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무현 부관참시' 논란 막전막후

"의도적 세월호 물타기?" vs "오비이락 우연한 유탄?"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말이다. 특히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했던 우병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이미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최소한 여권에선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유효하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로 임명하고, 우병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한 것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무현과 악연
다시 반복된다?

비록 중도 사퇴하긴 했지만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정권 당시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며 정권 실세인 안희정과 최도술을 구속했던 전력이 있고, 우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수부1과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23일 만인 지난 2009년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 전 대법관과 우 변호사의 인선에 대해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이 "남북정상회담회의록 왜곡으로 시작된 박근혜정권의 '노무현 죽이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이유다.

안 전 대법관이야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도 참여했던 인물이지만 우 변호사의 민정수석실 내정은 특히 의외였다. 당장 야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앞두고 내정한 것은 야당과 정쟁하자는 얘기"라며 단체성명까지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야권의 반발을 청와대가 예상 못했을 리는 없다. 우 변호사는 당초 검사장 승진이 유력했으나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따른 책임론이 일면서 검사장 승진에서도 연거푸 탈락해 지난해 4월 퇴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노무현 수사했던 인물 민정비서관으로 내정
노무현정권 시절 펼쳤던 사업 대대적 수사


박근혜정부가 검사장 승진에서도 탈락시킨 인물을 이제 와서 청와대 요직인 민정비서관에 앉힌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세월호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위해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의 치부를 국민들에게 상기시켜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관참시는 '관을 열어 시신을 참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언급된 부관참시는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다시 죽이려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여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희생양이 되어 왔다.

광우병 사태 직후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대선을 전후에서는 NLL논란과 사초실종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리자 박근혜정부가 노무현 카드를 다시 빼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야권의 반발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우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한 만큼 단순히 이미 밝혀진 노 전 대통령의 치부를 들추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준비된 카드는?
치부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다양한 해양정책을 펼쳤는데 우 변호사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친노진영의 해양업계 유착 가능성까지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청와대는 우 변호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해양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뒤지면서 이번 세월호 사태와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인 강무현 전 장관은 퇴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강 전 장관은 관련업계에서 두루 뒷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차관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자신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회사 또는 단체들로부터 수시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선 운항 및 항만 준설공사 수주 편의, 부두 사용권 제공, 노무문제 해결 등 수뢰명목도 다양했다.

강 전 장관은 퇴임 직전에는 장관실에서도 뇌물을 받을 정도로 대담했다. 돈을 건넨 사람들은 검찰 조사에서 "선박의 운항 횟수·시간, 여객정원 증원, 여객선 증선 등이 모두 해수부 신고사안인 데다 선박 안전관리 감사 권한과 근로감독권도 해수부에 있다 보니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 당시 강 전 장관의 뇌물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고 해운업계 전반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따라서 이 같은 비리를 다시 한 번 캐내 노 전 대통령과 친노진영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리 한 두건만 건져도 '대박'
또 다시 희생양 된 노무현?

해수부는 김영삼정권 말 시작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강 전 장관의 사례처럼 해수부가 비리 청탁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사실을 복기하면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역대 해수부의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개연성도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김대중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을 지냈고, 야권 단일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거돈 후보도 해수부 장관 출신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방증하듯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검찰의 해운업계 비리 수사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 대상도 여객선사 뿐 아니라 지방해양항만청, 항만공사, 해운조합 등 해운업계 전체로 커졌다. 검찰은 해운업체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해경과 해양항만청 등에 로비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감사관은 부산항만공사 현장조사를 했고, 울산검찰청은 울산항만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감사원도 인천항만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제주검찰청은 부산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부산신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항만 투포트 정책 등 고강도 해양 업그레이드 사업을 하며 특히 항만과 연관이 깊다. 정치권이 이번 수사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편파수사
억울한 노무현

또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정관계 인사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지나치게 노 전 대통령의 일가와 주변인물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함께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검찰이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항만비리 수사도 당시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여권에서는 고작 1급 비서관 인사를 두고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우 변호사의 경우 검찰 내에서 평가가 좋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서관 내정이 결코 무리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금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을 대상으로 비리수사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한다. 항만 업계 등이 수사의 대상이 된 것도 노 전 대통령을 겨냥 했다기보다는 세월호 수사의 유탄이 우연히 튄 것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작품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시 한 번 공안정국의 불을 지펴 세월호 정국을 정면돌파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인사지만 세월호 참사로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려는 마당에 나온 인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우 변호사를 임명한 것은 일개 비서관을 인사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분명히 숨겨둔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춘 작품?
수상한 인사

이 관계자는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에서 너무 강경하게 (청와대를) 흔들었다는 말이 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의 광주사태 발언(세월호 사태는 또 하나의 광주사태와 같다는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무척 심기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선 같은 야권이라도 당 지도부는 사태수습에 먼저 무게를 둔 온건파인 반면, 친노로 분류되는 강경파들은 정권 흔들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눈엣가시 같을 것"이라며 "어디 너희는 얼마나 깨끗한지 같이 털어보자는 심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도 "특히 여권에는 학습효과가 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정국이 한창 시끄러울 때 여권에선 NLL 논란으로 맞불을 놔서 위기를 잘 넘긴 적 있다. 현재 청와대와 여권을 공격하는 야권 인사들의 뿌리가 노 전 대통령인 만큼 노무현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야권이 세월호 국정조사 대상에 청와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물과 관련한 비리 한 두건만 발견해도 청와대는 시쳇말로 '대박'"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발언이 뭐기에?
박주선 의원 "문재인 발언 동의 못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처를 놓고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오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며 "죽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점에서 '광주의 국가'와 '세월호의 국가'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를런지요?"라고 썼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세월호 사태와 5·18민주화운동은 전혀 다르다"며 "이번 경우엔 미필적 고의도 있겠지만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권력의 직무유기나 의도적인 살인 행위는 아니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광주 동구가 지역구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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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