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검풍 덮친 삼표그룹 막전막후

'철피아' 검은 커넥션 "끝까지 턴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관피아' 척결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철피아.' 지난 30년 동안 철도분야에서 성장한 삼표그룹이 수사 대상 1호로 지목됐다. 철도 부품 납품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 압수수색에 총수 일가 출국금지까지 내려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삼표그룹을 덮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민관 유착 고리가 노출됐다. 검찰은 오랜 기간 쌓여온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22명이 참석한 검사장회의를 열어 민관유착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검찰은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전국 18개 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특히 기업 범죄와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며 대검 중앙수사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특별수사부와 금융조제조사부 등 3개 부서가 민관유착 비리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 검찰청도 실정에 맞는 특별수사본부에서 관할기관과 단체의 관피아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적폐 청산 위해
팔 걷어붙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구성 일주일만에 척결 대상 1순위로 '철피아'(철도+마피아)가 지목됐다. 검찰이 철피아를 정조준 한 것은 2011년 2월 KTX광명역 탈선사고 이후 철도와 지하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 전조 증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은 '레일체결장치' 불량이었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철도와 침목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해 신분당선에서 400여 개가 파손된 채 발견된 것도 레일체결장치였다.

검찰은 이날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 납품하는 ㈜에이브이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에이브이티는 호남고속철도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게 드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논란이 된 회사다. 검찰은 시험성적서 위조가 밝혀졌음에도 에이브이티가 납품업체로 선정된 경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따로 있다. 국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큰 손'인 삼표그룹이다. 삼표그룹은 국내 철도궤도 공사 시공능력 1위인 삼표이앤씨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철도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해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전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다.

검찰은 삼표이앤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임직원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검찰은 삼표 측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납품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담합의혹도 있다. 검찰은 호남 고속철도 궤도공사 업체로 2012년 7월 삼표이앤씨와 궤도공영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조율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찰은 오송~익산(1공구), 익산~광주송정(2공구) 구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1공구는 예정가격의 89.03%인 1316억원을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궤도공영·대륙철도·삼동랜드·포스코엔지니어링)이 따냈으며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인 1716억6490만원을 써 낸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삼표이앤씨·삼표건설·화성궤도·천운궤도)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들은 1단계 저가 심사를 통과한 뒤 2단계 저가 심사를 생략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투찰가격을 사전에 조작해 두 컨소시엄에 공사를 밀어주고 수주액을 나눠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담합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발주처인 철도공단은 이를 묵인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철도공단은 수서발 KTX의 레일 장치 공급 계약 과정에서도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중앙일보>는 철도공단 직원의 말을 인용해 철도공단이 경쟁 입찰 없이 2016년 개통하는 수설발 KTX 건설 사업(수서역∼평택역, 총 길이 61.4km)에서 역차 진행 방향과 레일을 바꿔주는 장치인 '고속 분기기'(열차 선로 전환기) 납품 업체로 삼표이앤씨를 선정해 2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의지
'첫 타깃' 철도부품 납품비리 혐의 도마

고속 분기기 38개를 납품하는 이 사업은 총 사업비만 약 200억원.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은 경쟁 입찰에 부치도록 되어 있지만 철도공단 측은 입찰 공고도 없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되자 철도공단은 계약 체결을 잠정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삼표이앤씨의 철도 레일 자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호남고속철도 등 10여곳에 도입하기도 했다. PST는 레일 아래 자갈을 까는 대신 미리 제작해 놓은 콘크리트패널을 까는 공법으로 레일 표면이 일정해지고 공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ST는 삼표이앤씨가 국산화에 성공, 국내 철도에 전량 공급했다. 현재까지 수주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철도공단은 2011년 삼표이앤씨와 PST 실용화 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 중앙선 망미터널, 2012년 7월 경전선 구간에 시험 부설했고 호남고속철도에도 지난달 공사를 마쳤다.

문제는 지난해 6월 망미터널에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깨진 충전재가 342곳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경전선 구간에서도 최대 11mm까지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균열이 생겼다.

철도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위를 열었다. 검증위 일부 위원은 PST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4차례의 자문위원회를 거친 철도공단의 최종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PST는 전국에서 강행되고 있다. PST 부설이 허가난 철도만 해도 동해 남부선만 10여곳에 이른다.

그렇다면 삼표이앤씨가 철도공단의 무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표그룹의 철피아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영입한 대표이사 겸 부회장 신모씨를 비롯한 임원 대다수가 철도청·철도공단·서울메트로 등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이다.

담합 알면서도
발주계약 체결

삼표그룹 수사 '키맨'은 신씨다. 경기도 평택 출신의 신씨는 71년 9급으로 국방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80년 국방부 시설국 시설과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82년 5월부터 철도청과 인연을 맺었다. 94년 서기관, 9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시설·건설본부장을 맡았다. 2002년에는 기술직 최초로 기획·예산·조직·인력을 관장하는 기획본부장에 올랐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1급인 차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10월 신씨는 제 24대 철도청장에 취임했고 이듬해 1월 한국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시키는 시점에서 벌어질지 모를 노조의 반발과 직원들의 사기를 감안한 청와대의 인사였다.

당시 철도청장 공모에는 전·현직 건교부 간부와 현 코레일 사장인 최연혜 당시 한국철도대학 교수 등 여럿이 응모했다. 최 교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재공모를 요구, 애초 공모에도 나오지 않았던 신씨가 지원해 청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장에 취임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른바 '오일게이트'로 불리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 때문에 5개월 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씨는 전문기관의 분석을 무시한 채 러시아 유전사업에 참여했다가 철도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아 2005년 10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07년 6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도원·대현 오너부자 출금
각종 특혜에 비자금 조성 포착

신씨는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 상임고문을 맟으며 삼표와 연을 맺었다. 삼표이앤씨 부회장에는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삼표그룹이 신씨를 영입하자 업계에서는 "방패막이와 로비 창구로 철도공사 고위급 인사를 영입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삼표그룹 측은 "철도 사업 관련 업무에 밝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신씨 영입 이유를 밝힌 뒤 "(신씨가) 업계를 떠난지 7년이 넘어 현재 영향력을 발휘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신씨는 2005년 5월 철도공사 사장직을 내놓은 뒤 2007년까지 재판을 받은 기간을 제외하면 철도 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신씨는 2008년 5월부터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에 발을 들이기 직전까지 신분당선(주), 네오트랜스(주)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신씨는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도입한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 이를 적용한 신분당선(강남-정자)을 개통하기도 했다.

삼표이앤씨에 신씨가 있다면 철도공단에는 김광재 전 이사장이 있다.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8월 철도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김 전 이사장은 무리한 업무와 징계 등의 이유로 노조와 마찰을 빚었고 인사권 남용으로 징계를 남발해 거액의 소송비용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에서 주의 조치를 받는 등 재임 시절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과 철도공단 전현직 간부, 서울메트로 5급 직원 등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비리 사슬을 포착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각종 의혹 포착
소환조사 예고

관피아 척결로 시작된 삼표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 회장 일가의 소환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검찰은 정 회장과 아들인 정대현 전무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단순 납품비리로 총수 일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납품비리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정 회장과 정 전무가 궤도 관련 시설공사나 부품 납품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이 철도공단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정 회장이 83%, 정 전무가 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표는 66년 강원산업그룹이 설립한 삼강운수를 모태로 한다. 74년 삼표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7월 지금의 삼표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레미콘 골재 등 건설 기초자재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자발적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2002년 워크아웃 졸업 후 2년 만에 삼표그룹을 출범시키면서 빠르게 확장했고 지금은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흔치 않은 혼맥
현대·포스코·LS

정 회장은 재벌가에서도 흔치 않은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현대차, 포스코, LS그룹 등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지선씨는 지난 95년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부회장과 혼인했다. 정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로 그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관계자다. 정 부회장과 지선씨의 사촌오빠 대우씨(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차남)가 휘문고 동창이라 의선-지선 커플도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중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자가 친딸 희경(미국명 캔디 고)씨의 교육감 자질 논란에 대한 폭로 글과 관련해 공작정치의 일환이라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 회장의 외아들 정 전무도 지난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앞서 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가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일선씨와 결혼을 해 LS그룹과 삼표는 겹사돈 관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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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