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

'통곡의 땅' 안산은 지금 전략공천으로 '쑥대밭'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게 새정치입니까?"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 파문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을 방문한 취재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갑작스런 전략공천 결정으로 지역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가뜩이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통에 빠진 안산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새정치연합의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광주-안산' 전략공천 파문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일과 3일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안산시장 후보에 제종길 전 국회의원을 잇달아 전략공천했다.

거세진 반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연휴가 시작되는 날 전략공천을 발표하는 '꼼수'를 부렸지만 당 지도부의 바람과는 달리 후폭풍은 거셌다. 전략공천 사실이 발표되자 경쟁후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 후보자의 지지자들은 서울로 상경해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야권의 안방 격인 광주시장 후보와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인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안산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안산시장 전략공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정청래 의원은 당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은 "잘했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또 경쟁후보들과 그들을 따르던 당원들까지 집단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결국 지난 4일 광주시장과 안산시장을 마지막으로 전략공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시·도당에는 경선 실시 방침을 내려 보냈다. 고육지책이었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 7곳에서 검토되던 여성 전략공천도 전면 백지화됐다. 새정치가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결정하며 대신 내세웠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사실 광주의 경우는 전략공천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현재 새정치계 인물이 단 한 명도 낙점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한 광주 한 곳 정도는 민주당계가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부 민주당계로 선출하게 되면 새정치가 '도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될 우려 때문이었다. 전략공천이 실시되기 전 지역 국회의원들이 새정치계 윤장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안산의 경우는 전략공천에 대한 미스터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제종길 후보는 안철수계도 아닐뿐더러 정치신인도 아니다.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의원 임기가 끝난 뒤엔 오랫동안 정치권을 떠나있던 인물이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제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유에 대해 "중소공단이 모여 있는 안산의 특성상 국회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하고 지역에서 노동 관련 활동을 오래 해온 제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개혁공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했을 뿐 노동전문가는 아니다. 당 지도부의 설명은 명분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다수 지역주민 "전략공천 잘못됐다"
세월호 참사 터진 곳에서 '위험한 도박'


중앙당에서는 또 현 김철민 안산시장의 각종 의혹들을 나열하며 개혁공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물론 김 시장이 전혀 허물이 없는 후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략공천을 실시해야 할 만큼 결정적인 허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공산주의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기 전에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도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경우에도 전략공천은 했지만 최소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먼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신문인 <안산시민신문>에 따르면 안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전략공천 결정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못한 결정(52.7%)'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잘한 결정(20.4%)'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응답은 26.9%로 집계됐다. 



게다가 안산은 세월호 사태로 많은 학생이 사망한 단원고가 소재해 있는 도시다. 안산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전략공천으로 잡음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선거판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당 지도부가 왜 하필 안산에서 무리한 전략공천을 실시했을까?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당장 안산지역 경쟁후보들은 김-안 공동대표가 세월호 참사로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안산시민들의 민의를 유린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인지, 뭐가 그리 중요했던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공천이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오는 것이 '음모론'이다. 가장 먼저 김한길 대표의 지분 챙기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제 후보는 과거 '민생모임(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계파 모임 중 하나)'을 함께한 문병호, 정성호, 천정배 등과 같은 인사들과 가까운 사람"이라며 "그렇게 보면 신주류니까 김한길 대표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이락 격인지는 모르겠지만 17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그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제 후보는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 대표에 오른 뒤 갑자기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에는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았던 인물이다.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이었는데 평소 해양생태 연구하러 다니고 강연하러 다니고 늘 그렇게 다녔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안산시장 출마설이 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출마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와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김한길-안철수 당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당 일각의 음모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누군가 두 사람을 전략공천해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당 지도부에 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두 사람(김한길-안철수)의 판단 실수든지, 누군가의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흔들린 리더십

실제로 광주-안산 전략공천 이후엔 마치 짠 듯이 당내 반발이 이어졌고 예상됐던 전략공천은 전면 중단됐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 중 광주 윤장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새정치계 인물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의 사람심기라고 하지만 역대 당대표 중 선거에서 이정도도 사람을 심지 않은 경우가 있었나? 특히 새정치계 사람들은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계 사람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고 하니까 공천학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이 끝난 후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하니까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나도 속고, 국민도 속고 안철수도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던 '통곡의 땅' 안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미스터리한 전략공천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mi737@ilyosisa.co.kr



<미니 인터뷰> 김철민 안산시장 
"밀실공천 용납 못해, 끝까지 완주할 것"

- 이번 공천심사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종길 후보는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셨던 분이다. 지역에서 별로 활동도 안 하시고 해양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생업에만 열중해왔던 사람이다. 제가 진도에서 피해주민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다독거리는 사이에 그런 분을 갑자기 개혁공천이라며 내세웠다. 누가 보더라도 온당치가 않은 처사다.

- 이번 전략공천으로 세월호 사태 수습에는 영향은 없었나?
▲ 아무래도 상중에 상주를 바꾼 셈이니까 영향은 있지 않겠나? 세월호 사태 중 이런 잡음이 발생해 피해주민들을 만나 뵙기도 송구스럽다. 하지만 사고대책시스템은 이미 완벽하게 구축해놨고, 안산시 공직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 전략공천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철민 시장의 비리의혹도 거론됐는데.
▲ 공천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자격심사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쳤는데 저는 한 군데도 걸리지 않았다. 100%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후보를 결정지으면서는 마치 제가 부정부패가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 그런 명분으로 저를 떨어트렸다. 그렇다면 최소한 의혹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데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떠도는 유언비어들을 마치 사실인양 취급하고, 그것을 빌미로 저를 탈락시킨 것이다.

- 그렇다면 김 시장께서 공천에서 탈락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가 당 수뇌부와 친하지 않고 당 수뇌부에 고개 숙이지 않고 이런 것 때문에 제가 공천에서 탈락되었다고 본다. 최소한 현직 단체장을 바꿀 때는 명분은 만들어 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치하실 분들은 앞으로 매일 중앙당에 가서 실세들을 알현해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참담한 심정이다.

- 이런 항의에 대해 중앙당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중앙당 관계자가 사석에서 일정부분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당인 만큼 공천을 취소하면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 야권 무소속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열려있나? 이대로라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대의를 위해 일단 양보할 생각은 없나?
▲ 단일화 방식은 아직 논의된 것이 없지만 검토는 하고 있다. 현재 제종길 후보와 저의 지지율을 비교하면 제가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제가 사퇴해 제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1:1 구도가 된다고 해도 제 후보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의를 위해 양보하더라도 제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



안산=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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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