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씨앤앰 인수전 소문과 진실

주인 찾기 힘든 ‘케이블 공룡’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수도권 최대 케이블 업체인 씨앤앰의 매각 작업이 시작됐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CJ와 SK 등 주요 인수 후보들이 발을 빼고 있고 매각 측과 인수 측 가격 차가 최대 1조원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씨앤앰이 '물량 밀어내기'로 공정위 조사까지 받고 있어 매각이 내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씨앤앰의 인수·합병(M&A)전이 시작됐다.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MKOF)는 지난해 말 매각주관사를 골드만삭스로 선정하고 씨앤앰 매각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시작은 했는데…

MBK는 당초 지난해 초 씨앤앰 매각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SO 권역제한 규정이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풀리지 않고 최대 원매자로 예상됐던 CJ그룹이 오너 일가의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자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던 지난 2월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고 밝히면서 SO 간 M&A가 가능하게 됐고 씨앤앰은 방송시장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SO의 가입가구 수 제한을 'SO 가입가구의 3분의 1'에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전체 방속권역(77개) 3분의 1(25개) 초과 금지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부터 태광, CJ, SK, 롯데, 현대백화점, GS, SBS 등 잠재적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업계는 씨앤앰이 대기업에 인수되면 KT(KT스카이라이프+올레tv)와 대등한 규모의 거대 SO 사업자가 탄생해 단번에 선두권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고 때문에 인수전에 불이 붙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씨앤앰은 올해 1월 말 기준 245만8884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업계 3위 사업자다.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13개 권역과 경기도 3개 권역 등 총 17개 권역에서 케이블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씨앤앰을 인수하면 가입자 650만1464명으로 업계 1위인 KT와 비등해지고 티브로드홀딩스는 579만713명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 후보들은 대부분 발을 뺐다.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곳은 태광그룹 계열 SO인 티브로드홀딩스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는 기존 원매자군과 컨소시엄을 이뤄 2대주주 정도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들이 씨앤앰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시장에서는 매각 측과 인수 측 가격차가 최대 1조원가량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MBK, 맥쿼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씨앤앰 주요 주주들은 씨앤앰을 인수하는 데 만만치 않은 돈을 들였다.

2008년 인수 당시 가입자 1명당 가치를 100만원 이상으로 평가, 2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파는 쪽에서는 이보다 비싸게 팔고 싶은 게 당연하다. 시장은 인수예상가를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2조원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지난 6년간 씨앤앰의 가입자당 가치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 SO의 거래가는 가입자당 40만∼50만원 수준이다. "부담스럽다"는 게 인수 후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매각가·인수가 차이 1조가량 벌어져
대기업 후보들도 슬슬 발빼는 분위기

일각에서는 씨앤앰이 보유한 17개 SO를 분할해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씨앤앰은 지난 2012년 울산케이블TV를 울산지역 다른 SO에 넘긴 바 있다. 인수 후보 중 분할인수를 가장 고려할 만한 곳은 SBS다. SBS는 어차피 방송통신법상 씨앤앰 경영권 지분을 모두 인수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BS가 씨앤앰을 인수하면 지상파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러 경로를 확보해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SBS 관계자들은 씨앤앰 인수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도 씨앤앰의 분할매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분할 매각의 경우 매각 대금이 씨앤앰 주주들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케이블TV 매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불거진 씨앤앰의 '물량 밀어내기' 의혹도 매각 절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 한 관계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인수 후보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물량 밀어내기 의혹까지 겹치면서 매각 절차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탐나는 매물이라고 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회사를 어느 누가 인수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내 씨앤앰 하도급 업체 일부가 제기한 '물량 밀어내기' 의혹을 조사했다. 앞선 지난해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제하고 업무비용을 전가했다며 공정위에 씨앤앰을 신고했다.

당시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유선통신망 설치공사와 유지보수, 철거공사 등을 위탁하면서 계약과 관계없는 신규가입자 유치 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 등의 협박으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2010년 1월 본사 업무인 공사 스케줄 및 계약서 관리업무를 하도급 업체들에 떠넘긴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도 변수

이와 관련해 씨앤앰 측은 "씨앤앰과 하도급 업체들 사이에 체결한 계약서에는 마케팅 정책에 협조한다는 문구가 있다"며 "하도급 업체들에게 계약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에 부당한 물량 밀어내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씨앤앰은 2011년에도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5대 대형 케이블 방송사들과 담합을 통해 IPTV업체들의 방송채널 구매를 방해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9억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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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