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CEO 리스크’ 논란

전임은 ‘납품 비리’ 후임은 ‘직원 동원’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사고를 쳤다. 백화점 본사 직원들을 아들 결혼식 '도우미'로 사용해서다. 앞서 신헌 전 사장이 납품 비리 논란 속에 불명예 퇴임한터라 비난이 더욱 거세다. '정도경영'이라는 취임일성이 무색하다. 롯데백화점이 잇단 '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의혹이 터진 직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를 롯데백화점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지난 1981년 롯데그룹 공채로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지난 2012년 면세점 대표로 부임하기 전까지 31년간 백화점에서만 근무한 유통 전문가다. 이 사장은 롯데백화점의 위기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꼽혔다.

취임 직후 사고

그리고 지난달 28일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정도경영'을 외치며 취임했다. 정식 선임은 오는 6월1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옛 직장인 호텔롯데 대표에서는 물러났다. 금융감독원 임원변동공시를 보면 호텔롯데는 면세사업부 대표를 맡아 온 이 사장을 지난 2일자로 해임해 13일 등기를 마쳤다. 새 대표로는 이홍균 전 면세사업부 영업부문장이 같은 일자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나부터 먼저'라는 책임감과 솔선수범 자세로 바른 생각과 모범적인 행동을 실천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더불어 '우문현답'의 자세로 업무에 임해줄 것을 주문했다. 납품 비리로 얼룩진 내부 분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수습하고 훼손된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5일 임원 및 점장을 대상으로 한 상견례 자리에서는 "사소한 개인 비리도 용납하지 않고 성과를 내는 사람과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확실히 구분해 신상필벌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도경영은 취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무색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 직원들을 아들 결혼식에 동원해 '잡역부'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사건은 지난 18일 일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이 사장 아들 결혼식이 열렸다. 앞서 오전 9시, 롯데백화점 본점 경영지원본부(사원복지팀, 총무팀) 소속 과장·대리·사원 등 직원 26명이 결혼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주차장 통제부터 식장 안내, 화환 관리를 시작했다. 신랑 쪽은 물론 신부 측 방명록 작성과 화환 정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결혼식 일정에 쫓겨 끼니도 호텔 옆 롯데리아에서 대충 때운 것으로 전해졌다. 황금 같은 휴일에, 그것도 아침 일찍 상사의 아들 결혼식을 챙기기 위해 '출근'한 셈이다.

취임 한 달 만에 아들 결혼 구설
직원들 부려… "정도경영" 무색

 

롯데백화점 측은 '자원봉사'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거들었을 뿐이라는 것. 롯데백화점 측은 "이 사장도 직원들이 동원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계열사 대표 50여명의 안내 등을 위해 롯데백화점 한 임원이 본사 직원 동원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동원된 직원들에 대해 대체휴가 등을 고려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근로기준법 제57조를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갈음하여 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대체휴가라고 한다. 롯데백화점 말대로 순수한 자원봉사라면 대체휴가를 줄 이유가 없다.

롯데백화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 아들 결혼식에 직원 동원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던 이 사장의 의도도 변색됐다. 이 사장은 당초 결혼식을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 협력업체에서 보내는 화환은 물론 축의금까지 일절 받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에 입점 업체가 수백 개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십억원에 이르는 축의금을 포기한 것. 하지만 이 사장의 좋은 의도는 결과적으로 원성만 남게 됐다.


취임 초기 이 사장이 사고를 친 덕(?)에 롯데백화점 전임 사장의 불명예 퇴진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신헌 전 롯데백화점 사장은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신 전 사장은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 직위를 이용해 2010년 사옥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계상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 2억여원을 횡령하고 부하 직원들이 방송 출연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챙긴 뒷돈을 건네받거나 친분 있는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받는 방식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사장이 챙긴 금품은 검찰이 파악한 규모만 3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지난 1월 롯데홈쇼핑의 수십억대 횡령·납품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현재까지 구속기소된 임직원만 7명에 이른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한 신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에 검찰은 신 전 사장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 전 사장은 검찰 조사가 시작된 후인 지난달 18일 직무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축의금 사절

신 전 사장으로부터 시작된 롯데백화점의 'CEO 리스크'는 그룹차원 비자금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검찰은 '검은 돈'이 그룹 내 다른 고위층이나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 명목으로 흘러들어가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정 당국이 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