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셀프 낙마' 진짜 이유 "뭔가 있다"

세월호 사태 구원투수…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장 "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기 위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구원투수' 안대희(59)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셀프 낙마'다. 총리 지명 직후 전관예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발표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던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안 전 총리후보자의 입장변화에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총리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 지명 엿새 만인 지난달 2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 인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셀프 낙마'로 실패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카드
'셀프 낙마' 실패

안 전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늘 제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총리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던 안 전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난타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부터 재산증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지난해 7월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변호사 활동으로 16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사가 월 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역대급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벌어들인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라며 "이는 전관예우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안 전 후보자의 전관예우는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동기 전 감사원장후보자는 지난 2007년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전관예우 등을 문제로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자도 역대급 전관예우를 받았던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런 입장변화
다른 약점 있었나?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안 전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자는 전날 오후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시절 구속 및 기소로 악연을 맺은 일부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퇴 당일 오전에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청문회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다.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5시간쯤 전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퇴요구에 대해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라고 웃으며 말한 뒤 "표결하면 되지"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었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청와대가 낙점했고, 여대야소의 현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변호사생활 의혹 확산
드러난 월3억원 '역대급' 전관예우 결국 발목

하지만 갑자기 그가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 외에 다른 약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인 이후 그의 가족, 사건 의뢰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이며 함께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언론에서) 가족들과 의뢰인들을 샅샅이 훑고 다녀 안 전 후보자의 가족과 의뢰인들을 힘들게 해 인간적 고뇌가 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이어
현직예우 의혹

전관예우뿐 아니라 '현직예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 산하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감독하는 곳인데, 안 전 후보자는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며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감독해야 할 인사가 조세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척결을 외친 '관피아'의 전형적 예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자가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인세 취소 사건을 수임했다면 현직예우를 받은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의 기본운영에 관한 사안, 조사대상, 선정기준, 방식, 절차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받는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세 취소 사건 수임을 맡았던 안 후보자는 '슈퍼 관피아'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재임 시절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소득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안 예금은 9507만원 늘어난 반면, 순수입 증가분은 69만원에 불가했다. 약 945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안 후보자는 이 기간 총 2억9357만원의 급여(세후 기준)를 받았고 지출액(국세청신고분)은 2억9288만원"이라며 "급여 가운데 69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지출한 셈이지만 오히려 예금액에 있어서는 9000만원 이상의 '수상한 증가'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월급을 거의 생활비로 지출한 셈인데, 예금이 1억원 가까이 늘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안 후보자의 대법관 재직 당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연간 4500여만원, 2년간 9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안 후보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증가와 특정업무경비 액수가 일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사유가 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 승부수…'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 오명
아들 병역특혜 논란 등 가족검증 부담도 컸던 듯

고액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기부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16억원의 변호사 수입 중 기부금으로 무려 4억7000만원을 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7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냈고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과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기부했다. 하지만 가장 큰 금액인 3억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자 청와대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 연락을 받았을 시기인 지난달 19일 납부했다. 기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다지기는 늦은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쌓이고 돌파구로 내놓은 승부수도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만 부른
기부 승부수

결국 '국민검사' '대법관' 출신 후보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 전 후보자는 셀프 낙마 형식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대희 카드'에 대해 언급한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일주일도 채 안돼 일그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와 악연으로 맺어진 한 중진의원은 "그의 총리 지명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의혹제기에 대다수의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한 것과는 다르게 버티지 않고 총리후보직을 던진 것은 ‘안대희다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 수난사
김용준·안대희, 청문회도 가기 전 '셀프 낙마'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도 채 안돼 국무총리후보자 2명이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 속 지명 닷새 만에 '셀프 낙마'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지명 엿새 만에 전관예우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셀프 낙마한 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언론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지명했다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만 8명에 이른다"며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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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