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

'통곡의 땅' 안산은 지금 전략공천으로 '쑥대밭'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게 새정치입니까?"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 파문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을 방문한 취재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갑작스런 전략공천 결정으로 지역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가뜩이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비통에 빠진 안산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새정치연합의 수상한 전략공천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광주-안산' 전략공천 파문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일과 3일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안산시장 후보에 제종길 전 국회의원을 잇달아 전략공천했다.

거세진 반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연휴가 시작되는 날 전략공천을 발표하는 '꼼수'를 부렸지만 당 지도부의 바람과는 달리 후폭풍은 거셌다. 전략공천 사실이 발표되자 경쟁후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 후보자의 지지자들은 서울로 상경해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야권의 안방 격인 광주시장 후보와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인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안산이 지역구인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안산시장 전략공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정청래 의원은 당대표 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은 "잘했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또 경쟁후보들과 그들을 따르던 당원들까지 집단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결국 지난 4일 광주시장과 안산시장을 마지막으로 전략공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시·도당에는 경선 실시 방침을 내려 보냈다. 고육지책이었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 7곳에서 검토되던 여성 전략공천도 전면 백지화됐다. 새정치가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결정하며 대신 내세웠던 개혁공천은 없던 일이 됐다.

사실 광주의 경우는 전략공천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현재 새정치계 인물이 단 한 명도 낙점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한 광주 한 곳 정도는 민주당계가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부 민주당계로 선출하게 되면 새정치가 '도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될 우려 때문이었다. 전략공천이 실시되기 전 지역 국회의원들이 새정치계 윤장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안산의 경우는 전략공천에 대한 미스터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제종길 후보는 안철수계도 아닐뿐더러 정치신인도 아니다.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의원 임기가 끝난 뒤엔 오랫동안 정치권을 떠나있던 인물이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제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유에 대해 "중소공단이 모여 있는 안산의 특성상 국회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하고 지역에서 노동 관련 활동을 오래 해온 제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개혁공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위원을 역임했을 뿐 노동전문가는 아니다. 당 지도부의 설명은 명분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다수 지역주민 "전략공천 잘못됐다"
세월호 참사 터진 곳에서 '위험한 도박'


중앙당에서는 또 현 김철민 안산시장의 각종 의혹들을 나열하며 개혁공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물론 김 시장이 전혀 허물이 없는 후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략공천을 실시해야 할 만큼 결정적인 허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공산주의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기 전에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도 전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경우에도 전략공천은 했지만 최소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먼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신문인 <안산시민신문>에 따르면 안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전략공천 결정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못한 결정(52.7%)'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잘한 결정(20.4%)'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응답은 26.9%로 집계됐다. 



게다가 안산은 세월호 사태로 많은 학생이 사망한 단원고가 소재해 있는 도시다. 안산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전략공천으로 잡음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선거판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당 지도부가 왜 하필 안산에서 무리한 전략공천을 실시했을까?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당장 안산지역 경쟁후보들은 김-안 공동대표가 세월호 참사로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안산시민들의 민의를 유린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인지, 뭐가 그리 중요했던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공천이라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오는 것이 '음모론'이다. 가장 먼저 김한길 대표의 지분 챙기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제 후보는 과거 '민생모임(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계파 모임 중 하나)'을 함께한 문병호, 정성호, 천정배 등과 같은 인사들과 가까운 사람"이라며 "그렇게 보면 신주류니까 김한길 대표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이락 격인지는 모르겠지만 17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그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제 후보는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 대표에 오른 뒤 갑자기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제 후보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에는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았던 인물이다.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이었는데 평소 해양생태 연구하러 다니고 강연하러 다니고 늘 그렇게 다녔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안산시장 출마설이 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출마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와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김한길-안철수 당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당 일각의 음모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누군가 두 사람을 전략공천해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당 지도부에 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두 사람(김한길-안철수)의 판단 실수든지, 누군가의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흔들린 리더십

실제로 광주-안산 전략공천 이후엔 마치 짠 듯이 당내 반발이 이어졌고 예상됐던 전략공천은 전면 중단됐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 중 광주 윤장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새정치계 인물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계 한 인사는 "안철수의 사람심기라고 하지만 역대 당대표 중 선거에서 이정도도 사람을 심지 않은 경우가 있었나? 특히 새정치계 사람들은 조직과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계 사람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경선하자고 하니까 공천학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이 끝난 후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하니까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나도 속고, 국민도 속고 안철수도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던 '통곡의 땅' 안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미스터리한 전략공천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mi737@ilyosisa.co.kr



<미니 인터뷰> 김철민 안산시장 
"밀실공천 용납 못해, 끝까지 완주할 것"

- 이번 공천심사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종길 후보는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셨던 분이다. 지역에서 별로 활동도 안 하시고 해양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생업에만 열중해왔던 사람이다. 제가 진도에서 피해주민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다독거리는 사이에 그런 분을 갑자기 개혁공천이라며 내세웠다. 누가 보더라도 온당치가 않은 처사다.

- 이번 전략공천으로 세월호 사태 수습에는 영향은 없었나?
▲ 아무래도 상중에 상주를 바꾼 셈이니까 영향은 있지 않겠나? 세월호 사태 중 이런 잡음이 발생해 피해주민들을 만나 뵙기도 송구스럽다. 하지만 사고대책시스템은 이미 완벽하게 구축해놨고, 안산시 공직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 전략공천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철민 시장의 비리의혹도 거론됐는데.
▲ 공천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자격심사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쳤는데 저는 한 군데도 걸리지 않았다. 100%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후보를 결정지으면서는 마치 제가 부정부패가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 그런 명분으로 저를 떨어트렸다. 그렇다면 최소한 의혹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데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떠도는 유언비어들을 마치 사실인양 취급하고, 그것을 빌미로 저를 탈락시킨 것이다.

- 그렇다면 김 시장께서 공천에서 탈락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제가 당 수뇌부와 친하지 않고 당 수뇌부에 고개 숙이지 않고 이런 것 때문에 제가 공천에서 탈락되었다고 본다. 최소한 현직 단체장을 바꿀 때는 명분은 만들어 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치하실 분들은 앞으로 매일 중앙당에 가서 실세들을 알현해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참담한 심정이다.

- 이런 항의에 대해 중앙당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중앙당 관계자가 사석에서 일정부분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당인 만큼 공천을 취소하면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 야권 무소속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열려있나? 이대로라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대의를 위해 일단 양보할 생각은 없나?
▲ 단일화 방식은 아직 논의된 것이 없지만 검토는 하고 있다. 현재 제종길 후보와 저의 지지율을 비교하면 제가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제가 사퇴해 제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1:1 구도가 된다고 해도 제 후보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의를 위해 양보하더라도 제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



안산=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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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