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텃새에 처량한 '안철수 신세'

'혈혈단신 안철수' 6·4지방선거 이겨도 져도 설자리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합당할 때는 5대5 지분을 약속했지만 결국 100대0으로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결과에 대한 새정치계 인사들의 평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구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텃새를 넘지 못했다. 지난 16일 마감된 지방선거 후보등록 결과는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주계의 대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계(이하 민주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당초 민주당과 합당 당시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막상 호랑이굴에 들어와 보니 호랑이가 없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초선인 안 대표가 연일 새정치를 부르짖으며 민주계 인사들을 구태세력으로 규정해도 민주계 인사들은 그저 속으로만 삭힐 뿐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호랑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00대0'
드러난 본색

새정치계의 한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합당 할 때만 해도 5:5 지분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았나? 물론 당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 현실적으로 5:5는 무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민주계는 새정치계 인물들이 한두 군데 공천 받는 것도 못마땅해서 악다구니를 쓰며 덤비는 격"이었다며 "마치 자기는 음식을 잔뜩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입에 겨우 들어간 빵 한 조각까지 빼앗아 먹으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의 공천과정은 아귀다툼이었다. 합당 당시 지방선거 공천에도 5:5지분이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계와 새정치계 인사들은 하나 같이 "민주계와 새정치계가 어디 있나? 합당했으니 모두 한 식구"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민주계와 새정치계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다. 공정한 경선은 물 건너가고 한 명이라도 더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아귀다툼만 남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약속했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창당 때는 5대5, 결국 '100대0'?
민주계의 역습, 급 후퇴한 새정치


민주계의 반격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새정치연합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 측 인사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전남의 이석형 전 함평군수, 대전의 송용호 전 충남대 총장,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은 모두 민주계 인사에게 밀려 공천 탈락했다.

심지어 안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강봉균 전 장관마저도 전북도지사 경선에서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게 패했다. 그나마 전략공천으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챙기지 않았다면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새정치계 후보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안 대표 측은 약 10여 곳에서 전략공천을 희망했지만 민주계의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새정치계 '공천학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이뤄지면서 '도로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민주계 인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천학살
도로민주당

한 새정치계 인사는 "강봉균 전 장관의 경우 전북지사 출마를 결심하자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을 차출하려 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중량감이 있는 인사였는데 정 전 장관과 비교하면 무명에 가까운 송하진 전 시장에게 패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텃새와 조직력에 패한 것"이라며 "차라리 합당하지 않고 창당 후 3자 구도로 갔더라면 새정치계 인사 중 당선될 인물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텃새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의 대표적인 지지세력인 옛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발기인 100여명은 지난 15일 "옛 민주계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천을 진행해 새정치계 후보들을 공천학살했다"면서 당 지도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계의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다. 민주계 인사들은 사실상 공천학살에 가까운 결과를 얻고도 몇몇 지역에서 실시된 안 대표 측 인물의 전략공천을 이유로 안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의원 총회에서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천 만행'을 규탄한다"면서 "제가 선봉에 서서 당 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당 대표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얘기하자 그동안 말렸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동참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퇴진 얘기하면 만류하곤 했는데 1명도 만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석대변인이자 전남도당 위원장인 이윤석 의원도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이럴 거면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이 "이 의원, 당신이 당대표야?"라고 고함을 치자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승남 의원은 단상 쪽으로 뛰어나와 문 의원에게 "왜 말을 막아!"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이외에도 이날 의총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성토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특히 지도부의 일원인 수석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당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비난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오히려 이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마음들이 우리 130명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며 안 대표 퇴진론에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다음 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공천학살을 당한 것은 우리인데 고작 몇 군데 전략공천이 이뤄진 것을 가지고 안 대표를 흔들고 있다"며 "이 정도가 지분나누기라면 민주당은 합당할 때 새정치 쪽에 단 한 곳도 내줄 생각이 없었던 거냐? 지방선거가 끝나면 차라리 독자신당을 만들어 7월 재보선에서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새정치계 인사도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친노계인 한명숙 의원이 당대표를 맡은 후 친노계 인물들이 대거 공천되지 않았나? 그런데 몇 군데 전략공천을 했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니 민주계의 텃새로 보인다"며 "새정치계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신인들로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계 인사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민주계가 광주지역 전략공천을 물고 늘어진 것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 전략공천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장현 부메랑
안철수 피할까?

특히 안 대표가 전략공천한 광주 윤장현 후보는 안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당선 여부가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정식으로 공천을 받긴 했지만 인지도가 낮고 지역 내 조직도 전무하다.

실제로 윤 후보는 현재 무소속 이용섭, 강운태 후보에게 삼자대결에서조차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용섭, 강운태 후보가 단일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라고 해도 윤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안 대표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략 공천한 윤 후보가 광주에서 패한다면 안 대표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새정치계에서는 최근 민주계 인사들이 박영선 의원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선출한 것도 안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안철수 대표 측이 지원한 이종걸 의원은 21표를 얻는 데 그쳐 1차 투표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공천학살 당한 새정치계 "억울하다"
똘똘 뭉친 민주계, 더 작아진 안철수


법사위원장인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까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반대했을 정도로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도 여러 사안들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또 박 원내대표는 초·재선 강경파 그룹이 결성한 '더 좋은 미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온건한 모습을 보였던 당 지도부의 행보에 사사건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 2월 당시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번에 선출된 것도 결국 온건파인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강한 야성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지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의 선출로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좁아진 입지
죽어가는 당

게다가 박 원내대표 취임과 동시에 꾸려진 원내 지도부를 살펴보면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과 비교적 강경파로 꼽히는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안 대표를 긴장시킨다. 원내 대변인에는 유은혜, 박범계 의원이 임명됐고, 원내 부대표단에는 남윤인순, 진선미, 김승남, 박완주, 김광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중 김승남 의원은 앞서 언급된 의원총회에서 문병호 대표비서실장과 언쟁을 벌인 인물이고, 김광진 의원은 SNS상에서 안 대표에 대한 적나라한 욕설이 담긴 게시물에 호응을 보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대표브랜드다. 안철수가 살아야 새정치연합도 사는 것"이라며 "당장 공천에 눈이 멀어 안 대표를 이렇게 공격하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민주계의 이기주의가 당을 죽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