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위장전입 뺨치는 수상한 국회의원 실태

지역구 외면하고 강남 사랑한 의원님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외면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의원들이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뺨치는 꼼수까지 쓰고 있었다. 그 실태를 파헤쳤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모든 국회의원들은 소선거구제(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를 통해 선출된다. 따라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해당 지역의 얼굴이다.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지역을 대표할 수 인물이 선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과거부터 해당 지역과 관련 없는 인물이 낙하산 공천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되고나면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과 융화되려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였고 관례였다.

그런데 현재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따로 주택(전세 포함)조차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이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해 주소지만 살짝 얹어놓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작 강남 등지에는 수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외지인이나 다름없는 지역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아예 외지인

우선 경기북부 지역 재선 의원인 새누리당 K의원의 경우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에 5억원가량의 전세 아파트가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이 없었다. 배우자와 자녀들도 모두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공천 당시부터 낙하산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K의원은 지역구에 살고 있는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의 경우는 서울 서초구에 7억68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따로 주택을 마련하지 않았다. L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재선의 새누리당 P의원도 역시 지역구에는 따로 살 집을 마련하지 않고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 측은 오랫동안 타지에서 검사 생활을 해서 고향인 지역구에 따로 주택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남엔 수십억 아파트, 지역구엔 주소만
표심 때문에…"어쩔 수 없는 선택" 해명


P의원은 현재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성남 지역에 아파트를 두 개나 소유하고 있다. 재선인 새누리당 K의원 역시 부모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의 경우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마포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어린 두 자녀들이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 서울에 우선 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지만 자신의 경우 가족 모두가 부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다른 의원들과는 다르다고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K의원은 배우자와 자녀가 셋이나 있는데 부친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22평 정도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22평 주택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반면 동작구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약 34평형이었다. 또 충남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L의원은 강남에 15억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역구에선 본가인 큰 형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나이 60이지만
아직도 부모 집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는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K의원이 모친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K의원은 본인과 배우자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각각 아파트와 아파트 전세권을 가지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민련 L의원은 큰 형님 댁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L의원은 여의도에 8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지역구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광주가 지역구인 새민련 P의원은 수도권 지역에 12억 가량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지역구에서는 월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P의원은 강남에도 배우자와 장남의 공동명의로 9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P의원 측은 현재 광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지역구에서 출퇴근하겠다고 선언해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새민련 P의원은 현재 누님의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P의원은 경기도 광주에 배우자 명의로 1억9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의 보좌관은 "지역구를 사랑하지 않는 의원이 어디 있겠나? 서울이나 수도권 의원은 국회로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 지방 의원들은 거주해야 할 곳이 두 군데 있어야 하는데 애매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보좌관의 변명이 무색하게 서울이나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도 다른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꽤 있었다.

새누리당 재선 K의원의 경우는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었지만 지역구에는 아무런 주택도 소유하지 않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서울 다른 지역에는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당 의원은 바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해명조차 거부했다. 또 새민련 Y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다른 구에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서울 모 지역에서 구청장을 역임하고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S의원은 강남구 논현동에 7억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역구에서는 아파트 전세권만 설정해 놓고 있었다. 또 새민련 P의원은 서울 모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고도 지역구에는 오피스텔 전세권만 설정해놓고 서울 모처에 7억40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거의 위장전입에 버금가는 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K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K의원은 지역구에서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관사에 대해 "관사는 지역주민 민요교실로도 사용하고 학생들 예절 교실로도 사용하고 있다. K의원님이 이 지역에 내려오시면 한 번씩 이용하시는 거지 계속 이용하시는 건 아니다. 주목적이 K의원님 숙소로 이용되는 건 아니다. 생활은 못하고 가끔씩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관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의원 측은 "학교 측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예절 교실로 사용하는 관사는 옛날 관사고 바로 옆에 신축 관사가 있다. 해당 관사에 K의원의 개인 침대도 있고 짐도 다 있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 맞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구는 특히 K의원 형제가 지역구를 대물림해가며 도합 7선을 한 곳인데 K의원의 친형인 K 전 의원 역시 현역 의원 시절 해당 관사를 지역구 주소지로 이용해왔다. K의원은 현재 서초구 방배동에 5억5000만 원 상당의 연립주택 전세권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공천
외지인 손에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새누리당 Y의원의 경우는 동생이 소유하고 있는 본가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Y의원 측은 "사실 지역구에 가족들도 주소지를 두는 게 상례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의원님만 주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위장전입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 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재선인 새누리당 J의원의 경우는 친형이 사망한 후 형수님이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방 한 칸을 얻어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수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사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70이 넘은 형수님이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원은 서초구 방배동에 5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최근 비례대표 의원들을 대거 지역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있는데 현재 임명된 비례대표 출신 조직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 6명 중 절반이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기도 모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P의원의 경우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해당 지역구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있었다.

형수 혼자 사는 집에 함께 산다?
모 학교 관사에 주소지 두기도


P의원은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후 각종 지역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부 주민들은 P의원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물론 당협위원장의 경우 주소지를 꼭 지역구에 두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지역구에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 당협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지역주민은 "토박이는 바라지도 않고 낙하산까지도 이해했지만 1년 넘게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지역에 살지 않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며 "당협위원장은 지역 공천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인데 사실상 외지인이 지역을 좌지우지 한다면 지역주민으로서는 기분이 나쁘다"고 일갈했다.

해당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지인에게 지역 공천을 맡긴 셈이다. 나머지 의원들도 대부분 임명을 받은 후 최근에야 부랴부랴 주소지를 이전했다.

호남 몫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J의원은 서초구에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호남 지역에는 따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다만 호남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J의원의 아들은 지난 재산공개 당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신고기준일 이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한 자녀에게만 고지거부를 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J의원과 같은 주소지에 살고 있는 J의원의 아들이 재산고지를 거부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다.

불법 의혹
꼼수 어디까지?

이에 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J의원의 경우 다른 사유가 있어 아들의 재산고지 거부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어떤 사유인지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가 4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공개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하지 않은 자녀의 경우 고지거부를 택할 수 없다. 예외사항은 없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직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법 해석이 다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는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아무래도 지역구와 서울에 각각 집을 마련하고 살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가족 집 등에 주소지만 올려놓는 꼼수를 부리는 의원이 많은 것"이라며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역에 내려갈 때마다 들르기는 미안해서 지역에 내려갔다가도 행사가 끝나면 바로 서울로 올라오거나 너무 시간이 늦으면 차라리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출신 토박이만 찍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지역구 의원이라 하면 주 생활권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고 회기 때 서울에 올라간다는 개념이어야 하는데 앞뒤가 거꾸로 됐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은)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다. 지역구 제도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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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