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도 넘은 '미군 퍼주기' 논란

주한미군 오염 토지를 국민혈세로 정화?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이명박정부 말기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한미군기지를 미군 측이 정화할 근거조항을 조용히 삭제해 미군이 부담해야할 수천억원의 오염 정화 비용을 국민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집권 초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축적 및 미군기지 이전비 전용을 허락하며 미군의 편의를 봐준 데 이어 집권 말에는 미군이 수천억원의 환경정화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혜택을 준 셈이다. 이명박정부의 도를 넘은 '미군 퍼주기'에 국민 혈세만 줄줄 새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지난 20일 환경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주한미군환경관리기준 개정 경과 및 중요 내용'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지난 2012년 6월 주한미군환경관리기준(EGS)을 개정하면서 미군 측의 요청에 따라 석유계층탄화수소(TPH)로 불리는 오염물질에 오염된 미군기지 토양에 대한 처리기준을 삭제했다.

TPH는 미군기지에서 발생되는 대표적 오염물질로 등유, 경유, 윤활유 등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물질에 오염된 토양에서는 식물의 생존이 불가능하며 인체에도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GS 개악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세계 곳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주둔국의 미군기지 환경보호를 위해 EGS를 체결하고 있다. 한국과는 지난 1997년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삭제된 TPH 관련 조항은 2004년 10월 1차 개정에서 당시 노무현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추가됐던 조항이다. 어렵게 추가됐던 조항이 8년 만인 지난 2012년 2차 개정을 통해 조용히 삭제된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07년 반환된 23개 미군기지 가운데 22개 기지에서 TPH 기준치가 초과됐을 정도로 대부분의 미군기지에서 TPH 오염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미군은 오염 정화 비용 수천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된 반면, 한국정부는 그만큼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2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일까.


정부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01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통해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하고, EGS를 2년 주기로 검토해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을 할 시에는 한국 측 제시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지만, 최종결정은 미군 측이 내리도록 했다.

여전히 불공정한 미완의 SOFA 개정이었지만, 정부의 역량에 따라 합의된 부분이 잘 지켜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2004년 TPH 관련 조항이 포함됐는데, 2012년 2차 개정 때 주한미군이 TPH 규정 삭제가 포함된 초안을 통보했다"며 "당시 한국 측은 동 규정을 유지토록 의견을 제시했으나, 미군 측에서는 TPH 규정이 없는 EGS 최종본을 우리 측에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MB 임기 말 미군기지 오염 정화기준 삭제
굴욕외교…수천억 국민혈세 낭비 불가피

하지만 당시 이명박정부는 2차 EGS 개정 과정과 결과를 공표하지 않아 '밀실·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이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 당시인 2007년에도 우리 측에 반환한 23개 기지 가운데 17개 기지의 오염 토양 정화를 안해 1800억원 상당의 국민 세금으로 우리 측이 정화를 한 바 있다.

규정이 있을 때도 자신들이 오염시킨 토양의 정화를 소홀히 했던 미군이 이명박정부 말기 이 조항을 뺀 것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우리 측이 정화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를 넘은 '미군 퍼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집권 초였던 2008년에는 8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며 그간 미군이 쌓아놓은 수천억원의 분담금 축적 및 기지 이전비 전용을 허용한 데 이어 집권 말에는 미군이 수천억원의 환경 정화 비용까지 아낄 수 있도록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환경운동 단체인 녹색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관리규정이 있을 때도 주한미군은 유류 관리를 부실하게 했었는데 규정조차 빠진다면 결과는 뻔하다"라며 "국민의 건강권 및 환경권과 관련된 내용임에도 EGS 2차 개정 당시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던 점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임기 말 '굴욕 외교'를 숨긴 이명박정부와 외교당국의 무능으로 우리 국민만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됐다"며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미군이 미국정부의 돈으로 환경오염을 치유할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우리 국민의 부담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EGS 기준을 맘대로 변경할 수 있는 현재의 SOFA 관련 규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눈 뜨고 코 베였다

한편, <CBS>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이와 같은 2012년의 EGS 개악 사실을 최근까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한 주무부처인 국토부, 반환 기지를 상당부분 물려받는 국방부, 반환 기지를 받아 공원 등을 조성할 지자체 등에서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 수천억원의 정화비용을 우리 세금으로 메워야할 상황이 됐는데도 2년 가까이 주무부처에서 몰랐다는 것은 무지·무능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다만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며 "차후 EGS 개정 시 TPH, 먹는 물 등 분야별로 최신 국내법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환경분과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다. 이명박정부의 도를 넘은 '미군 퍼주기'에 이은 박근혜정부의 '무지·무능'에 결국 국민 혈세만 줄줄 새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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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