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셀프 낙마' 진짜 이유 "뭔가 있다"

세월호 사태 구원투수…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장 "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기 위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구원투수' 안대희(59)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셀프 낙마'다. 총리 지명 직후 전관예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사퇴 발표 5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의혹들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던 그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안 전 총리후보자의 입장변화에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총리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 지명 엿새 만인 지난달 28일 전격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 인사로 야심차게 내세운 '안대희 총리카드'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셀프 낙마'로 실패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카드
'셀프 낙마' 실패

안 전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늘 제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총리후보로 지명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던 안 전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언론 검증 단계에서 난타를 당하며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실제로 안 전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부터 재산증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우선 지난해 7월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변호사 활동으로 16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사가 월 3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역대급 전관예우 덕분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가 벌어들인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라며 "이는 전관예우의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안 전 후보자의 전관예우는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동기 전 감사원장후보자는 지난 2007년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내정 12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전관예우 등을 문제로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자도 역대급 전관예우를 받았던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갑작스런 입장변화
다른 약점 있었나?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안 전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자는 전날 오후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며 읍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사 시절 구속 및 기소로 악연을 맺은 일부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퇴 당일 오전에도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청문회 때 충분히 이야기하겠다.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5시간쯤 전에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사퇴요구에 대해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라고 웃으며 말한 뒤 "표결하면 되지"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이며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었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청와대가 낙점했고, 여대야소의 현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갈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의 수상한 변호사생활 의혹 확산
드러난 월3억원 '역대급' 전관예우 결국 발목


하지만 갑자기 그가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 외에 다른 약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게 한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 등에 휩싸인 이후 그의 가족, 사건 의뢰인들도 후폭풍에 휩싸이며 함께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 한 관계자는 "(야당과 언론에서) 가족들과 의뢰인들을 샅샅이 훑고 다녀 안 전 후보자의 가족과 의뢰인들을 힘들게 해 인간적 고뇌가 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이어
현직예우 의혹

전관예우뿐 아니라 '현직예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 산하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감독하는 곳인데, 안 전 후보자는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며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았다.

세무조사를 감독해야 할 인사가 조세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척결을 외친 '관피아'의 전형적 예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자가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맡으면서 법인세 취소 사건을 수임했다면 현직예우를 받은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세무조사의 기본운영에 관한 사안, 조사대상, 선정기준, 방식, 절차 모든 문제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받는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세 취소 사건 수임을 맡았던 안 후보자는 '슈퍼 관피아'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재임 시절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안 전 후보자의 소득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안 예금은 9507만원 늘어난 반면, 순수입 증가분은 69만원에 불가했다. 약 945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안 후보자는 이 기간 총 2억9357만원의 급여(세후 기준)를 받았고 지출액(국세청신고분)은 2억9288만원"이라며 "급여 가운데 69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지출한 셈이지만 오히려 예금액에 있어서는 9000만원 이상의 '수상한 증가'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월급을 거의 생활비로 지출한 셈인데, 예금이 1억원 가까이 늘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안 후보자의 대법관 재직 당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특정업무경비가 연간 4500여만원, 2년간 9000여만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안 후보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득증가와 특정업무경비 액수가 일치하는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사유가 됐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기부 승부수…'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 오명
아들 병역특혜 논란 등 가족검증 부담도 컸던 듯

고액 변호사 수임료에 따른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기부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자는 16억원의 변호사 수입 중 기부금으로 무려 4억7000만원을 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7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으로 냈고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과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기부했다. 하지만 가장 큰 금액인 3억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자 청와대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 연락을 받았을 시기인 지난달 19일 납부했다. 기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다지기는 늦은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부' '기부금 총리'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쌓이고 돌파구로 내놓은 승부수도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풍만 부른
기부 승부수

결국 '국민검사' '대법관' 출신 후보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 전 후보자는 셀프 낙마 형식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대희 카드'에 대해 언급한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일주일도 채 안돼 일그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와 악연으로 맺어진 한 중진의원은 "그의 총리 지명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의혹제기에 대다수의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버티기로 일관한 것과는 다르게 버티지 않고 총리후보직을 던진 것은 ‘안대희다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후보 수난사
김용준·안대희, 청문회도 가기 전 '셀프 낙마'

박근혜정부가 집권 2년도 채 안돼 국무총리후보자 2명이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1월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 논란 속 지명 닷새 만에 '셀프 낙마'한 데 이어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지명 엿새 만에 전관예우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셀프 낙마한 것이다.

각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 총리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언론 검증단계에서 낙마하며 박근혜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지명했다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 후보자만 8명에 이른다"며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수첩인사' '밀실인사'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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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