 주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해주고 법치국가답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무엇보다 예의주시해서 처리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가치관이 왜곡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중심사회로 변하면서 생명경시풍조로 이어졌고, 생명경시풍조가 다시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아주 근원적인 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많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우선 국정조사를 철저히 한 후 이와 함께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이 물질중심에서 정신적인 풍요로 바뀔 수 있도록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21세기 국회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 직원들도 '입피아(입법관료+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국민의 입장을 가장 대변하는 기관이 바로 입법부입니다. 입법부는 행정부 관료와 180도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보고서 하나를 쓰더라도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입장에서 써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을 위한 입법부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약속하셨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예정입니까?
▲ 현재 국회는 상당히 관료화 되어 있고, 과거 독재시대의 잔재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의장 재임기간 국회 내 악습과 구태를 모두 바꾸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국민들에게 국회 잔디밭을 전면 개방하겠습니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중요한 곳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복장을 입히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늘 전경이 서 있어 너무 딱딱합니다. 그래서 방호직원들에게도 전통복장을 입힌다거나 그런 작은 것부터 다 바꾸려고 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에 굉장히 친숙한 마음이 들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이면 국회나 놀러가자고 할 수 있는, 국회 잔디밭에서 굴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가면 볼거리가 있는 그러한 국회로 바꾸고 싶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재임 중에 계획하신 숙원사업과 목표들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요시사>도 정론지로 우뚝 서 국회 개혁과 선진화에 일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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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