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체육단체장 겸직' 집착 이유

의원님은 표밭 챙기고~ 체육계는 예산 챙기고~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의원들은 겸직금지 통보를 받자마자 이의신청을 했고, 아예 국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해당 종목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큰 것일까? 가슴에 금배지를 단 의원님들이 체육단체장직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회사무처가 최근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24명에게 겸직 불가 결정을 일괄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국회의원 특권포기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의원들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금지 규칙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규칙안은 지난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완화시키는 내용으로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지만 '특권 포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정신 못 차린 국회

여야 모두 특권 포기가 화두가 됐던 지난해에는 개정안에 흔쾌히 합의해 놓고는 막상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상황이 되자 법안을 후퇴시켜서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국회의 단면이다.

현재 체육단체장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은 새누리당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대한야구협회 회장), 홍문종 전 사무총장(국기원 이사장), 김태환 안행위원장(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최경환 전 원내대표(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서상기 정보위원장(국민생활체육회 회장) 등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신계륜 환노위원장(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신학용 교문위원장(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등 대부분 힘 있는 실세의원들이다.

물론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비인기종목의 경우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도 없는 실정에서 그나마 정치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당 종목을 키워보려고 하는데 일률적인 겸직 금지는 체육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을 맡으면서 국회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고, 이미 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일괄적으로 직을 그만두라고 하면 해당 체육계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체육계 일부에선 국회의원 체육단체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일부 단체의 경우 중립을 지킬 수 있고 힘 있는 정치인이 단체장을 맡음으로써 갈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육단체로서는 힘 있는 정치인을 단체장으로 영입하면 예산 확보 등에서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해당 종목에 평소 애착이 있어서, 해당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단체장직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믿기 힘들다. 체육단체장을 맡은 일부 의원들은 해당 종목의 규칙도 잘 모른다"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장 활동하느라 입법 활동은 '소홀'
겸직 금지하자 법안 후퇴 시도 '황당'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스포츠 단체장을 맡으며 깨끗한 이미지를 얻고, 동시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체육단체장을 맡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후보다.

정 후보는 1988년부터 정치생활을 해왔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며 급성장한 계기는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던 정 후보는 기세를 몰아 그해 대선까지 출마했다. 방대한 체육단체 산하 조직도 차기 선거 등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일부 정치인 체육단체장의 경우는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공신들을 해당 단체에 채용하는 것으로 보은을 하거나, 체육단체에 배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정치인들에게 체육단체장이란 여러 모로 쓸모가 있는 다목적 포석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무작정 홍보 명함용으로 체육단체장을 맡으면서 해당 종목의 체계적인 육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의원들이 체육단체장 겸직을 하면서 정작 본연의 역할인 입법 활동 등에는 소홀해지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일부 겸직 의원들은 체육단체장을 맡은 단체의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본회의 등을 결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일반 회사라고 한다면 업무시간에 나가 투잡을 뛰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아주 우습게 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단체장직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단체장에게 지급되는 일부 활동비와 차량 등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활동비 등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의 경우 국기원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LA 출장비 사적 사용, 관용차 사적 이용, 공금 유용 의혹 등에 시달리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부작용은 또 있다. 일부 체육단체장의 경우 엄청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고 비리가 끼어들 여지도 많지만 힘 있는 의원이 단체장으로 오게 되면 감사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의 '셀프 국감'이다. 서 의원이 교문위원으로 감사위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교문위의 피감기관인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이른바 셀프 국감을 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기득권 못 놓나?

야당 의원들은 현역 의원이 피감대상인 공공기관장직을 겸직하는 것이 기관의 정치 중립성 측면에서 적절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정부지원금 400억원 이상을 쓰는 기관장이 감사위원으로도 참여하는 것을 국민들은 합당하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전관예우가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 해당 단체에 대한 전문성도 전혀 없으면서 무작정 자리에 앉아 각종 혜택을 보는 것이 바로 전관예우"라면서 "힘 있는 국회의원이 단체장이 됐다고 해서 정부에서 예산을 더 챙겨주는 행태도 관피아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겸직금지에 체육계 '술렁'
체육계 판도 대변화 예고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24명에 대한 겸직불가 통보가 이뤄지면서 체육계도 술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주로 겸직해 온 체육관련 단체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례로 태권도계는 이번 조치로 양대 기구인 국기원 이사장(홍문종 의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회장(김태환 의원)이 동시에 사퇴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대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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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이 ‘트럼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모든 국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줄 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큰 표 차로 이기고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전 세계 흔들다 민주당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잡은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면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쐐기를 박고 DEI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맡아온 ‘세계의 경찰’ 역할 대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관세를 내세운 ‘통상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첫 번째 표적이 됐다. 취임 당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붙이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무역 적자라는 게 중론이다. 영토 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전쟁 지역 원조를 빌미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욕을 보이면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DC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 겁주는 줄 알았는데 진짜 또 그린란드 주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2009년 덴마크와 합의해 제정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서 미국이 자유 진영서 원조해 온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의 외교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원조의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요구했다. 3년여 동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서 미국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독일 킬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197억달러(17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협조하지 않자 모든 군사 원조를 끊겠다는 강수를 놨다.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태풍’에 휘말려 대응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한국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그게 가시화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쟁 국가도 원조 끊어 한국은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첫 연설서 한국을 ‘콕’ 짚었다. 99분에 걸친 연설서 한국을 공개 지목하다시피 한 것이다. 각국의 대미 관세를 언급하는 과정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4배 높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게 우리 동지와 적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자료를 내고 대미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사실상 상호 수출입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다. 미국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 조약 등에서 한 국가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주장 대응 못 하고 하지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관세를 매기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도 거론했다. 규제와 쿼터제, 환율 등 직접적인 관세가 아니라 각국의 제도를 빌미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꼭 관세가 아니더라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건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서 군사 지원을 언급한 점도 한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토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에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한국이 막대한 방위비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혜택을 베푼다는 식으로 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첫 의회 연설에서 콕 집어 모든 논리가 돈으로 통해 여기에 ‘칩스법’ 폐지를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까지 뒤흔들 기세다. 칩스법의 공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정부서 시행된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총 지원 규모가 2800억달러(약 408조원)에 달하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527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법은)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법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한국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야 할 수뇌부가 불완전한 상태라 대응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대 위에 서 있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관행이나 국제질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의 영토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전쟁 원조를 돈으로 환산하는 등 그동안 미국을 통치했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상대로 어떤 ‘깜짝쇼’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 외교는 사실상 막혀 지난 5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방미했다. 신 실장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경제 안보와 관련해 특히 조선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실장은 2기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했고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