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텃새에 처량한 '안철수 신세'

'혈혈단신 안철수' 6·4지방선거 이겨도 져도 설자리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합당할 때는 5대5 지분을 약속했지만 결국 100대0으로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결과에 대한 새정치계 인사들의 평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구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텃새를 넘지 못했다. 지난 16일 마감된 지방선거 후보등록 결과는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주계의 대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당초 민주당과 합당 당시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막상 호랑이굴에 들어와 보니 호랑이가 없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초선인 안 대표가 연일 새정치를 부르짖으며 민주계 인사들을 구태세력으로 규정해도 민주계 인사들은 그저 속으로만 삭힐 뿐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호랑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00대0'
드러난 본색

새정치계의 한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합당 할 때만 해도 5:5 지분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았나? 물론 당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 현실적으로 5:5는 무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민주계는 새정치계 인물들이 한두 군데 공천 받는 것도 못마땅해서 악다구니를 쓰며 덤비는 격"이었다며 "마치 자기는 음식을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입에 겨우 들어간 빵 한 조각까지 빼앗아 먹으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공천과정은 아귀다툼이었다. 합당 당시 지방선거 공천에도 5:5지분이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계와 새정치계 인사들은 하나 같이 "민주계와 새정치계가 어디 있나? 합당했으니 모두 한 식구"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민주계와 새정치계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공정한 경선은 물 건너가고 한 명이라도 더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아귀다툼만 남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약속했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창당 때는 5대5, 결국 '100대0'?
민주계의 역습, 급 후퇴한 새정치


민주계의 반격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새정치연합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 측 인사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전남의 이석형 전 함평군수, 대전의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은 모두 민주계 인사에게 밀려 공천 탈락했다.

심지어 안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마저도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게 패했다. 그나마 전략공천으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챙기지 않았다면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새정치계 후보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안 대표 측은 약 10여 곳에서 전략공천을 희망했지만 민주계의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새정치계 '공천학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이뤄지면서 '도로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민주계 인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천학살
도로민주당

한 새정치계 인사는 "강봉균 전 장관의 경우 전북지사 출마를 결심하자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을 차출하려 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중량감이 있는 인사였는데 정 전 장관과 비교하면 무명에 가까운 송하진 전 시장에게 패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텃새와 조직력에 패한 것"이라며 "차라리 합당하지 않고 창당 후 3자 구도로 갔더라면 새정치계 인사 중 당선될 인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텃새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의 대표적인 지지세력인 옛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발기인 100여명은 지난 15일 "옛 민주계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천을 진행해 새정치계 후보들을 공천학살했다"면서 당 지도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계의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다. 민주계 인사들은 사실상 공천학살에 가까운 결과를 얻고도 몇몇 지역에서 실시된 안 대표 측 인물의 전략공천을 이유로 안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의원 총회에서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천 만행'을 규탄한다"면서 "제가 선봉에 서서 당 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당 대표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얘기하자 그동안 말렸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동참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퇴진 얘기하면 만류하곤 했는데 1명도 만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석대변인이자 전남도당 위원장인 이윤석 의원도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이럴 거면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이 "이 의원, 당신이 당대표야?"라고 고함을 치자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승남 의원은 단상 쪽으로 뛰어나와 문 의원에게 "왜 말을 막아!"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이외에도 이날 의총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성토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특히 지도부의 일원인 수석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당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비난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오히려 이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마음들이 우리 130명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며 안 대표 퇴진론에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다음 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공천학살을 당한 것은 우리인데 고작 몇 군데 전략공천이 이뤄진 것을 가지고 안 대표를 흔들고 있다"며 "이 정도가 지분나누기라면 민주당은 합당할 때 새정치 쪽에 단 한 곳도 내줄 생각이 없었던 거냐? 지방선거가 끝나면 차라리 독자신당을 만들어 7월 재보선에서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새정치계 인사도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친노계인 한명숙 의원이 당대표를 맡은 후 친노계 인물들이 대거 공천되지 않았나? 그런데 몇 군데 전략공천을 했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니 민주계의 텃새로 보인다"며 "새정치계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신인들로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계 인사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민주계가 광주지역 전략공천을 물고 늘어진 것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 전략공천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장현 부메랑
안철수 피할까?

특히 안 대표가 전략공천한 광주 윤장현 후보는 안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당선 여부가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정식으로 공천을 받긴 했지만 인지도가 낮고 지역 내 조직도 전무하다.

실제로 윤 후보는 현재 무소속 이용섭, 강운태 후보에게 삼자대결에서조차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용섭, 강운태 후보가 단일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라고 해도 윤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안 대표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략 공천한 윤 후보가 광주에서 패한다면 안 대표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새정치계에서는 최근 민주계 인사들이 박영선 의원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선출한 것도 안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안철수 대표 측이 지원한 이종걸 의원은 21표를 얻는 데 그쳐 1차 투표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공천학살 당한 새정치계 "억울하다"
똘똘 뭉친 민주계, 더 작아진 안철수


법사위원장인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까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반대했을 정도로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도 여러 사안들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또 박 원내대표는 초·재선 강경파 그룹이 결성한 '더 좋은 미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온건한 모습을 보였던 당 지도부의 행보에 사사건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 2월 당시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번에 선출된 것도 결국 온건파인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강한 야성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지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의 선출로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좁아진 입지
죽어가는 당

게다가 박 원내대표 취임과 동시에 꾸려진 원내 지도부를 살펴보면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과 비교적 강경파로 꼽히는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안 대표를 긴장시킨다. 원내 대변인에는 유은혜, 박범계 의원이 임명됐고, 원내 부대표단에는 남윤인순, 진선미, 김승남, 박완주, 김광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중 김승남 의원은 앞서 언급된 의원총회에서 문병호 대표비서실장과 언쟁을 벌인 인물이고, 김광진 의원은 SNS상에서 안 대표에 대한 적나라한 욕설이 담긴 게시물에 호응을 보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대표브랜드다. 안철수가 살아야 새정치연합도 사는 것"이라며 "당장 공천에 눈이 멀어 안 대표를 이렇게 공격하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민주계의 이기주의가 당을 죽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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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