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셀프 낙마' 진짜 이유 "뭔가 있다"

세월호 사태 구원투수…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장 "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기 위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구원투수' 안대희(59)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셀프 낙마'다. 총리 지명 직후 전관예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발표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던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안 전 총리후보자의 입장변화에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총리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 지명 엿새 만인 지난달 2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 인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셀프 낙마'로 실패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카드
'셀프 낙마' 실패

안 전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늘 제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총리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던 안 전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난타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부터 재산증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지난해 7월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변호사 활동으로 16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사가 월 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역대급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벌어들인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라며 "이는 전관예우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안 전 후보자의 전관예우는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동기 전 감사원장후보자는 지난 2007년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전관예우 등을 문제로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자도 역대급 전관예우를 받았던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런 입장변화
다른 약점 있었나?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안 전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자는 전날 오후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시절 구속 및 기소로 악연을 맺은 일부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퇴 당일 오전에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청문회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다.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5시간쯤 전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퇴요구에 대해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라고 웃으며 말한 뒤 "표결하면 되지"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었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청와대가 낙점했고, 여대야소의 현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변호사생활 의혹 확산
드러난 월3억원 '역대급' 전관예우 결국 발목


하지만 갑자기 그가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 외에 다른 약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인 이후 그의 가족, 사건 의뢰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이며 함께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언론에서) 가족들과 의뢰인들을 샅샅이 훑고 다녀 안 전 후보자의 가족과 의뢰인들을 힘들게 해 인간적 고뇌가 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이어
현직예우 의혹

전관예우뿐 아니라 '현직예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 산하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감독하는 곳인데, 안 전 후보자는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며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감독해야 할 인사가 조세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척결을 외친 '관피아'의 전형적 예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자가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인세 취소 사건을 수임했다면 현직예우를 받은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의 기본운영에 관한 사안, 조사대상, 선정기준, 방식, 절차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받는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세 취소 사건 수임을 맡았던 안 후보자는 '슈퍼 관피아'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재임 시절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소득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안 예금은 9507만원 늘어난 반면, 순수입 증가분은 69만원에 불가했다. 약 945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안 후보자는 이 기간 총 2억9357만원의 급여(세후 기준)를 받았고 지출액(국세청신고분)은 2억9288만원"이라며 "급여 가운데 69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지출한 셈이지만 오히려 예금액에 있어서는 9000만원 이상의 '수상한 증가'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월급을 거의 생활비로 지출한 셈인데, 예금이 1억원 가까이 늘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안 후보자의 대법관 재직 당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연간 4500여만원, 2년간 9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안 후보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증가와 특정업무경비 액수가 일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사유가 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 승부수…'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 오명
아들 병역특혜 논란 등 가족검증 부담도 컸던 듯

고액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기부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16억원의 변호사 수입 중 기부금으로 무려 4억7000만원을 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7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냈고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과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기부했다. 하지만 가장 큰 금액인 3억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자 청와대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 연락을 받았을 시기인 지난달 19일 납부했다. 기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다지기는 늦은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쌓이고 돌파구로 내놓은 승부수도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만 부른
기부 승부수

결국 '국민검사' '대법관' 출신 후보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 전 후보자는 셀프 낙마 형식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대희 카드'에 대해 언급한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일주일도 채 안돼 일그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와 악연으로 맺어진 한 중진의원은 "그의 총리 지명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의혹제기에 대다수의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한 것과는 다르게 버티지 않고 총리후보직을 던진 것은 ‘안대희다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 수난사
김용준·안대희, 청문회도 가기 전 '셀프 낙마'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도 채 안돼 국무총리후보자 2명이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 속 지명 닷새 만에 '셀프 낙마'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지명 엿새 만에 전관예우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셀프 낙마한 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언론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지명했다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만 8명에 이른다"며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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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