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텃새에 처량한 '안철수 신세'

'혈혈단신 안철수' 6·4지방선거 이겨도 져도 설자리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합당할 때는 5대5 지분을 약속했지만 결국 100대0으로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결과에 대한 새정치계 인사들의 평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구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텃새를 넘지 못했다. 지난 16일 마감된 지방선거 후보등록 결과는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주계의 대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당초 민주당과 합당 당시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막상 호랑이굴에 들어와 보니 호랑이가 없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초선인 안 대표가 연일 새정치를 부르짖으며 민주계 인사들을 구태세력으로 규정해도 민주계 인사들은 그저 속으로만 삭힐 뿐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호랑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00대0'
드러난 본색

새정치계의 한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합당 할 때만 해도 5:5 지분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았나? 물론 당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 현실적으로 5:5는 무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민주계는 새정치계 인물들이 한두 군데 공천 받는 것도 못마땅해서 악다구니를 쓰며 덤비는 격"이었다며 "마치 자기는 음식을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입에 겨우 들어간 빵 한 조각까지 빼앗아 먹으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공천과정은 아귀다툼이었다. 합당 당시 지방선거 공천에도 5:5지분이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계와 새정치계 인사들은 하나 같이 "민주계와 새정치계가 어디 있나? 합당했으니 모두 한 식구"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민주계와 새정치계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공정한 경선은 물 건너가고 한 명이라도 더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아귀다툼만 남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약속했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창당 때는 5대5, 결국 '100대0'?
민주계의 역습, 급 후퇴한 새정치


민주계의 반격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새정치연합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 측 인사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전남의 이석형 전 함평군수, 대전의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은 모두 민주계 인사에게 밀려 공천 탈락했다.

심지어 안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마저도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게 패했다. 그나마 전략공천으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챙기지 않았다면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새정치계 후보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안 대표 측은 약 10여 곳에서 전략공천을 희망했지만 민주계의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새정치계 '공천학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이뤄지면서 '도로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민주계 인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천학살
도로민주당

한 새정치계 인사는 "강봉균 전 장관의 경우 전북지사 출마를 결심하자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을 차출하려 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중량감이 있는 인사였는데 정 전 장관과 비교하면 무명에 가까운 송하진 전 시장에게 패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텃새와 조직력에 패한 것"이라며 "차라리 합당하지 않고 창당 후 3자 구도로 갔더라면 새정치계 인사 중 당선될 인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텃새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의 대표적인 지지세력인 옛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발기인 100여명은 지난 15일 "옛 민주계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천을 진행해 새정치계 후보들을 공천학살했다"면서 당 지도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계의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다. 민주계 인사들은 사실상 공천학살에 가까운 결과를 얻고도 몇몇 지역에서 실시된 안 대표 측 인물의 전략공천을 이유로 안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의원 총회에서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천 만행'을 규탄한다"면서 "제가 선봉에 서서 당 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당 대표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얘기하자 그동안 말렸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동참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퇴진 얘기하면 만류하곤 했는데 1명도 만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석대변인이자 전남도당 위원장인 이윤석 의원도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이럴 거면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이 "이 의원, 당신이 당대표야?"라고 고함을 치자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승남 의원은 단상 쪽으로 뛰어나와 문 의원에게 "왜 말을 막아!"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이외에도 이날 의총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성토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특히 지도부의 일원인 수석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당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비난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오히려 이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마음들이 우리 130명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며 안 대표 퇴진론에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다음 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공천학살을 당한 것은 우리인데 고작 몇 군데 전략공천이 이뤄진 것을 가지고 안 대표를 흔들고 있다"며 "이 정도가 지분나누기라면 민주당은 합당할 때 새정치 쪽에 단 한 곳도 내줄 생각이 없었던 거냐? 지방선거가 끝나면 차라리 독자신당을 만들어 7월 재보선에서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새정치계 인사도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친노계인 한명숙 의원이 당대표를 맡은 후 친노계 인물들이 대거 공천되지 않았나? 그런데 몇 군데 전략공천을 했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니 민주계의 텃새로 보인다"며 "새정치계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신인들로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계 인사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민주계가 광주지역 전략공천을 물고 늘어진 것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 전략공천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장현 부메랑
안철수 피할까?

특히 안 대표가 전략공천한 광주 윤장현 후보는 안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당선 여부가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정식으로 공천을 받긴 했지만 인지도가 낮고 지역 내 조직도 전무하다.

실제로 윤 후보는 현재 무소속 이용섭, 강운태 후보에게 삼자대결에서조차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용섭, 강운태 후보가 단일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라고 해도 윤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안 대표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략 공천한 윤 후보가 광주에서 패한다면 안 대표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새정치계에서는 최근 민주계 인사들이 박영선 의원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선출한 것도 안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안철수 대표 측이 지원한 이종걸 의원은 21표를 얻는 데 그쳐 1차 투표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공천학살 당한 새정치계 "억울하다"
똘똘 뭉친 민주계, 더 작아진 안철수


법사위원장인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까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반대했을 정도로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도 여러 사안들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또 박 원내대표는 초·재선 강경파 그룹이 결성한 '더 좋은 미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온건한 모습을 보였던 당 지도부의 행보에 사사건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 2월 당시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번에 선출된 것도 결국 온건파인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강한 야성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지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의 선출로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좁아진 입지
죽어가는 당

게다가 박 원내대표 취임과 동시에 꾸려진 원내 지도부를 살펴보면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과 비교적 강경파로 꼽히는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안 대표를 긴장시킨다. 원내 대변인에는 유은혜, 박범계 의원이 임명됐고, 원내 부대표단에는 남윤인순, 진선미, 김승남, 박완주, 김광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중 김승남 의원은 앞서 언급된 의원총회에서 문병호 대표비서실장과 언쟁을 벌인 인물이고, 김광진 의원은 SNS상에서 안 대표에 대한 적나라한 욕설이 담긴 게시물에 호응을 보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대표브랜드다. 안철수가 살아야 새정치연합도 사는 것"이라며 "당장 공천에 눈이 멀어 안 대표를 이렇게 공격하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민주계의 이기주의가 당을 죽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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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