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천기누설> 사주로 본 투옥 총수들 앞날 대예측

하늘은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파란 말의 해 갑오년이 밝은 지 어느 덧 반년 가까이 흘렀다. 올해 재계는 대기업 총수들의 잇따른 구속 소식에 얼룩졌다. 선장 잃은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지만 그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투옥 총수들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이 점친 재계 총수들의 사주풀이를 통해 이들의 운세를 점쳐봤다.

   SK 최태원
"배신 주의하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자금 횡령혐의로 지난해 1월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 실형이 유지됐다. 최 회장의 부재 속에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계열사 간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지만 해외 투자와 신규 사업 등 굵직한 현안 추진도 대부분 올 스톱되거나 보류된 상태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성사된 SK하이닉스와 같은 성공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백운비 원장은 어떻게 볼까? 백 원장은 "수신도계(修身道界)"라고 운을 띄운 뒤 "몸과 마음을 새로 닦고 참회와 반성으로 새로운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금년 운은 좋지 않다. 내년에 운이 들어온다"며 "현재 상황을 뚝심과 패기라는 평소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대업을 완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회장의 수감 생활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백 원장은 또 "건강은 워낙 타고난 체질이라 염려할 부분이 없고 형제우애도 변함이 없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부분적인 이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핵심 멤버의 배신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CJ 이재현
"약점 보완하라"

"신우대업(新又大業). 새로운 기운으로 변하며 내분을 극복하고 대업을 이어받을 계기가 되는 해." 백 원장이 밝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운세다.

이 회장은 끊임없는 수난사를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강도 높은 검찰 조사에 이 회장의 건강은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던 지난 2월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법원은 지난달 30일 이 회장 측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명예도, 건강도 다 잃은 셈이다.

[최태원] 새로운 길 찾게 될 것
[이재현] 혜안과 지혜 터득해야
[현재현] 후반에 위기 극복한다

그룹 사정도 마찬가지다. CJ그룹은 전반적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조5000억원으로 목표인 30조원 달성을 실패했고 영업이익 또한 1조1000억원으로 목표인 1조6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9% 감소했고 CJ프레시웨이와 CJ CGV, CJ대한통운 역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CJ푸드빌은 적자전환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귀가 얇고 마음의 변화가 심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며 "타고난 운이 병약하여 건강에 문제가 많다. 선천성·후천성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에게 '보완'을 강조했다. 백 원장은 "앞 뒤 관계를 분명히 하고 한 발 앞서 보는 혜안과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며 "지병 등의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늘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양 현재현
"혼란 뒤 구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계사년과 갑오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현재의 회장의 악몽은 지난해 10월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등 그룹 계열사 5곳이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 사기성 CP를 발행하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동양 계열사 10여 곳과 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자택 3∼4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시작했고 결국 현 회장은 지난 1월 1조30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현 회장은 지난 12일 작전세력과 공모해 주가 조작을 하고 399억원의 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과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주식투자 전문가들과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18만2287회의 시세 조종성 주문을 냈다. 이에 940원이었던 동양시멘트 주가는 4710원까지 올랐고 ㈜동양이 보유한 주식을 블록세일로 매도하는 수법으로 13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현 회장과 김 전 대표는 또 동양네트웍스 직원 임모씨 등과 공모해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277억원 상당을 챙겼다.

백 원장은 "현 회장의 올해 운세는 사방으로 흩어질 운"이라며 "관액중중(官厄重重). 즉 관재와 흉운으로 인해 무너지고 잃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나아가 현 회장에게 그동안 중심업이 바뀌는 등 혼란이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현 회장이 후반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답은 '일이관지(一以貫之)'다. '하나로써 꿰뚫다' '일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말고 뚜렷한 목표와 정신을 무기로 밀고 나가야 한다"며 "후반에 가서는 지금의 위기가 수습이 되며 신규 운의 변화로 구원을 받는다. 부분적이지만 회생의 기운이 있고 새로운 중심이 잡힐 것"이라고 관측했다.

   STX 강덕수
"신화 다시 쓴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무너졌다. 그러나 백 원장은 강 전 회장의 재기를 점쳤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지난 8일 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하고 이를 이용해 사기적 금융거래를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STX건설을 집중 지원했다. STX건설의 지분은 강 전 회장과 자녀가 75%, 나머지는 강 전 회장이 대주주인 포스텍이 보유했다. 사실상 개인 회사인 셈이다.

STX에너지 등 계열사 11곳은 2011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STX건설의 CP 1784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이중 948억8000만원이 상환되지 않아 계열사가 손해를 떠안았다. ㈜STX는 2011년 3월 중단된 공사의 선급금 명목으로 231억원을 STX건설에 지급했고 2012년 7월에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STX건설이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1000억원 중 849억원에 대해 STX중공업에 연대 보증하도록 하기도 했다. STX중공업은 이중 740억원을 대신 갚았다.

[강덕수] 약간의 모험이 필수
[이호진] 부활 운기가 뚜렷하다
[조석래] 액운 물러가는 호전운

강 전 회장은 횡령한 계열사 자금을 개인 채무변제와 주식 매입에 썼다.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 글로벌오션인베스트먼트의 채무를 포스텍 자금 240억원을 동원해 갚았고 자신의 포스텍 주식을 일본계 금융회사에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입자금 302억원을 포스텍에 넣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계열사 임원들의 성과급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때 재계 11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은 지난해 해체됐다.

백 원장이 진단한 강 전 회장의 올해 운세는 한마디로 '才上貴來(재상귀래)'형이다. 평소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며 기적의 신화를 맞이한다는 뜻인데 강 전 회장이 결국 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 원장은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추진력과 강한 리더십"이라며 "새로운 인재 등용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원장은 또 "약간의 모험이나 새로운 아이템도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필수"라고 덧붙였다.

  태광 이호진
"타고난 운 튼튼"

백 원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재기도 점쳤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 받은 뒤 3년째 간암 투병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암수술을 받은 후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 기소,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는 불구속 기소했다. 2012년 2월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회장에게는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이 전 상무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전 회장 모자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 전 상무는 상고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구속집행정지를 여러차례 연장했으며 이 전 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이 전 상무는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불허되면서 지난 3월19일 재수감됐다.

총수의 긴 부재에 태광그룹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2001년은 노조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 적자를 불러왔다. 뚜렷한 돌발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적자전환은 사실상 이 전 회장 부재 탓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백 원장은 이 전 회장의 운세를 '관액신병(官厄身病)'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관재와 액운의 사슬에 묶여 심신이 병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백 원장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걱정과 근심은 여기까지로 보인다.

백 원장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큰 액운을 맞이해 모든 것이 암흑 속에 잠겨 있으나 타고난 근본의 운이 튼튼해 천만다행히도 건강의 회복과 사업의 재기와 부활의 운기가 분명하니 운을 믿고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성 조석래
"밀고 나가라"

최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암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재판은 중단된 상황. 조 회장 측 변호인이 "6월 중순쯤 조 회장의 항암치료가 끝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본 재판은 6월 중순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900억원 횡령·배임과 1500억원대 세금 탈루를 주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조세포탈)로 조 회장,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조 회장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과거 정부정책 하에 누적된 회사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조세포탈의 고의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백 원장은 조 회장의 운세는 '옥당금곡(玉堂金谷)'형이라고 설명했다. 집안에 보석 같은 운이 들어와 액운이 물러가고 새로운 기상을 맞이하는 호전운이라는 것. 백 원장은 "(조 회장이) 그동안 미뤄졌던 일, 새로 계획했던 일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밀고 나가야 한다"며 "금년은 결실이 아닌 예비운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고치고 만들어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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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