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국회 혁신 선언'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

국회에 불어온 신선한 바람 "정말 변할까?"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에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정계 입문 후 계파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화합형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을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관한 나름의 복안을 들어봤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이 재수 끝에 국회의장 도전에 성공했다.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도 도전했으나 강창희 전 의장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정 의장은 계파를 가리지 않는 스킨십으로 이번 국회의장 선거를 준비해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 의장이 경쟁자인 황우여 전 대표를 더블스코어 차로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선 정 의장은 책임감이 강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11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한ㆍ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음에도 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정 의장이 끝까지 의장석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또 국회 부의장을 지내기도 한 정 의장은 누구보다도 국회조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임 초부터 강력한 국회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 의장은 여당 비주류 출신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무기력한 국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정 의장은 정치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재도전 끝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세월호 참사 등으로 지금은 무척 엄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엄중한 시기에 국회의장직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반기 국회의장이 전반기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선출된 것은 국회법 관련 규정이 생긴 후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제게 온전한 2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모두 국민의 뜻이라 생각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어렵게 국회의장직에 오르신 만큼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 텐데요?
▲ 매년 국민들의 국가기관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 신뢰도는 늘 5~6%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말이 5%지 0%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최소한 국회의 신뢰도를 20~30% 정도로 높이고 싶습니다.

국회가 100번을 잘해도 1번을 잘못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막말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경우엔 제가 별도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서 품격 높은 국회를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을 주문하겠습니다. 어느 한 두 사람의 잘못 때문에 국회 전체가 품격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임기 중에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의장 직속으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역대 의장 산하에 대부분의 자문위원회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 제가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혁자문위의 임기를 2년으로 하지 않고 약 3개월 단위로 꾸려가려고 합니다.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것부터 개혁을 해나가면서 필요하면 기간을 3개월가량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국회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방안을 만들어 오는 8월말 정기국회 전까지는 국민들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 국회 윤리위원회는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국회 윤리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리위를 제대로 작동시킬 방안은 없으신지요?
▲ 아직 국민들에게 발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구상은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품격 높은 국회가 되려면 윤리위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의원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좀 더 엄격한 잣대로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어려워질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문위원단을 국민들이 모두 다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분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현재 윤리위의 의견은 권고사항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권고 이상의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신뢰받는 국회 만드는 것이 목표"
"문제 의원은 사실상 퇴출시킬 것"

- 끊이지 않는 정쟁도 국회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주요인입니다. 취임 후 여러 차례 국회의 화합을 강조하셨는데 화합을 도모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 세 가지 정도의 불문율을 재임 중에 만들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의원들 간에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야 간에 상호호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선임자들을 존중하는 의회 분위기입니다. 이를 통해 대화하고 화합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진화법으로 폭력국회가 사라졌고, 오히려 법안 통과 실적도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행 국회 선진화법은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진화법은 법안 의결조건으로 국회의원 60%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어 과거 같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을 법안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선진화법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 무엇보다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중요한 법을 만들면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약 10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되기 시작했는데, 이런 중요한 사안은 공청회 등의 충분한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정 자체도 60%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을 위한 법률 검토는 바로 시작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제 임기 중에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국회 선진화법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 내에 원로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로회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요.
▲ 원로회의에는 5선 이상의 의원과 양당 대표단, 국회 부의장단이 참여하게 됩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원로회의는 일종의 분쟁조정기구입니다. 국회가 쟁점법안을 두고 선진화법 때문에 서로 교착상태에 빠지면 갈등을 해소하고 의견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원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나 의견은 제가 여야 대표에게 말씀드려서 관철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 상시국회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초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6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기로 했는데 국정감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것을 대신해 상시국회를 실시하겠다는 말씀이신지요?
▲ 영국 국민들은 의회 의사당에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발을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회도 국민행복을 위해서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국회가 필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상시국회는 정기 국정감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6월 국정감사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입니다.

- 의장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셨습니다. 대통령께 건의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반기 국회운영은 야당을 우선 배려하는 운영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야당과의 소통에 신경을 써달라고 화답하셨습니다. 또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강화를 위해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에 오셔서 시정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의장님을 비롯하여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까지 의장단 모두가 현재 국회 개헌추진의원모임 멤버이십니다.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칫 섣부른 개헌 논의가 국정운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보통 정치권에서 이야기 하는 개헌은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연임제 등 권력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이 된 상황에서 교육, 문화, 사회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헌법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통일을 앞당기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겠지만 특히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키려 합니다.

물론 남북 국회회담은 정부 측과 우선 협의를 해야 하고 북쪽에도 메시지를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반드시 개정"
"상시국회로 일하는 국회 만들 것"

- 당분간은 세월호 국정조사가 국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 세월호 참사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규명될 것입니다. 관계된 모든 사람의 잘잘못을 철저히 규명해서 벌 줄 사람은 벌을 주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해주고 법치국가답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무엇보다 예의주시해서 처리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가치관이 왜곡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중심사회로 변하면서 생명경시풍조로 이어졌고, 생명경시풍조가 다시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아주 근원적인 이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많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우선 국정조사를 철저히 한 후 이와 함께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이 물질중심에서 정신적인 풍요로 바뀔 수 있도록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21세기 국회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 직원들도 '입피아(입법관료+마피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국민의 입장을 가장 대변하는 기관이 바로 입법부입니다. 입법부는 행정부 관료와 180도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보고서 하나를 쓰더라도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입장에서 써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을 위한 입법부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약속하셨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예정입니까?
▲ 현재 국회는 상당히 관료화 되어 있고, 과거 독재시대의 잔재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의장 재임기간 국회 내 악습과 구태를 모두 바꾸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국민들에게 국회 잔디밭을 전면 개방하겠습니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중요한 곳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복장을 입히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늘 전경이 서 있어 너무 딱딱합니다. 그래서 방호직원들에게도 전통복장을 입힌다거나 그런 작은 것부터 다 바꾸려고 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에 굉장히 친숙한 마음이 들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이면 국회나 놀러가자고 할 수 있는, 국회 잔디밭에서 굴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가면 볼거리가 있는 그러한 국회로 바꾸고 싶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재임 중에 계획하신 숙원사업과 목표들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요시사>도 정론지로 우뚝 서 국회 개혁과 선진화에 일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대 졸업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15∼19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국회부의장·국회의장직무대행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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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