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반신반의’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

위기의 박근혜 정권…'반전카드' 먹힐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안대희(59)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정 총리에 이어 2대째 법조인 출신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전 대법관이 평생 공직을 맡아 청렴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혁마인드의 강직한 검사출신인 안 내정자를 내세워 2기 내각을 어떻게 구축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대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오늘 새 총리를 내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엘리트 경력 갖춘
특수통 검사 출신
 
박 대통령은 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표를 받고 이를 수리했다. 사실상 경질로 해석된다. 신임 총리 후보자 내정에 따라 박 대통령의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남 국정원장 등의 전격 경질 등으로 미뤄 향후 인적 쇄신의 폭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야당이 교체를 요구해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상은 사실상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민 대변인은 “(안 내정자는 검사 재직 시절)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줬다. 앞으로 공직 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 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또 “앞으로 내각 개편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안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 등의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이 이뤄진 뒤 장관 교체 등 개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민 대변인은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과 그 수습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점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사퇴 의사를 밝힌 정홍원 현 총리에 대해선 “지금도 세월호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고,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임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총리에 발탁된 안 내정자는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 내정자가 총리직을 기쁘게 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전해진다.
 
한편 이날 사표가 수리된 남 국정원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과 더불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등으로 인해 야권으로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왔으며, 김 국가안전실장은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안보실은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에 따른 ‘책임 회피’ 논란에 휘말렸던 바 있다.
 
신임 총리 필두로 2기 내각 구축 전망
청와대 몸통 김기춘 유임은 오점 지적
 
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 대변인은 국정원장 및 후임 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오늘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그 업무는 바로 한기범 국정원 제1차장과 김규현 안보실 1차장이 각각 대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법조인’

역시나 ‘PK’ 
 
박 대통령이 2기 내각의 간판으로 안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강직한 검사’ 출신이라는 평을 받는 그를 전면에 내세워 정부 출범 후 최대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박 대통령은 안 후보자로부터 2기 내각의 제청을 받아 조각수준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발판으로 잃어버린 정부 신뢰와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시동을 걸 전망이다.
 
다만 안 내정자가 경남 함안 출신이어서 지역적으로 이른바 여권의 텃밭인 ‘PK출신’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점, 정홍원 총리에 이어 또 다시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점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안 내정자 소식에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시의적절한 인사라며 청와대의 선택을 반기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경질이 빠진 점을 지적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함진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논평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도입 등의 개혁적인 정치쇄신 공약을 마련한 바 있다”며 “대선 후에는 곧바로 정치권을 떠나 정치적 언행을 자제하는 등 처신을 깔끔하게 한 분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함 대변인은 또 “안 전 대법관은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만큼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분이라고 평가한다”며 “총리실 직속으로 신설될 예정인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를 이끌며 지금껏 보여준 뚝심과 추진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국가개조를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남 국정원장과 김 국가안보실장 사표 수리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조만간 후속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근본적인 국가 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 더불어 공직 윤리를 갖춘 인물을 중용하길 바란다. 새누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안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내정자가) 하루속히 내각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세월호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서 미래의 희망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데 진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원구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진솔한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읽은 인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안 내정자에 대해 “법치와 소신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며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민심을 추스르기에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인사 소식에 “김기춘 실장은요”라고 물었고 유임됐다는 답을 들은 뒤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다. 
 
차떼기로 뜬 ‘국민검사’
세월호 정국 돌파가 관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서울 종로구 지방선거 유세 중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우선 대통령의 리더십, 인사원칙이 바뀌어야 되고 무엇보다도 진상규명 등 앞으로 남은 일이 굉장히 많다. 그런 일들이 차질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는 또 김기춘 비서실장 유임에 대해선 “이것으로 인사가 끝난 것은 아니잖냐. 앞으로 또 지켜보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OK”vs “NO”

여야, 입장 차이
 
안 내정자는 2003년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당시로선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대선자금 수사를 칼같이 단행해 재벌과 정치권 사이에 관행화되어 있던 수백억원대 ‘대선자금 차떼기 비리’를 낱낱이 밝혀냈다. 이때 한나라당에게 ‘차떼기당’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겨주며 한나라당 전체를 초토화시키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 체제’로 전환해야만 했다.
 
또 안 내정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예외 없이 수사해 ‘노무현의 오른팔’ 안희정(현 충북도지사)에게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기각해도 다시 청구할 정도로 확고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은 “우리 한나라당은 이 잡듯 뒤지면서 한나라당 불법선거자금의 10분의 1이 넘으면 사퇴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는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안 내정자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안 내정자가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 발탁될 당시에는 이를 두고 ‘노무현 코드인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안 내정자는 소신 있는 ‘국민검사’ 타이틀을 얻었고 ‘안짱’이라는 팬클럽까지 결성되는 등 비리 척결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 내정자의 행보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에 복당하면서 그해 11월 이회창 후보 측으로부터 유세지원비 2억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 안 내정자는 박 대통령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로 결정내려 논란이 됐다.
 
당시 안 내정자는 “박 대표의 해명은 수사 내용과 다르다”며 “나중에 한꺼번에 털고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지어 버렸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를 담당한 한 검찰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에서 유세지원비를 받아 문제가 된 것은 박 대통령이 유일했다. 만약 수사가 더 진행됐다면 박 대통령은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인연 때문이었을까. 지난 대선에서 안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삼고초려 끝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 체류 일정을 미루고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대선승리에 공을 세웠다. 실질적인 인사권 분산과 비리부패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 및 상설특별검사제 도입, 정당공천제 개혁 등을 담은 박 대통령의 정치쇄신안이 바로 안 내정자의 작품이다.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한 안 내정자를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했던 것은 새누리당의 개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 당시 안 내정자를 맞아들인 것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국가 개조 위해 헌신 다 하겠다”
 
안 내정자는 경남 함안군에서 태어났다. 부산교대부속초등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아버지의 서울 발령으로혼자 부산에 남아 중학교를 다니다가 송문중학교로 전학했다. 이후 우수한 성적으로 경기고에 입학한 그는 역시나 좋은 성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서울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1980년 제17회 사법시험에 25세 최연소로 합격했다. 17회 사법시험 동기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있다.
 
안 내정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대를 중퇴하고 사법연수원에 입소했고 검사에 임용됐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장을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 과장을 2번 역임하는 등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지검특수부장 재직 때는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 사건, 대형 입시학원 비리 등을 지휘했고, 인천지검 특수부장 당시 바닷모래 불법 채취 사건 등을 수사해 검찰 내 특수 수사의 일인자로 ‘특수통’ 으로 통했다. 부산고검 검사장 재직 때는 조세포탈 이론과 수사 실무에 관한 ‘조세형사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성역 없는 ‘안짱’
‘소신총리’기대
 
안 내정자는 자기 관리에 투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대법관으로 내정될 당시 서울고검장이었던 그의 재산 신고액은 2억6000만원으로 법조계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낮은 신고액이었다. 또 안 내정자는 2012년 7월10일 퇴임사에서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한없이 높은 도덕성과 인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법관은 모든 공직의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초대 총리로 물망에 올랐으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 문제로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안대희법률사무소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력 자체만 보면 안 내정자는 17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석연치 않은 수사를 제외하곤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청렴했던 법조인이라는 평가가 많은 인물이다. 다만 전직 대법관이 퇴임한 지 48일 만에 유력 여당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중 핵심으로 직행해 사법부의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사법부가 정치에 예속된 느낌을 준 점만큼은 흠이라는 평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안대희는?>
 
▲경남 함안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행정학과 중퇴
▲국립사법관학교 수료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대검찰청 중수부 과학수사지도과 과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부산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수사 1·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
▲대검찰청 중수부 부장
▲부산고검 검사장
▲서울고검 검사장
▲대법원 대법관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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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