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안철수 & 변화무쌍 대권구도 대예측

지방선거 끝나고 7월 재보선 판 열리면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인기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그는 어느새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4위까지 밀려났다.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안 대표의 추락으로 차기 대권구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추락한 안 대표의 자리를 차지할 새로운 야권의 잠룡은 누구일까?

18대 대선 이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지켜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느새 4위까지 추락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셋째주 주간집계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18.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5.3%)이었고, 3위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14.0%)였다. 특히 박 후보가 안철수 대표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날개 없는 추락
이대로 끝?

안 대표는 11.5%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이어 김무성 의원이 6.0%로 5위, 김문수 지사가 4.9%로 6위를 기록했다. 7위는 손학규 고문 4.3%, 8위는 오세훈 전 시장 3.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리얼미터 주간집계는 지난 달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6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9% 포인트, 응답률은 8.4%였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대표의 추락에 대해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많은 지지를 보냈는데 민주당과의 합당,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등으로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지율 폭락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6·4지방선거에 나선 광역단체장 후보 중 유일한 새정치계 인물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좀처럼 뜨지 않는데다, 당내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어 안 대표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보인다.

어찌됐든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안 대표에겐 충격적이다. 야권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무한 경쟁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세월호 사태와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의 중도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여야 주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 야권 주자 중 차기 대권에 가장 바짝 접근한 인물은 바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다. 문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부활
친노도 꿈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문 의원은 차기 대권에서 다소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내 각종 인선에서 친노는 철저히 배제됐고, 야권의 통합과정에서도 문 의원은 소외됐다. 합당과정에서 안 대표의 국정자문역이었던 한상진 교수는 문 의원에게 정계 은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러웠던 시간을 견뎌내고 문 의원은 완전히 부활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문 의원의 부활이 우연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문 의원이 앞장선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는 친노진영이 당내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 공개적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에 앞서 당원의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당내에선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안 대표는 한발 물러서야만 했다.

친노 몇명인데 '굴러온 돌' 안철수에 대권을?
친노수장 문재인 "고기도 먹어본 X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논란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끊임없이 안 대표를 흔든 것이 친노 세력이었다"며 "안 대표가 합당을 결정한 순간부터 정치권에서는 이제 안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 친노가 몇 명인데 안 대표에게 순순히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내주겠나?"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도 문 의원에게는 '꽃놀이패'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선대위원장으로서 성과를 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패배한다 하더라도 책임론이 문 의원보단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의원이 이대로 야권 차기 주자로서 판세를 굳힐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안 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데다 박원순이라는 복병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 의원이 상승세를 탔다고 하더라도 지난 대선 경선과 같이 문 의원 혼자 독주하는 일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문 의원에 이어 자천타천으로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다. 박 후보는 여러 차례 차기 대권에 도전할 의향이 없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까지 제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도지사들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중앙언론에서 멀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시도지사 출신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단 한사람뿐이다. 또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과 버스 개혁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펼쳐 시종일관 여론의 관심을 끌었지만 조용한 시정을 표방하는 박 후보의 스타일상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지금의 높은 지지율은 반짝 효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가 여의도에 별다른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큰 약점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자신이 국회의원 출신이었고 국회 내에는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이 든든한 지지세력이 돼 약점을 상쇄했다. 아무리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혈혈단신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이외에도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당 경선과 상관없이 최소한 대선 1년 전부터는 대권 도전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데 박 후보가 여러 차례 시정을 충실히 마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국민들이 이에 대해 반감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상대 후보도 이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점 등은 박 후보의 분명한 약점으로 꼽힌다.

복병 박원순
시작된 경쟁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차기 유력주자로 언급된다. 반 사무총장은 현역 정치인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태 수습 등 국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국내 정치인보다 반기문 총장을 차기 대통령 감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들을 꺾고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캐스팅보트인 충북 출신이라는 점과 중도성향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또 반 총장의 임기는 2016년까지다. 19대 대선은 2017년 12월이기 때문에 시기도 딱 맞는다. 여야 모두 반 총장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한편 반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노 전 대통령이 그를 끝까지 지켜 UN사무총장 자리에 앉혔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문책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인책할 수 없다"며 반 장관을 끝까지 지켰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그때 반 총장을 경질했다면 반 총장은 결코 UN사무총장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복병도 수두룩, 치열한 경쟁 불가피
대권주자 윤곽 벌써? 복잡한 방정식

참여정부에서 반 총장이 UN사무총장 출마를 공식화했을 때 한나라당은 "우리의 처지를 모르는 철부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세계외교 질서를 모르는 택도 없는 짓"이라며 평가절하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 총장은 현재 야권보다는 여권의 대권후보로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의 지지율도 보수 쪽의 지지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물론 반 총장도 약점은 있다. 지금까지 국내 선거를 한 번도 치러본 적이 없다는 점과 국내에 조직이 전무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도 막상 대선 때가 되면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대통령직을 맡겨도 되나 불안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7월30일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지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야권의 잠룡들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지만 다년간 쌓아온 정치내공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반기문도 언급
여야 아이러니

마지막으로 안 대표의 부활 가능성은 정녕 없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광주시장 선거를 첫 번째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전략공천을 비판했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 등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 광주 지원유세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존심까지 버리더라도 일단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만큼 광주시장 선거는 안 대표 본인에게도 중요한 정치적 분수령이다. 새정치계 인물을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 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만약 윤장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 후보에게 패한다면 그 여파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반대로 윤장현 후보가 광주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안 대표가 부활의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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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